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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3년간 1천800억원 쏟아 인문학 살린다?
교육부 3년간 1천800억원 쏟아 인문학 살린다?
  • 이재 기자
  • 승인 2015.12.28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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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업적평가·교과과정 등 전면개편 해야‘선정 가능권’

교육부가 죽어가는 인문학을 살리기 위한 대학 인문역량 강화사업 기본계획을 22일 확정 공고했다. 3년간 매년 600억원을 투입해 기초학문인 인문학을 보호하고 사회수요에 부합하는 인재를 육성하도록 인문계열 학과와 교육과정을 개편하는 것이 골자다. 선정 대학 수는 최대 25개교다. 인문학계는 당초 연 344억원으로 예상됐던 예산이 600억원으로 증액된 데 고무적인 반응이지만 이 사업이 인문학을 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본계획에 따르면 각 대학은 설치된 인문계열 학과를 △글로벌 지역학 △인문기반 융합 △기초학문 심화 △기초교양대학 △대학 자체 모델 등 사업단 형태로 융합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사업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인문계열 학과 및 소속 전임교원의 일정비율 이상이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인문계열 학과를 8개 이상 보유한 대학은 인문계열 전체 학과와 전체 교수 가운데 각각 70% 이상이 참여해야 하고, 사업에 참여하는 학과의 교수 가운데 절반이상이 참여해야 지원자격이 주어진다. 인문계열 학과를 8개 미만 보유한 대학은 참여 학과 및 참여 교수 80%와 참여 학과 소속 교수 60% 이상으로 조건이 더 까다롭다. 

또 복수전공과 이중전공, 부전공, 연계전공 등 전공 선택 과정에서 학생 선택을 제한하는 규제를 없애야 하고 전 계열 학생들이 최소 8학점 이상의 인문강좌를 이수하도록 교육과정을 바꿔야 지원이 가능하다. 

교육부는 교원업적평가 방식 교체도 요구하고 있다. 그간 논문 위주로 운영됐던 교수업적평가를 저술과 강의비중을 확대하는 데 무게를 두고 관련 규정을 개정하도록 했다. 인문학 발전을 위해 학과간 경계를 허물고 교양교과과정과 교수평가 방식을 전면 교체하도록 한 것이다. 

선정평가는 5등급(A~E) 대학구조개혁 평가와 유사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먼저 대학별 여건과 사업계획서 전반을 심사하는 1차 평가와 2차 모델별 세부요건 평가를 서면평가로 진행해 최종 선정 대학 수의 약 2배수를 선정한다. 이를 대상으로 대학별 사업계획서에 대한 대면평가를 실시한다.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대학 관계자들을 한 곳에 불러 면접평가를 한 것과 동일한 방식이다. 두 단계를 통해 후보대학이 추려지면 3단계 사업관리위원회 평가를 통해 최종 지원 대학을 선정하고 지원금을 확정한다. 

평가에 나설 선정평가단은 수도권과 지방으로 구분해 각 1개 패널을 운영하며, 각 패널별 9~13명의 전문가가 참여한다. 교육부는 선정평가단 전문가를 전문성과 지역·학문분야를 고려해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 구성에는 수도권-지방간 교차평가와 출신학교와 현 소속기관 등을 고려해 ‘상피제’를 적용한다. 평가단은 3단계 사업관리위원회 평가에 앞서 1·2단계 평가를 모두 실시한다. 

이 사업에는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하위등급(D,E등급)을 받은 대학은 참여할 수 없다. 또 대학구조개혁 평가에 미참여한 대학과 고등교육기관 평가인증 미신청·불인증 대학, 국가장학금 Ⅱ유형 미참여 대학도 지원할 수 없다. 반면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에 따른 정원감축 권고비율을 이행하거나 2018학년도까지의 감축계획을 제출한 대학은 가산점을 받는다. 

기본계획을 발표한 교육부는 오는 2016년 1월 중 사업 예비 접수를 시작하고, 사업관리위원회와 평가위원회를 구성한다는 일정을 제시했다. 사업 접수는 2월에 마감할 예정으로, 마감 직후부터 사업 선정평가를 실시해 3월에 최종 선정대학까지 발표한다. 기본계획 발표부터 선정까지 3달 내에 종료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기본계획이 발표되자 인문학계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드러냈다. 한 교수는 “예산이 344억원에서 두 배 가까이 증액된 것은 주목할 성과다. 그러나 여전히 당초 예상액 1천200억원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고 학과간 경계를 허무는 것이 인문학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방향인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촉박한 준비기간이다. 교육부가 최종 선정대학 발표를 내년(2016년) 3월로 예정하면서 각 대학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사업접수가 1월 중으로 종료될 계획이라 학과의 인원을 조정하고 계획서를 작성하는 작업이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마무리돼야 한다. 

서울 소재 한 사립대의 기획처장은 “1월 한 달 동안 교수들을 설득하고 대학의 규정을 바꾸고 계획서까지 써야 한다.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이 처장은 또 “교원업적평가 규정 개정은 교수들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것이다. 이를 분규 없이 한 달 내에 설득하라는 게 현실성이 있는 정책이냐”고 비판했다. 

이재 기자 jae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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