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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교수들 다시 모였다
해직교수들 다시 모였다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3.03.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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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협, 부당 재임용 탈락 구제 요구

지난 8일 저녁, 분당에 있는 조그만 농원에 전직 교수 1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90년대 초반부터 억울하게 재임용에서 탈락한 교수들이 결성한 ‘교수신분보장을 위한 협의회’(회장 박동희 전 건국대 교수, 이하 교보협)회원들이다. 1998년 마지막 기대를 걸었던 교수재임용제도 위헌소송에서 헌법재판소가 4:5로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이후 흩어졌던 회원들이 지난 2월 헌재가 7:2로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리자 이에 대한 자축의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독재정권의 유물이 이제서야 청산됐다.” 법학을 전공한 박동희 교수는 “(교수 재임용제도는)1975년 유신정권이 교수들을 통제할 목적으로 만들어 부패사학에게 준 최대의 선물이었다”며, “민주주의 사회에 다시는 이런 법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90%이상이 소신 있게 자기 일만 하던 사람들이다.” 한 사립전문대학에서 96년에 재임용 탈락한 교수는 연구능력재고라는 재임용제도의 취지는 정반대로 적용됐다고 지적했다.
“연구업적이 부족해서 재임용에서 탈락시켰다면 왜 대학이 당당하지 못하냐, 그러면 교수들이 소송을 제기했겠느냐”고 반문했다.

“5천만원내지 1억원씩 받으려고 짤랐다.” 지방 신설대학에 재직하다가 1995년에 재임용 탈락된 한 교수는 “비리사학은 교수를 쫓아내고 새로 사람을 뽑으면 1억원씩 생긴다. 지금까지 법이 이런 장사를 보장해온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절차도 없이 하루아침에 대학에서 쫓겨난 교수들은 이번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대학내에서 최소한의 상식이 통용되기를 바랬다. 지방 사립 전문대에 재직했던 한 교수는 “1998년 2월 28일에 재임용에서 탈락됐는데 그 사실을 이틀 전에 알려줬다. 그게 다였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교보협에서 위헌소송을 제기한 시기라 결과를 기다렸으나 헌법 합치 결정이 내려지자 결국 법적 소송도 포기했다.

“우리는 언구제라블이었다.” 국립대학에 재직하다 93년에 재임용에 탈락한 한 교수는 레미제라블에 빗대 재임용 탈락교수의 처지를 호소했다. “대학에서 쫓겨나고 다른 대학에 원서를 냈지만, 아무 곳에서도 받아주지 않았다. 1순위로 최종면접에 올라갔지만 재임용에서 탈락됐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재임용 탈락 이후 10년 동안 연구와 강의를 계속해왔지만 재임용 탈락이라는 낙인은 결코 지워지지 않았다.

1996년 지방 국립대에서 재임용 탈락하고 현재 수도권 대학에서 강사를 하고 있는 한 교수는 “선배 교수들에게 밉보여 재임용에서 탈락했는데 어디에 원서를 써도 받아주지 않는다”며, 이번 ‘헌법불합치’결과에 실낱같은 기대를 걸었다.

이들은 재임용제도가 헌법에 불합치하는 것으로 결정된 만큼, 이미 억울하게 탈락된 사람들도 재심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잘못된 제도로 인해 대학에서 쫓겨났으니까 보상 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단지 정당한 평가를 받을 기회를 달라는 것이다. 이들은 ‘교수의 연구력 진작’이라는 재임용 제도의 목적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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