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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인재 양성의 시작은 ‘교실’에서부터
4차 산업혁명 인재 양성의 시작은 ‘교실’에서부터
  • 양도웅 기자
  • 승인 2018.04.30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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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미 의원·한국과학창의재단 주최 「과학·수학·정보 교육의 새로운 시작」 토론회

“이 법은 산업환경의 변화에 대비하는 핵심 교과인 과학·수학·정보 교육의 진흥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여 미래사회를 이끌어갈 융합형 인재 양성에 기여함으로써 국가경쟁력 제고와 국가·사회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지난해 10월 24일 개정돼 지난 25일 시행된 과학·수학·정보 교육 진흥법 제1조다. 진흥법이 시행된 당일, 법의 개정과 시행을 위해 노력한 박경미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과 한국과학창의재단(이사장 직무대행 강호영)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과학·수학·정보 교육의 새로운 시작’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초·중등 과정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방법’에 대해 논의하자는 취지였다. 

지난 25일 박경미 의원(윗줄 왼쪽에서 네 번째)과 참석자들이 토론회가 시작하기에 앞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박경미 국회의원 홈페이지
지난 25일 박경미 의원(윗줄 왼쪽에서 네 번째)과 참석자들이 토론회가 시작하기에 앞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박경미 국회의원 홈페이지

‘협업’으로 가능한 융합과 창의력

이번에 시행된 법은, 그러나 2011년에 정부가 발표한 「과학기술 인재육성지원 기본계획」과 「과학기술·예술 융합(STEAM) 교육 활성화 방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정부는 STEAM을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인문·예술(Arts), 수학(Mathematics) 교과 간의 융합적인 교육으로, 과학 기술에 대한 학생의 흥미와 이해를 높이고 과학 기술 기반의 융합적 사고력과 실생활 문제 해결력을 배양하는 교육”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시행된 법과 7년 전에 발표된 계획 모두 ‘융합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상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 7년의 기간을 둔 융합에 대한 반복이 STEAM 사업의 실패 때문은 아니다. 

첫 번째 발표자인 이현숙 한국과학창의재단 융합인재교육PO는 「4차 산업혁명 시대 STEAM 교육 활성화 방안」에서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업한 학생 대상 추적 조사에서 STEAM 교육을 받은 학생이 과학에 대한 흥미, 융합적 사고력, 의사소통능력, 자기주도학습능력 등 13가지 역량에서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한 “STEAM 기대성과 평가도구 개발 연구 결과에서도 STEAM 교육을 받은 학생이 다른 일반 학생들보다 창의융합적사고력인 문제인식 능력과 문제해결 능력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STEAM 교육의 효과가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입증된 것이다. 

STEAM 교육이 다른 일반 교육과 다른 점은, 수업 시간에 배운 것을 다른 학생들과 함께 협업해 여러 문제들을 직접 해결해본다는 데 있다. 이현숙 PO는 “과학 시간에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감기 걸린 친구가 마실 수 있도록 물을 따뜻하게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와 같은 문제 상황만 제시한다”고 STEAM 교육의 구체적인 교수법을 설명했다. 이현숙 PO는 STEAM의 실제 효과로 중·고등학교 때 STEAM 교육을 받은 한 대학생의 “과학이나 공학이 저에게는 너무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는데,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분야라는 것을 깨닫고 과학에 흥미를 갖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 1년동안 창의융합형 교실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장병기 교사는 「창의융합형 과학실 모델학교 운영 사례」에서 “과학실을 새롭게 만들면서 가장 고민했던 공간은 교실 뒷부분에 위치한 팀단위 협업 공간이다”고 말한 뒤, “이 공간은 어느 공간보다 학생이 중심이 된 공간이자, 자신의 의견을 디지털 기기를 통해 다른 학생들과 공유함으로써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고 덧붙였다. 이 공간은 28인치 디스플레이 33대, 무선 미러링 지원 등을 갖추고 있으며, 협의를 통해 도출한 답을 다른 팀과 공유할 수 있는 제작·표현 공간도 3D프린터 4대와 3D스캐너, VR 기기 등을 갖추고 있다. 디지털 기기로 의견을 나누고 결과물을 만드는 데 익숙한 학생들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장병기 교사는 이 교실을 경험한 학생들이 대부분 “이해가 쉽다” “흥미롭다” “적극적이다” “안 졸린다” 등의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공간에서 학생들은 ‘즐겁기만’ 했을까? 장병기 교사는 “탐구수행 능력을 분석해보니, 성적이 상위권인 학생들은 33.4에서 35.6으로, 중위권인 학생들은 26에서 29.6으로, 하위권인 학생들은 21에서 25.6으로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이 공간에서 학생들은 ‘즐거움’과 ‘능력’을 모두 얻은 것이다. 특히 과학을 가장 어려워하던 학생들의 능력이 크게 성장했다는 점에서 창의융합형 과학실이, 소위 말해 ‘영재’ 학생들만을 위한 공간이 아님을 방증하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순천복성고 학생들이 창의융합형 교실에서 문제해결을 위해 미러링을 활용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순천복성고 홈페이지
순천복성고 학생들이 창의융합형 교실에서 문제해결을 위해 미러링을 활용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순천복성고 홈페이지

교사가 변하지 않으면 학생도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교육 방법과 공간의 변화가 학생들에게만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한 이에게는 이 토론회가 놀라웠을 것이다. 장병기 교사는 “창의융합형 과학실 운영을 통한 가장 긍정적인 변화 중 하나는 사업에 참여하는 교사들이 교수-학습 환경을 개선하려 스스로 노력했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그 변화는 한 수업에 여러 교사들이 참여해 함께 수업을 진행하는 co-teaching이었다. 학생들이 과거와 달리 팀으로 뭉쳐 문제를 함께 해결하듯이, 교사들도 과거와 달리 다른 교사들과 함께 학생들을 가르치고 돕게 된 것이다. 학생의 변화와 교사의 변화가 별개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모습은 한동화 전북수학체험센터 교육연구사가 발표한 「행복한 수학사랑쉼터 그리고 전북수학체험센터」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한동화 연구사는 “행복한 교사는 행복한 교실과 수업을 만들고 행복한 아이들을 만든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며 “음악실, 미술실, 과학실, 영어전용교실 등이 있듯이, 수학 교사들이 수학을 다양한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환경을 갖춘 수학전용교실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한동화 연구사는 2000년에 처음으로 ‘수학사랑쉼터’라는 이름의 수학전용교실을 당시 몸담고 있던 학교에 만들었고, 그 이후 전북에 있는 다른 학교로 그것을 ‘이식’시켰다. 그 쉼터는 모두 교사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에 따른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한동화 연구사는 수학전용교실을 만들 수 없거나 수학 관련 교보재가 부족한 학교들을 찾아가 그곳의 학생들과 교사에게 도움을 주는 ‘찾아가는 수학체험 이동교실’을 2012년부터 시작했다. 이 이동교실은 현재 전북지역 초·중·고의 130여명의 수학 교사가 함께 하고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그는 “학교의 모습이 초라해보일수록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교사의 역할을 자신이 몸담고 있는 학교에만 머물게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교사들에게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의 학생들에 대한 책임감을 발휘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인재를 말할 때, 산업계는 유능한 인재가 없다며 정부와 대학에 볼멘소리를 하기 일쑤다. 그렇다고 교수와 교사들이 크게 다른 것도 아니다. 그들 또한 정책과 환경이 뒷받침해주지 않는데 우리라고 뾰족한 수가 있느냐고 토로하기 바쁘다. 그러나 이번 토론회에서 직접 발표한 교사들과 그들이 말한 사례는 산업계와 일부 교수와 교사들이 얼마나 나태한 생각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기 충분했다. 토론회에 참여한 권호열 국가교육회의 위원은 “모든 교육에서 교육의 질은 교원의 수준을 넘어설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양도웅 기자 doh0328@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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