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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겸임교수로 강단에 선 미학이론가 진중권씨
인터뷰: 겸임교수로 강단에 선 미학이론가 진중권씨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3.08.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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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교수들, 학문적 문제의식 불명확하다"

젊은 비판적 논객이자 미학이론가인 진중권 씨가 대학강단에 선다. 중앙대 독문과에서 독어와 문화·미학 관련 겸임교수로 활동하게 된 것. 그 동안 대학·교수문화에 대해 비판적 글들을 많이 써온 그이기에 이번 아카데미 입성을 보는 주변의 시각엔 약간의 놀라움이 섞여있다. 인사이더가 된 아웃사이더가 대학으로 간 까닭은 무엇인지 앞으로의 계획과 구상을 들어봤다.

△아웃사이더가 인사이더가 됐다는 말들이 나오는데.
"아웃사이더, 인사이더 그런 말로 규정한다는 건 전혀 맞지 않다고 본다. 사실 아웃사이더란 말도 잡지이름 때문에 기자들이 붙인 딱지지, 그런 말로 날 지칭하는 건 그다지 적합하지 않다. 나는 제도권 내로 들어오려고 애를 쓴 과거사도 있다."

△대학에서 앞으로 학문이나 연구활동에 변화가 있는가.
"나는 대중적, 비판적 글쓰기뿐만 아니라, 논문형식의 글과 책도 다양한 방식으로 써왔기에, 대학에서도 여러 가지 글쓰기 방식을 병행하면 된다. 책을 하나 내게 될 거고, 곧 미학사전을 하나 낼 예정이다. 중앙대 독문과에서 컨셉트로 잡고 있는 것이 있는데, 여러 선생들과 같이 작업을 해나갈 것 같다."

△새롭게 가르치게 될 과목은.
"중앙대에선 대학원 과목 하나와 학부강의 하나를 맡게 됐다. '문화비평론'이란 과목인데, 독일어와 문화분야가 함께 결합된 과목이다. 중앙대 독문과에서 지금 문화, 미디어 분야를 함께 다룸으로써 커리큘럼을 혁신하려고 하는 것 같다. 거기에 여러 새 교수진들이 참여하는데, 나도 그 중 한 과목을 맡게 된 것이다. 나에게 이번 강의가 맡겨진 것도 나의 아카데믹한 능력보다는 언론 활동, 정치비평, 칼럼쓰기 등에 대한 경험 때문인 듯하다."

△한국 아카데미의 학적수준을 어떻게 보나
"교수들의 강의에 정확한 컨셉트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자기학문에 대한 문제의식이이 명확하지 않은 것인데, 그래서 논쟁의 지점들을 제대로 찾아내지 못한다. 단순히 요약정리하는 데 그치는 강의들이 많은 것 같다. 독일에서는 3년이 지나면 한 강의의 내용이 업데이트되는데, 한국은 한번 짜여지면 끝가지 가는 경우도 있다.
학생들의 경우도 확실히 이전 세대들보다 학적인 능력이나 문제의식이 떨어진다는 것을 인정한다. 우리 때는 학과 4학년 정도면 독일어 원본으로 맑스 텍스트를 어려움 없이 읽었는데, 요즘에는 심지어 독문과 학생들조차 원전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고 하니 말이다. 경직되지 않고 유연하면서도, 체계적인 스터디 커리큘럼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도 그렇지만 미학 연구에 대해서도 할말이 많을 것 같다
"국내 미학분야는 기본서가 아직까지 하나도 없고, 그나마 시중에 나와 있는 책들도 몇 십년이나 논쟁이 뒤쳐진 것들이 대부분이다. 개념정리가 아직 안 돼 있다. 그래서 조만간 미학사전 작업을 한번 해보려 한다. 그리고 미학과는 근본적으로 다르지만 미술비평 쪽도 매력을 느낀다. 하지만 현대미술이란 게 전부 이론틀을 깨부수는 거라 정말 어렵고, 비평도 모든 세세한 것들을 알아야 하는 것이기에, 나중에 꼼꼼하게 공부해서 한번 해보고 싶다."

△페미니즘에 대해 말을 아껴온 특별한 이유는.
"현재 한국사회에 흐르고 있는 페미니즘은 '중산층 이데올로기'다. 즉, 페미니즘이 아직까지는 우리사회에서 시급한 문제들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것 같지는 않다. 페미니스트들이 김규항이나 손석춘 같은 이들을 '마초'라고 공격하는 것도 지나친 자기방어적 반응이 아니었나 싶다. 특히 여성관이 같다며 보수세력과 동일시하는 것은 정말 오류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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