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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광장’에 해석 제각각…“국론 분열은 넌센스”
‘두 개의 광장’에 해석 제각각…“국론 분열은 넌센스”
  • 김범진
  • 승인 2019.10.1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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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은 “중도층은 모두 광화문에”
서초동은 “숫자 집중 언론에 문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7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주장하는 광화문 집회에 공감한다는 여론과 검찰 개혁을 주장하는 서초동 집회에 공감한다는 여론이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교수들 역시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나뉜 ‘광장의 정치’가 화두의 중심에 서는 것에 대한 상반된 시각을 드러냈다. 일부는 이에 적극적으로 의미부여를, 다른 일부는 이에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어떤 이는 현 상황을 ‘국론분열’이라고 주장하는 일부 정치권과 언론을 비판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사립대의 한 교수는 8일 “현재 여론에 대해 여권은 양분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절대 아니라고 본다. (자유한국당을 지지하지 않는) 중도층은 광화문 쪽이라고 봐야 한다. 즉 3분의 2 정도는 조국 사퇴를 지지한다고 본다”고 해석했다.

반면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같은 날 “광장에 얼마나 많은 인원이 나왔는지를 세는 건 의미가 없다. 인원을 세려면 여론조사를 보는 게 맞다. 여론조사는 중간 정도로 나오는데 그게 국민 여론의 현주소”라고 밝혔다. 김동규 동명대 언론광고학과 교수도 “어디 시민들 숫자가 많은지가 중요한 건 아니다. 그걸 비교해서 어디가 많고 적고를 보도하는 언론 태도에 매우 비판적”이라고 밝혔다.

겉으로 드러나는 여론의 양상과 숨어있는 ‘침묵의 다수’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서초동이나 광화문에 나오고 인터넷 댓글을 열심히 다는 사람들은 사실 전체 인구의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해당 의견을 전한 교수는 “침묵하는 다수의 경우 상당히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다”고 밝힌 뒤 “여론조사에서 현 정부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덧붙였다.

그는 “청년들이 모이는 인터넷 사이트에서의 댓글은 조국 지지가 압도적이지만, 실제 투표에서는 조국 반대가 압도적으로 나온다”며 “거리에 나오지 않은 대다수의 국민들이 보이는 침묵에 대해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국민들의 의견은 여론조사보다 조국 장관에 대해 더 부정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종엽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양분된 여론 간 ‘세 대결’은 불가피하다고 밝힌 뒤 “누가 더 다수가 되느냐의 여부, 그리고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결국은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한편 여론이 나뉜 지금의 사태를 일부 정치권과 야당에서 ‘국론분열’이라고 주장하는 데 대한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복잡한 사회에서 만장일치가 어디 있나”라고 되물은 뒤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그 의견이 힘을 얻기를 원하고, 그러려면 주장하는 수밖에 없는데 그걸 국론분열이라고 하는 건 웃기다. 그런 건 독재자가 좋아하는 말이다. 여당과 야당으로 나뉜 것 자체가 벌써 국론이 분열됐다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김범진 기자 ji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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