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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복직된 교수가 왜 강단에 못 서나
[기자수첩] 복직된 교수가 왜 강단에 못 서나
  • 허영수 기자
  • 승인 2003.09.22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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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직 판결을 받은 교수에게 대학이 강의를 주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폐과'라는 명목으로 직권면직됐다가 지난 5월 복직된 가톨릭상지대학 김종렬 교수가 지난 1일 교원징계재심위원회(이하 재심위)에 또다시 재심을 청구했다.

급여도 정상적으로 받고 신분은 교수이지만, 대학이 2학기 강의를 배정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지난 8월 21일 난데없이 산업기술연구소의 연구전담교수로 임명했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강의하고 연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김교수에게는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었다. 학장을 만나 교수 본연의 직무인 교육과 학생지도를 박탈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되돌아온 것은 "교수의 직무 부여는 학장의 고유권한이다"라는 답변뿐이었다. 지금까지도 김 교수는 규정에도 없는 연구전담교수로 임명한 이유가 무엇인지 대학측으로부터 아무런 얘기도 듣지 못했다.

별도의 규정도, 절차도 없이 복직된 교수를 연구전담교수로 임명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도 류강하 학장은 "학생을 맡길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규정이 없더라도 연구전담교수로 발령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래도 객관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이유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류 학장은 "합당한 이유가 있지만, 개인 신상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라면서도, 왜 당사자에게도 해명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근거를 제시하면 감정적 논란만 증폭될 수 있어, 소송처럼 불가피한 경우에만 제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객관적인 사유가 있다면 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는 등 절차를 밟아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한 교수 개인의 문제를 동료교수들에게 드러내는 것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라고 답변했다. 당사자인 교수를 배려한다는 차원에서 절차를 생략한 채 학장 개인의 판단에 따라 연구전임교수로 임명했고, 소송 등 법적으로 다투지 않을 경우에는 당사자에게 그 이유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과연 이것을 배려라고 볼 수 있을까.

현재로선 재심위의 결정을 크게 기대할 수 없다는 점도 상황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재심위는 그동안 '기타 그 의사에 반하는 불리한 처분'을 소극적으로 적용해, 강의배정 등 내부적인 학사운영은 재심위에서 다루는 '징계처분, 기타 그 의사에 반하는 불리한 처분'으로 보지 않았었다. 그렇다면 동의도 없이, 절차도 없이 대학이 교원에게 학생을 교육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했을 경우, 하소연할 데는 어디인가.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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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득기교수 2003-09-29 09:47:45
기사를 읽고 오늘날의 한국 대학의 대표적인 문제점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착잡합니다. 교원징계재심위원회는 대학 내의 의사결정에 대하여서도 관여하여 대학의 발전에 일조를 하여야 할 것입니다. 국가 기관이 관여하지 않으면 소위 말하여 학내 구성원들간의 담합에 의하여 비민주적인 의사결정이 내려질 여지가 얼마든지 있는 것입니다. 교수신문도 재심위에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여 언급된 교수처럼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