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01:35 (토)
'하버드대학 코스' 제시…"새롭지 않다" 비판도
'하버드대학 코스' 제시…"새롭지 않다" 비판도
  • 이민선 기자
  • 승인 2004.05.2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외대학가: 교과과정 개편하는 하버드대

하버드대가 26년 만에 교과과정을 광범위하게 재검토해 눈길을 끌고 있다. 1978년 교과과정을 대대적으로 개편한 이래 처음 시도하는 작업이어서 미국 대학들의 관심이 대단하다.

지난 5월 7일자 미국 교육전문지 ‘크로니클 오브 하이어 에듀케이션’은 하버드대 교과과정 재검토위원회(이하 위원회)가 4월에 발표한 ‘하버드대 교육과정 재검토 보고서(이하 보고서)’ 내용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보고서 내용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하버드대의 대표적인 교과과정이었던 ‘코어 프로그램(The Core Program)'의 폐지다.

 

코어 프로그램은 학부 교육에서 필수불가결하다고 생각되는 학문 영역에서 지식 접근방법을 소개하는 것인데, 해당 영역이 어떠한 지적 내용들로 채워져 있고, 어떤 형태의 연구들이 존재하는지 알려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학생들은 7개의 주제영역-해외문화, 역사학, 문학과 예술, 과학, 사회분석, 도덕추리, 양적 추리-에서 적어도 한 코스를 수강해야 한다.

대표 교과과정 '코어 프로그램' 폐지

그간 코어 프로그램은 여러 가지 점에서 비판받아왔다. 학생들은 코어가 다루는 주제가 너무 폭이 좁아 교양과목이 될 수 없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또 코어 프로그램이 매우 복잡하고, 학생들에게 매우 부담을 준다고 지적받아 왔다.

 

이같은 비판에 코어 프로그램을 만든 교수들도 한 몫 거들고 있다. 베네딕트 그로스 하버드대 학부대학 학장은 “코어가 너무 엄격하고, 게다가 특정한 주제의 기본적인 내용을 소개하는 것조차 실패했다”라고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하버드 대학 코스’라고 불리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제시한다. 전통적인 학과 구분을 넘어서 교육을 하고, 학생들에게 강의를 선택할 자유를 좀 더 많이 주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위원회는 또 학생들이 이수해야 할 강의수를 줄이는 게 마땅하다고 말한다. 베네딕트 그로스 학부대학 학장에 따르면, 어떤 학생들은 수강해야 하는 과목의 절반을 전공영역에서 듣고 있어, 다른 주제를 공부하기 쉽지 않다고 말한다.

이런 이유로 보고서는 한 전공을 마치기 위해 필요한 강좌수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프리 월코비츠 하버드대 부학장은 “전문화를 벗어나 학생들을 좀더 광범위하게 가르치는 쪽으로 이동할 계획이다”라고 말한다.

교수·학생 사이에 직접적이고 교육적인 교류를 찾아 볼 수 없다는 점 역시 문제다. 보고서는 많은 학생들이 대형강의를 듣는데, 거기에서는 교수에게 말을 걸 기회가 거의 없다고 말한다.

 

위원회 멤버로서 활동했던 조셉 그린 씨(3학년)는 “강의실에서 무엇을 할지, 그것이 효과적인지 아닌지 연구하는데, 교수들이 좀더 많은 시간을 써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윌리엄 커비 학장은 “하버드가 학생들이 교수들과 좀더 많이 만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더 많은 교수를 채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또 보고서는 1학년의 프레쉬맨 세미나와 모든 전공에서 실시하고 있는 주니어 세미나와 같은, 교과과정과 학생들의 전공을 넘어선 소규모 강의를 좀더 강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말하기와 쓰기와 같은 기본적인 능력을 기르는데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하버드대는 한 학기 과정으로 설명문 글쓰기를 과목을 개설하고 있지만 그것으로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보고서는 글쓰기 프로그램이 학생들의 여타 대학생활 경험과 연결돼야 한다고 말한다.

또 학생들에게 대학에서 외국어 공부를 하는 것을 적극 장려할 뿐 아니라, 재학 시기 동안 외국에 나가 공부하길 요구했다. 몇 몇 학생들에게는 재정적인 문제를 일으킬지도 모르지만, 위원회 참가자들은 학생들에게 해외 나가 공부하는 게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래서 학생들의 성적증명서에 해외연수프로그램에 참여했는지 안했는지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모든 졸업생이 ‘네이처’ 정도는 이해해야"

하버드대는 또 모든 학생들이 졸업한 후에도 기본적인 과학 원리 정도는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전공한 학생들도 과학에 대해 기본 지식을 알고 있어야 한다 게 위원회의 입장이다. 보고서는 “하버드 졸업생들은 ‘사이언스’, ‘네이처’와 같은 저널의 뉴스와 해설기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이같은 하버드대 교육과정 재검토 위원회의 보고내용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가 없는 건 아니다. 비판 중 하나는 보고서 제안들이 그리 새롭지 않다는 것. 스테픈 조엘 트라텐베르그 조지 와싱턴 대학 총장은 “그것은 새 부대에 담긴 헌 술이다”라고 말한다. 예컨대 말하기와 쓰기, 해외 연수에 대한 강조는 다른 대학에서도 마찬가지로 강조되고 있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또 보고서의 내용이 너무 많은 것을 담고 있다는 것도 지적사항이다. 검토과정에 참여했던 게리 펠드만 교수(물리학)는 “보고서는 상이하면서도 많은 토픽을 언급하고 있어, 이를 어떻게 실시할지 알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