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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10인의 진단-주한미군 감축, 어떻게 볼 것인가
전문가 10인의 진단-주한미군 감축, 어떻게 볼 것인가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4.06.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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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불안, 과장…상대적 자율성 확대해야

주한미군 재배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한미동맹관계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둘러싼 학계의 견해도 분분하다. 이에 교수신문은 관련 전문가 10인에게 안보공백, 자주국방의 수준, 바람직한 한미동맹 관계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이들의 견해는 냉전시대의 자주파와 동맹파의 이분법적 논리에서는 확실히 벗어났지만, 한미관계 변화의 전망에 대해서는 매우 흐릿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한미군 감축이 한미동맹관계 변화와 이어지면서 다양한 논쟁점이 형성되고 있다. 학계 또한 주한미군감축과 한미동맹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다. 물론 동맹파와 자주파라는 냉전시대적 이분법 논리를 따르진 않는다. 시대적 흐름에 따라 학계의 인식도 변하고 있는 것. 그렇지만 기존의 분석틀이나 이념지형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도 아닌데, 기본적으로 국제관계 지형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주한미군 감축이 미국의 세계전략과 군사운용전술 변화 속에서 이미 오래전에 마련된 계획이라는 것은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미동맹관계도 미국의 세계적인 전략 내에 위치지어진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 가운데, 전문가들의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과 미래에 대한 전망은 극과 극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가장 먼저 한반도 안보 공백에 대한 우려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주한미군이 감축돼도 당장의 안보엔 문제없다”라고 본다. 남한의 대북억지력이 월등히 뛰어나다는 게 그 이유다. 하지만 장기적인 안보에 대해선 견해가 갈린다. 우선 장기적으로도 안보우려가 없다는 의견이 있다. 함택영 경남대 교수는 “탈냉전시대에 전쟁가능성은 줄고 있으며, 미군이 철수하면 남한이 공격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라고 말한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교수와 김연철 고려대 교수도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있기에 안보불안이 없다”라고 본다.

동아시아 군비경쟁 우려 목소리도

이와 달리 김일영 성균관대 교수는 주한미군 감축이 안보에 불안요소일 수 있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이 남한에 뒤져도, WMD, 특수작전부대, 침투능력 세 가지 때문에 상당히 위협적인 존재”라고 말한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실장도 이런 위험성을 경고한다.

이와는 또 다른 차원에서 안보불안이 지적된다. 북한이 아니라 미국이 위협적인 요소라는 것이다. 현재 주한미군 재배치는 숫자상의 감축만이 아니라, 신속 기동군으로의 변환인데, 이에 대해 서재정 코넬대 교수는 “미군의 구조조정은 장기적으로 아시아 일대에 미군의 개입능력을 강화해 미국과 아시아 간의 군사력 불균형을 가속화하고 군비경쟁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라며, “이는 한반도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다”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학계 다수는 이 같은 예측을 속단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한국방어의 한국화, 가능한가

주한미군 감축은 곧 한미동맹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선 ‘한미동맹전선에 이상 없나’라는 것으로, 결속력 약화에 대한 우려다. 또 다른 측은 미 전략변화에 따라 한미동맹에서 한국군의 지위가 격하된다는 우려다.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는 “미국의 전략변화에 보조를 맞추지 못하면 한미동맹은 위험에 처한다”라고 말한다. 바꿔 말하면, 미국에 적극적으로 보조할 경우엔 ‘한미동맹 문제없다’라는 뜻이다. 하지만 김 교수는 “현재 국내정치가 젊은 계층을 중심으로 반미감정이 확산되고 있어 한미동맹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라고 말한다. 이같이 국내의 반미감정을 우려하는 한 축이 있는 반면, 오히려 한미동맹 변화는 미국의 전략변화로부터 기인한다는 견해들도 있다.

박건영 가톨릭대 교수는 “미국의 군사전략에 따라 한미동맹은 지역동맹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그것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라며 여전히 비대칭적인 위치에서 한미동맹의 변화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적한다. 

여기서 나아가 미국의 전략변화로 한국의 지위가 격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학순 교수와 함택영 교수는 “주한미군 재배치 이후 한미동맹관계에서 한국군의 지위는 상당히 격하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한미동맹 문제는 ‘자주국방’과 뗄 수 없다. 자주국방을 어떤 수준에서 얼마만큼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물론 한미동맹의 존재를 부정하는 완전한 자립의 자주국방을 말하는 이는 없다. 완전한 자주란 불가능하고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자주국방’은 개개인마다 의견이 다를 정도로 광범위한 스펙트럼을 형성하고 있다.

‘최소한’의 자주성 확보를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김성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자주국방이란 동맹유지 아래 한국방어의 한국화를 최소한 유지하는 것”이라 말한다. 김태효 외교안보연구원 교수와 김일영 교수도 “대북억지력에 우리 힘을 좀더 확보하는 수준”이라는 데 견해를 같이 한다.

좀더 자주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박건영 교수는 “주한미군의 감축에 따라 한국이 작전통제권을 환수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현실적으로 비대칭적인 한미동맹은 어쩔 수 없지만, 상대적인 자율성은 확보해가야 한다”라는 것. 나아가 단계적으로 대응력을 갖춰 주한미군을 철수해야 한다는 견해도 소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미군에 ‘협력적인 자주국방’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국방비가 예산의 3.4~3.5%로 증액돼야 하는데, 현 2.8%의 수준에서는 명백한 한계를 가진다는 비판들이 나오고 있다. 

현동맹 유지 vs 동맹탈피

좀더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한미동맹관계는 어떻게 전망되고 있을까. 이에 대해선 현 동맹틀을 유지해야한다는 견해와 완전히 벗어나야한다는 등 극히 대립적인 견해들이 나온다.

김태효 교수는 “바람직한 한미동맹이란 북한의 핵위협을 완전히 제거하고 개혁개방을 이루며, 미국의 협조 하에 대한민국의 방법으로 통일을 이루는 것”이라고 말한다. 냉전시대의 한미동맹관계를 그대로 고수하자는 건 아니지만, 변화의 흐름 속에서도 양국의 공조는 더욱 단단해져야 한다는 견해다. 김영호 교수와 이상현 연구원도 각각 “한미연합체제의 적극 공조”와 “포괄적인 동반자적 관계 구축”을 주장한다.

반면 백학순 교수와 박건영 교수는 각각 “상대적인 자율성을 점진적으로 확보해가야 한다”, “병렬적 관계를 확보해가야 한다”라고 말한다. 나아가 나토(NATO)와 같이 다자간 안보협력체제를 지향해, 한미간의 양자관계를 탈피해야 한다는 주장도 몇몇 있었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좀더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한미동맹관계는 어떻게 전망되고 있을까. 이에 대해선 현 동맹틀을 유지해야한다는 견해와 완전히 벗어나야한다는 등 극히 대립적인 견해들이 나온다.
김태효 교수는 “바람직한 한미동맹이란 북한의 핵위협을 완전히 제거하고 개혁개방을 이루며, 미국의 협조 하에 대한민국의 방법으로 통일을 이루는 것”이라고 말한다. 냉전시대의 한미동맹관계를 그대로 고수하자는 건 아니지만, 변화의 흐름 속에서도 양국의 공조는 더욱 단단해져야 한다는 견해다. 김영호 교수와 이상현 연구원도 각각 “한미연합체제의 적극 공조”와 “포괄적인 동반자적 관계 구축”을 주장한다.
반면 백학순 교수와 박건영 교수는 각각 “상대적인 자율성을 점진적으로 확보해가야 한다”, “병렬적 관계를 확보해가야 한다”라고 말한다. 나아가 나토(NATO)와 같이 다자간 안보협력체제를 지향해, 한미간의 양자관계를 탈피해야 한다는 주장도 몇몇 있었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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