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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비틀어보기] 남성 중심 자본주의를 움직여 바꾸는 길
[문화 비틀어보기] 남성 중심 자본주의를 움직여 바꾸는 길
  • 김수아
  • 승인 2021.05.14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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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비틀어보기_『페미니스트 라이프스타일』 김현미 지음 | 반비 | 340쪽

능력주의에 호소하기보단 게임의 룰 바꾸고 
자본주의가 요구하는 시간 배열에서 벗어나야
 

페미니즘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해 답을 꾸준히 만들어가고 있는 실천적 학문이다. 『페미니스트 라이프스타일』은 저자 김현미 연세 대 교수(문화인류학과)가 ‘줌마네’에서 기획한 강연 내용을 다듬어 낸 책으로, ‘살아냄과 살아가기’에 대한 책이다. 

저자는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고, 내가 어떤 사람이라고 보여주는가가 페미니스트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행위라 보는 것이 라이프스타일 페미니즘”이라면, “페미니스트 라이프스타일은 여성 억압적 체제와 인종, 계급, 섹슈얼리티 등에 의한 불평등이 결합하여 만들어내는 부정의에 맞서기 위해 사는 방식을 바꾸고, 관계를 맺고,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254쪽)이라고 설명한다. 

페미니스트 라이프스타일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 책은 신자유주의 경제와 일터, 시간의 재배열을 위한 기획들, 위치 이동을 위한 사유들, 여성 연대를 위한 실천들이라는 4개의 주제로 나누어 여성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구조적 억압이 무엇인지를 드러내고 여성들의 억압적 경험과 연대의 시도들 그리고 그 안의 차이들을 세심하게 보여준다. 

여성의 삶에 영향 끼치는 구조적 억압 

저자는 삶의 기획을 재구성하기 위해 여성들의 일상경험 즉 일과 삶의 경험에서부터 출발하고자 한다. 불안이 일상화된 가운데, 일은 재미있지만 관계가 힘들다고 말하고 그렇기에 자신의 역량을 강화하여 일터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전하면서, 신자유주의적 능력주의에 호소하기보다는 게임의 룰을 바꾸기 위한 이동이 필요하다는 점을 짚어낸다. 이 책의 중요한 키워드는 이동, 즉 움직이고 바꾸어내는 것이다. 이동하려면 먼저 자본주의가 요구하는 시간 배열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 

저자는 주변을 돌아보지 않아도, 함께 하려는 노력이 없이도 무한하게 발전가능하다는 신념을 갖게 만드는 초남성주의적 발전국가의 시간 패러다임의 문제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자기 돌봄을 할 줄 아는 자활 노동에 익숙한 사람들이 타자들과 협력해나가는 새로운 공동체를 지금 가능한 선택지로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활 노동이라는 개념으로 평가절하된 돌봄 노동의 의미를 살려내면서, 가정을 민주화할 수 있는 기초로 자활 노동을 사고할 때 소비의 권리만을 주장하는 자본주의의 정치로부터 이동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을 가질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이동에의 요구는 다소 버겁게 느껴 질 수 있다. 저자는 강연 중, 소진되고 있고 끊임없는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는 감각을 가진 청중 그리고 독자에게 그러한 소진됨을 알고 있다면서 다정하게 말을 건다. 소비를 통해 페미니스트됨을 증명해야 할 것 같고, 매일매일 페미니스트의 진정성을 드러내야 할 것 같은 상황에서 그 소진됨은 외로움을 느끼도록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 소진됨을 복원할 수 있는 길은 더 나아감을 통해서 가능하다. 내 주변에 살아있는 더 많은 존재와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 개방적인 협력적 자아의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이동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동 속에서, “서로의 삶의 역사에 기입할 수 있는”(330쪽) 페미니스트 동료를 만나게 되기를 기원하면서 저자는 페미니스트 공동체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을 것을 당부하고 있다. 

 

 

김수아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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