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처한 사립대의 진로를 모색하기 위해 전국의 사립대 총장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14일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회장 신극범 대전대 총장)는 ‘사학운영의 자율권과 사학의 발전’ 등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신극범 대전대 총장은 “한국의 사립대학은 교육 1백년 역사에서 유래가 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라고 전제하고 위기의 원인으로 사학운영의 자율권 제한 등을 지적했다. “정부의 획일적 통제 하에서는 사학이 특성화된 인재를 양성하지 못한다”는 것.
신 총장은 “정부의 정책방향에 맞춰 이공계 학과 수와 정원을 부풀리다보니, 대학간 특성을 찾을수 없게 됐다”라며 현재 이공계가 처한 어려움의 원인을 정부의 획일적 정책방향에서 찾았다. 또, “교육부가 표방하는 ‘선택과 집중’은 근본적인 원인을 고려하지 않고, 당장 신입생 모집율이 낮은 지방대를 재정 지원대상에서 제외시켜 퇴출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신 총장은 사학의 활성화 방안으로 국․사립대의 역할분담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국립대는 비인기 기초학문에 주력하고 정보통신이나 의학, 경영 등 이른바 ‘장사’가 잘 되는 부분은 사립대가 담당해 사학의 재정적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사립학교법 개정과 관련한 사립대 총장들의 의견 개진도 활발했다. ‘사립학교법과 대학의 발전’이란 주제로 발표한 김병묵 경희대 총장은 열린우리당의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대해 “개정 이유 자체가 모호하다”라고 비판했다. 김 총장은 “형사법 적용으로도 해결할 수 있는 사학비리를 굳이 사립학교법 개정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느냐”라며 “극소수의 비리 사학 문제로 절대 다수의 건전 사학까지 규제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사학발전 방향으로, △건전사학 육성을 위한 사립대학진흥법 제정 △고등교육 재정확충을 위한 교부금 제도 도입 △사학의 경상비 중 10%이상 지원 등 사립대 재정지원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손봉호 동덕여대 총장은 “우리나라 사학이 선진국들의 국립 혹은 주립대보다 더 많은 통제를 받고 있는 것은 상당부분 사립대 자신들의 책임”이라며 도덕적 권위를 잃은 사립대에 비판의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사립학교법 개정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 손 총장은 “사립대가 자율권을 제대로 행사하려면 우선 경영과 학사행정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해 사회의 존경을 받아야 한다”라고 연설을 마쳐 관중의 주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