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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명 이상의 공통 조상 가진 인류
1조 명 이상의 공통 조상 가진 인류
  • 김재호
  • 승인 2021.07.02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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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인종차별주의자와 대화하는 법』 애덤 러더포드 지음, 황근하 옮김 | 삼인 | 220쪽

 

인종의 차이는 과학이 아니라 피상적 편견
유전자의 차이는 인종이 아니라 인종 ‘내’에서 발견

러더포드는 피부, 지능, 신체, 운동기량, 인종 혹은 민족의 순수성과 우월성에 대해 과학적으로 접근한다. 미국의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르윈틴(1929~ )은 1972년 「인간 다양성의 배분」이란 논문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인간에게 있는 2만∼2만5천 개의 유전자의 차이 85%는 “기존 개념의 인종들 사이가 아니라, 인종 ‘내’에 있다”라고 한다. 

조상을 유전학적으로 따져보면, 우리 모두는 1조 명 이상의 조상들을 갖고 있다. 러더포드는 “한 세대를 25~30년으로 가정했을 때, 세대를 거슬러 올라갈 때마다 조상들의 숫자는 두 배가 된다”라면서 “1천 년이 되면, 조상은 1조995억1천162만7천776명이 된다”라고 밝혔다. 이러니 내가 순수 혈통이네, 하는 소리들이 얼마나 비과학적인지 알 수 있다. 

러더포드는 “인종적 순수성이라는 개념은 몰역사적인 유사과학”이라며 “인종은 사회적 구성물”이라고 표현했다. 우리는 비과학적으로 인종을 인식한다. 그래서 인종이 존재한다. 인종차별주의는 우리가 특정 인종에 대해 혐오를 갖고 행동하게에 존재한다. 러더포드의 일침이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한다. 

그런데 2020년 2월,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서 조너선 목이라는 학생이 폭행을 당했다. 그는 싱가포르 출신이었다. 폭행범 4인은 조너선 목이 코로나19를 퍼뜨린다며 때렸다. 그 당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은 코로나19의 원인을 ‘쿵플루(쿵푸와 플루의 합성어)’라며 중국을 비난했다. 중국계처럼 생긴 조너선 목은 그렇게 인종차별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의 원인인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기원은 과학적으로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아시아계인들에 대한 ‘묻지마 폭력’이 발생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우한’ 폐렴이라고 찍힌 주홍글씨는 여전히 막강하다. 저자 애덤 러더포드에 따르면, 스페인 독감은 스페인에서 기원한 게 아니다.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스페인은 참전하지 않아 언론의 자유가 있었다. 그래서 스페인은 1918년에 발생한 인플루엔자 범유행을 공공연히 더 자주 보도했다. 그 결과 ‘스페인 독감’으로 명명됐다. 스페인 독감의 기원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특히 인종차별은 흑인에게 심하다. 조지 플로이드(1973~2020), 제이콥 블레이크(1991~ ), 레이샤드 브룩스(1993~2020), 브레오나 테일러(1993~2020)는 모두 미국 경찰에 의해 과잉진압된 이들이다. 그 결과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었다. 러더포드는 “인종이라는 개념은 늘 인간을 범주화하려는 시도와 연관되어 있으며, 그것은 대상을 단순화하려는 것일 때도 있고, 더 많은 경우는 정복하고 착취하려는 의도로 유사과학의 서사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적었다. 

현재 인종은 63개에 이른다. 인간을 범주화 하지 않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할까? 현대과학은 유전학을 통해 자신의 DNA 암호를 알게 해주었다. 그 결과 “모든 인간들은 거의 모든 DNA를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라는 게 밝혀졌다. 인종과 민족이라는 가림막이 옅어질 수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유전학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후생유전학은 DNA 이외의 모든 것들 역시 사람의 형질을 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어쨌든 “인종적 차이점이란 피상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게 결론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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