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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 전통의 덕성여대 ‘교양독서세미나’
36년 전통의 덕성여대 ‘교양독서세미나’
  • 이민선 기자
  • 승인 2005.03.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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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명 정원의 80여개 소그룹으로 운영…매달 교·강사 회의

최근 들어 일부 대학들이 학생들의 책읽기에 주목했던 것과 달리, 덕성여대의 교양독서세미나의 전통은 깊다. 이미 1969년부터 교양독서세미나 프로그램을 의욕적으로 도입했으니, 3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덕성여대가 어떻게 36년 전부터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는 소규모 세미나에 주목했는지, 정확한 배경에 대해서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다만 1980년대부터 이 대학에 재직해 온 심민화 교양학부 학장(불문학)에 따르면, 1차 경제개발계획이 끝난 후 사회적으로 생긴 약간의 여유와 70년대 주입식교육에 대한 비판이 어우러져 교양독서세미나 도입의 배경이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교양독서세미나의 모델은 미국 MIT대의 것이라고 한다. 당시 MIT 공대 졸업생들은 미국 사회에서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는데, 공학 및 경영학적 지식만으로 똘똘 뭉쳐진 MIT 졸업생들이 인간을 이해하지 못하고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부족했던 점이 가장 큰 이유였다. 이로 인해 MIT대는 소규모의 독서세미나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이를 덕성여대가 적극 도입한 것이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덕성여대 교양독서세미나는 정원 20명의 80여개의 소그룹으로 나누어 운영된다. 여기에 투입되는 교수 및 강사는 모두 28명. 전임교원은 14명, 시간강사도 14명이다. 학생들은 매 주 한 권의 책을 읽어 학기말에는 모두 14권의 名著를 완독해야 하고, 1년이 지나면 28권의 책을 읽게 된다. 학생들은 수업시간마다 자필로 쓴 A4 한 장 분량의 독후감을 제출해야 하고, 치열한 토론을 해야 한다. 수업 평가기준은 수업(토론) 60%, 출석 10%, 보고서 30%이기 때문에 선배의 독후감을 베껴 제출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도서와 토론 주제 선정은 매 달 한 번씩 열리는 교수와 강사간의 협의를 통해 이루어진다. 28권의 도서목록의 경우 매년 30% 정도씩 목록을 변경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데, 전임교원의 주축이 돼 강사와 의논한 후 변경된다. 책이 선정되면 토론주제를 3~4가지 정도 압축하며 다음 학기 수업계획서에 반영한다.

이 과정을 통해 정해진 수업계획서는 교수와 강사들이 한 학기동안 진행해야 할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된다. 교수자에게 전적으로 맡길 경우 수업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는 생각에 이러한 최소한의 지침을 만든 것. 교수자의 특성에 따라 토론 주제를 가감할 수 있는 융통성은 발휘된다.

대학 측은 교양독서세미나 운영을 위해 현재 세미나실 10개를 운영하고 있고, 지난해에는 멀티미디어 기기가 장착된 세미나실을 추가로 지원했다.

사실 현재의 덕성여대 교양독서세미나는 1969년 당시보다 4분1 가량 축소된 모습이다. 당시 학생들은 매 학기마다 한 과목의 교양독서세미나를 반드시 수강해야 했다. 1학년은 문학의 이해, 2학년은 인간과 사상, 3학년은 역사와 사회, 4학년은 여성과 사회 분야에서 각각 한 과목씩, 졸업 전까지 모두 8과목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80년대 후반, 90년대 후반 두 차례 개편과정을 거치면서 1년 동안 2과목을 수강하는 것으로 축소됐다.

심민화 교양학부 학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교양독서세미나의 규모가 줄어들기는 했으나, 여전히 타 대학보다 내실있게 운영되고 있다고 자부한다”라고 말하고, “복합적인 언어 및 사고 능력을 기를 수 있는 세미나 수업이 1학년 학생들의 교양수업으로는 더없이 좋기 때문에 더욱 신경을 쓸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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