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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대학설립운영규정개정안 입법예고, 그 후
초점: 대학설립운영규정개정안 입법예고, 그 후
  • 김조영혜 기자
  • 승인 2005.03.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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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유치 활성화 기대…기업소유권 인정, ‘불씨’ 될 듯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가 입법예고한 대학설립•운영규정 개정안을 두고 실효성과 향후 파급력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2월 4일 교육부는 설립자 외에도 대학 내 부지에 시설을 짓는 민간투자자에게 시설 소유를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대학설립•운영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지금까지 대학 부지 내에는 설립주체가 아닌 자가 소유하는 건축물을 둘 수 없도록 했으나, 이를 전면 허용해 학교시설의 민간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이 개정안으로 대학의 열악한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기업에게는 투자의 기회를 줘, 대학과 기업 모두에게 득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 시행에 대한 우려도 크다. 개정안에 따르면, ‘교육 및 공공의 목적에 부합하는 시설로 설립주체가 필요로 하는 건축물에 대해 국가, 지방자치단체, 정부출연기관 및 산업체 등이 건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안대로라면 건축자와 건축용도에 대한 제한이 없어, 기업이 자유롭게 대학 내 부지를 이용해 영리를 추구하는 시설을 건축, 소유하게 된다.

 

이와 관련, 새삼스레 대학의 공공성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교수노조 등 교수단체들은 “기업이 대학에 건물을 지어 기증할 뿐 대학 내에서 영리를 목적으로 사업을 벌이는 것을 막아온 것은 대학의 공공성 때문”이라며 “개정안 시행으로 대학이 기업의 수익사업현장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라고 지적했다.

 

누가 어떤 건물을 짓는가에 대한 논란도 분분하다. 투기업자가 편의시설로 주류 음식점을 짓겠다고 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 또, 기숙사비 인상 등으로 학생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민간자본으로 지어진 교육관련 시설 사용을 위해 돈을 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박정원 상지대 교수(경제학과)는 “대학 내 시설 건축 계약을 둘러싸고 대학과 기업이 유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며 “계약과정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건물 운영에 대해서도 대학의 발언권을 높이는 등의 규제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학교시설의 민자유치는 기부체납 형식으로만 진행 돼 활성화되지 못했다. 민자유치를 활성화하기 위해 모든 제한을 푼 것”이라며 “사립학교법에 의해 대학 내 시설의 건축, 매매 등은 교육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해, 규제 절차를 갖추고 있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편 현행대로 기업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고도 민자유치에 성공한 대학들의 선례도 있다. 명지대는 경찰공제회로부터 1백억원을 투자받아 지하2층 지상7층의 기숙사를 설립 중이다. 올해 완공 예정인 기숙사는 명지대의 소유이며 15년 동안만 경찰공제회에서 수익을 가져가게 된다. 한양대 안산캠퍼스는 네오부동산투자자문회사가 3백80억원을, 한양대가 40억원을 투자해 기숙사를 짓고 있다. 역시 기숙사 소유권은 한양대가 가지며 수익은 30년간 투자회사에 돌아간다.

 

몇몇 사립대들이 민자유치로 기숙사를 지으며 20~30년간 수익금 전액을 기업체로 돌리는 것과 달리, 건국대는 원금과 이자만을 주고 민자유치에 성공하기도 했다. 건국대는 산업은행 자회사인 산은자산운용주식화사에서 4백억원의 펀드를 지원받아 지하1층 지상12층의 기숙사 3동을 짓지만, 원금과 일정 이자(8.5~9%)만을 돌려줄 뿐 운영 수익금은 전액 건국대가 갖기로 했다. 건국대는 13~15년이면 원금과 이자를 모두 상환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처럼 개정안이 아니더라도 민자로 대학시설을 유치하는 대학들이 있는데, 굳이 기업에 소유권을 줄 필요가 있느냐는 반응도 있다.

 

건국대 관계자는 “20~30년 동안 수익금을 투자자가 가져가는 민자유치와 달리, 운영수익의 전부를 건국대가 갖기로 했다”라며 “대학은 투자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에 원금과 높은 이자만으로도 기업 투자 유치가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대학설립․운영개정안은 현재 법제처의 심사를 마치고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의결, 대통령의 재가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 법안은 3월 말, 시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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