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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 독립운동, 중국·북한 사회주의 혁명사로 변질 우려
만주 독립운동, 중국·북한 사회주의 혁명사로 변질 우려
  • 장세윤
  • 승인 2021.08.27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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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다_『중국 동북지역 독립운동사』 장세윤 지음 | 선인 | 496쪽

종속해방운동과 독립전쟁은 우리를 알기 위해
중요한 정신적 자산으로 미래의 가치로 부활해야

과거 우리가 ‘만주(滿洲)’라고 불렀던 중국 동북지역은 지정학적 관점에서 볼 때 우리 민족의 운명이나 역사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친 지역이었다. 특히 이 지역에서 전개된 한국인들의 독립운동, 민족운동은 근래 중국과 북한에서 자신들에게 편리한 방향으로 왜곡되고 있는 현상을 파악할 수 있다. 

즉 중국에서는 중국조선족 반일투쟁사․소수민족의 중국혁명투쟁사로, 북한에서는 김일성의 ‘불멸의 역사’로 변형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지속적으로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을 과장하고 신성시하여 근래에는 소위 『불멸의 역사』, 이와 관련된 『불멸의 향도』 총서 등을 간행하는 등 북한 정권의 정통성을 뒷받침하는 공적 기억의 이데올로기, 국가차원의 이야기의 원천으로 활용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20세기 초․중반 중국 동북지역에서 전개된 우리 민족의 독립운동사나 이주사 등을 연구․교육하지 않으면 ‘중국 조선족’의 반일투쟁사나 이주사, 중국혁명사, 북한 정권의 정통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사회주의혁명사로 변형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해외독립운동사 연구동향을 보면 매우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분야 관련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신진 연구자는 극소수이다. 2016년부터 2021년 2월까지 국내 대학에서 해외 독립운동 관련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연구자는 6명으로 파악된다(김민호․신효승․이숙화․조덕천․조은경․차현지). 이 가운데 중국 동북지역(만주) 독립운동 관련 주제 박사학위 논문은 단 두 편에 불과하다(신효승․이숙화). 해외 대학을 포함할 경우 중국 연변대학에서 이흥왕(李興旺)의 「중국동북지구 조선인 반일부대 연구」가 2019년 초에 제출되었으므로, 최근 6년간 모두 세 편에 지나지 않는다. 이 논문의 제목이 연변학계의 시각을 잘 보여주고 있다. 추후 좀 더 많은 신진 연구자들이 안정적으로 연구․교육에 전념케 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해외 독립운동 박사학위 논문, 소수에 불과

근래 ‘국민국가’ 개념과 유형, 그 기능에 대한 많은 비판적 논의가 제기됐다. 특히 21세기 대전환의 시대, 특히 눈부신 산업화, 정보화, 국제화시대, 그리고 코로나19 전염병의 유행에 따른 팬데믹과 인공지능 시대 도래라는 현실에 비추어 보면 100여 년 전의 독립운동 관련 사실이나 이야기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반문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명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일찍이 “너 자신을 알라”고 설파했다. 그런데 유명한 이 경구의 진의는 단순히 자신을 안다는 자기인식의 문제가 아니다. 재산(재물)이나 지위, 명성(명예) 등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이성이나 진리, 참된 가치나 신념, 자신의 영혼 등, 자신에 대한 배려와 수양, 절제 등을 통한 자기완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우리도 일련의 자유와 정의, 평등, 인류 공영을 위한 투쟁인 독립운동사 이해를 통해 우리 자신을 알고, 절제와 경청, 공동체를 향한 희생과 헌신 등을 통한 자기수양과 배려, 자신의 영혼을 위한 정신적 가치를 주목하고 강화할 필요가 있다.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기억하지 못할 때 과거(사실)는 ‘없음(부존재)’에 불과하지만, 과거의 특정 사건이나 사실, 인물들을 기억하고 찾는다면 그것은 ‘있음(존재)’, 나아가 유의미한 가치가 있는 신념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가 중요한 정신적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종속해방운동, 독립전쟁을 기억하고 의미를 찾으며, 이를 미래의 가치로 되살릴 수 있는 다양한 조사․연구와 교육, 이야기 하기 등의 일련의 기억장치와 노력이 필요하다. 역사를 매개로 반성과 성찰 기회를 가질 필요가 있다. 

창조적 소수자들은 낡은 이념과 제도를 타파하고, 새로운 신념과 가치를 적극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온갖 어려움을 무릅썼다. 우리는 지난한 투쟁의 역사, 독립운동사를 기억하고 이야기하며, 후세에 널리 전할 필요가 있다.

 

 

 

장세윤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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