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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결 원칙이 진정으로 민주적인가
다수결 원칙이 진정으로 민주적인가
  • 유무수
  • 승인 2021.10.07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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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다수가 옳다는 착각』 로렌스 E. 서스킨드 외 1명 지음 | 김학린 옮김 | 지식노마드 | 328쪽

다수가 모든 걸 가져가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숙의적 토의를 통한 정보 공유와 합의가 필수적

그랜트(1822∼1885, 미국 18대 대통령) 대통령 시절 육군 공병 장군인 헨리 마틴 로버트는 격동의 도시였던 샌프란시스코에서 회의의 질서를 유지해야 했다. 그가 1876년에 발표한 로버트 회의법은 다수결이 의사결정의 기본원칙이며, 전체의 이익과 개인의 권리가 충돌할 경우 개인의 권리는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MIT-하버드 로스쿨의 공공분쟁 프로그램 책임자인 서스킨드 교수는 다수결 중심의 로버트 회의 규칙은 민주적이지 않으므로 부숴버려야 한다고 비판하며 합의형성접근법(CBA, Consensus Building Approach)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저자들에 의하면 로버트 규칙은 합의 형성과는 거리가 먼 의회에 적합한 프로세스에 불과하다. 로버트 규칙에서는 경쟁자보다 상대적으로 숫자를 더 확보하기만 하면 모든 것을 갖는다는 제로섬 게임의 논리가 난무하는 반면, CBA에서는 숙의(deliberation)적 토의를 거치면서 충분히 정보가 공유된 합의(informed consensus)에 이르고자 한다. 

1978년 이스라엘-이집트 평화협정을 도왔으며 1997년 교토기후협약의 성공적인 글로벌협약에도 기여한 서스킨드 교수는 이 책에서 조정자로 참여한 협의사례를 각색하여 관련자 소집에서 문제해결에 이르는 CBA의 진행과정을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CBA의 핵심단계는 다섯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잠재적 소집자를 정해 갈등 영향을 분석하고 이해당사자 대표를 식별한다. 둘째, 첫 회의에서는 협의체 전체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검토하고, 공동체와 소통할 수 있는 옵션을 평가해야 한다. 셋째, 투명성을 유지하면서 공동으로 사실을 조사한다. 필요시 실무 소위원회를 만들고, 숙련된 촉진자를 활용할 수도 있다. 넷째, 합의안을 도출하되, 대화의 리더는 “기술된 제안서 패키지를 감수할 수 없는 사람이 있습니까?”라고 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합의 이행 단계에서는 진행상황을 정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어획량 조절을 통해 어족자원을 보호하자는 ‘환경론자’와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지런한 어업활동으로 생계를 유지하겠다는 ‘어부’ 중에서 어느 쪽이 옳은가? 최적의 해결책을 모색하는 숙의토론이 무시된 결정에서 심각한 부작용의 발생은 필연적이기 때문에 CBA는 독단을 부정한다. CBA는 관련 전문가의 토의 테이블에서 이해당사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일련의 기준선을 만들고 어류 개체수의 변동상황을 확인하는 것을 선행시킨다. 

승리가 아니라 문제해결이 목표인 CBA에서는 좌절하는 패자를 탄생시킬 일방적 속전속결의 투표가 아니라 프로세스 전체에 걸쳐 효과적인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더 철저하게 검토하고 의사결정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그 결정을 더욱 안정적으로 만드는 방법은 충분한 토론과 합리적 논쟁이라는 것이 CBA의 입장이다.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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