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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선사, 그 형성과 지속
만선사, 그 형성과 지속
  • 최승우
  • 승인 2022.03.23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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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우 지음 | 사회평론아카데미 | 288쪽

식민주의 역사학의 주요 담론으로 비판받고 있는 ‘만선사’란 무엇인가? 지금까지 학계에서는 만주와 조선을 아울러 지칭할 때 사용하던 ‘만선’이란 용어가 러일전쟁 이후 일본의 대륙 침략을 역사적으로 합리화하기 위해 ‘만선사’라는 학술적 용어로 탈바꿈했다고 여겨왔는데, 오늘날까지 이러한 시각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만선사를 다룰 때 만주와 조선에만 집중해온 것 또한 사실이다. 이 책은 만선사가 일본의 대륙 침략 과정에서 등장하고 전개된 것일 뿐 아니라 일본사를 중심으로 만주와 조선 및 대륙의 역사를 재편하는 것이었다고 한다면, 침략의 주체이자 새로운 역사 판도의 중심인 일본사를 함께 사고해야 일본의 팽창에 따른 동아시아 역사 재편 과정으로서 만선사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제국 일본의 이데올로기를 생산한 주요 조직과 담론을 살펴본 ‘일제 식민사학 비판 총서’의 세 번째 권인 이 책은, 만선사라는 이름 아래 만주와 조선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연구자들, 그중에서도 특히 스스로 만선사가를 자처했으며, 지금까지도 그 대표자로 꼽히는 이나바 이와키치의 논의를 중심으로 만주와 조선의 역사에 대한 당시 일본인 역사가들의 연구 궤적을 밟아나감으로써 만선사가 무엇인지 그 논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또한 이나바로 대변되는 일본인 연구자들이 동아시아의 역사를 어떻게 그려냈으며, 그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찰함으로써 식민주의 역사학의 실체를 입체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만선사는 무엇이며,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이 책은 특히 일본인 연구자 이나바 이와키치를 중심으로 ‘만선사의 형성과 지속’에 관한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이를 중심으로 전개하는 첫 번째 이유는 그가 만선사학자로 자신을 정의한 몇 안 되는 학자로서 유일하게 만선사의 체계화를 시도하며 그 구조를 설명하려 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그의 이력이 식민주의 역사학을 대변해주기 때문이다. 중국어를 전공한 이나바는 당시 저명한 동양사학자 나이토 고난을 만나면서 역사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으며, 러일전쟁 후 설립된 남만주철도주식회사의 만선역사지리조사부와 조선총독부 산하 조선사편수회의 조선사 편찬을 총괄했으며, 이어 만주의 건국대학에 교수로 부임하였는데,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그를 자연스럽게 만선사 연구로 이끌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근대 역사학의 세례를 입은 역사학자이자 침략의 선봉에서 연구를 진행한 제국 일본의 연구자라는 이나바의 두 측면이 만선사를 고찰할 때 시사점을 준다고 말한다. 

이 책은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만주사에 대한 일본인 연구자들의 접근」에서는 만선사 연구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1910년대 중반 이후 만주사 연구의 전개를 다루고 있다. 이 시기 연구는 일본인 연구자들에 의해 만주의 역사가 구체화되는 과정을 보여줌과 동시에 일본까지 포함한 동아시아 역사를 어떻게 구조화하려 했는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2장 「조선 강점 이후 조선사 연구와 서로 다른 시각들」에서는 19세기 후반 이후 일본인 연구자들의 조선사 연구와 1922년 이래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이나바의 조선사 연구를 다루고 있다. 특히 당시 조선사에 대한 이나바의 시각이 다른 일본인 연구자들과 어떻게 다른지를 통해 그의 만선사 연구의 전제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다. 3장 「대륙 침략과 만선사의 체계화」에서는 만주사변과 만주국 건국으로 만주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던 당시 유일하게 만선사의 체계화를 시도한 이나바의 저작들을 통해 만선사라는 것이 단순히 만주와 조선을 뭉뚱그리는 것이 아니라 일본을 대륙의 역사적 전개에 참여시키는 것이었음을 읽어내고 있다.

4장 「만선사 체계의 지속」에서는 만선사를 체계화한 이후의 상황을 다루고 있는데, 당시는 만주국 건국 이후 일본 정부의 후원으로 만주사 연구가 대대적으로 이루어졌을 뿐만 아니라 일본의 침략이 대륙의 안쪽, 즉 몽골 방면으로 향하면서 ‘만선’을 대신하여 ‘만몽’이 새로운 관심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일본인 연구자들의 조선사 연구 열기는 사그라들었으며, 만선사는 이전과 같은 영광을 누리지 못했다. 이러한 시기에 이나바가 조선사와 만주사에 대해 각각의 통사를 집필한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여기서는 이 두 권의 통사를 중심으로 만선사의 구조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다른 연구자들과는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는지를 고찰함으로써 식민주의 역사학의 전개에서 만선사의 의미를 살펴보았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만선사는 결국 대륙과 동떨어진 섬나라인 일본의 역사를 대륙의 역사적 전개와 결부 지음으로써, 동아시아에서 일본의 위상을 극대화하고자 했던 것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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