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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오고 싶은 대학’이 살아남을 대학이다”
“‘학생이 오고 싶은 대학’이 살아남을 대학이다”
  • 윤정민
  • 승인 2022.04.14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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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내일을 말한다 ⑨ 『미래의 인재, 대학의 미래』 쓴 민경찬 연세대 명예교수

“대학은 ‘연구소’가 아니다. 대학의 본질인 ‘교육기관’을 살리려면, 교육 기능을 강화하도록 연구·논문 중심인 대학·교수 평가 시스템부터 바꿔야 한다. 보다 좋은 교육을 위해 꾸준히 훈련하는 교수에게도 충분한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한다. 교육부는 대학들이 어떻게 스스로 발전할지 계획서를 받아서 ‘블록펀딩’ 방식으로 예산을 지급해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도 걱정해야 하는 건 맞지만, 사실 큰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100세 시대에는 직업을 몇 번씩 바꿔가면서 살아야 하므로, 재교육(Reskill)과 직무향상교육(Upskill), 즉 ‘평생교육’이 교육의 중심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평생교육을 아직까지 정년 후 문화센터에서 배우는 교육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우리는 앞으로 대학을 ‘인재를 3모작, 4모작하는 곳’으로 생각해야 한다.”

민경찬 연세대 명예교수(수학·73, 사진)는 지난 1일, 줌(Zoom)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민 교수는 대학을 지금의 위기로 빠뜨린 건 학령인구 감소보다 대학이 교육 혁신을 쉽게 시도하지 못하도록 가둔 ‘획일화·고정화된 틀’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대학들이 정부 재정지원사업, 국내·외 대학 평가에 목매고 있다는 뜻이다.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가 “2030년에 세계 대학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듯, 민 교수는 앞으로 살아남는 대학은 ‘학생이 가고 싶은 대학’이라고 말했다. 학생이 가고 싶은 대학과 이 대학이 만들어내는 인재상은 무엇일까. 민 교수는 그 물음에 대한 답을 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 등 6명과 함께 지난달 쓴 『미래의 인재, 대학의 미래』에서 밝혔다. 민 교수는 <교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총장 임기 제한 완화 등 분량상 책에 담지 못한 그만의 대학 혁신안도 털어냈다.

 

△ 책을 펴낸 계기는.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인재가 필요하다. 새로운 인재를 만들려면 교육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우리 대학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방향과 롤 모델을 알려주고 싶었다.

이 책은 대학뿐만 아니라 정부, 기업, 언론, 학부모에게도 전할 메시지를 담았다. 청소년과 학부모는 교육을 온전히 대학 입시에만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는 다르다.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가 되기 위해 어떻게 준비하는 게 바람직한지, 이 책을 읽으면 그 정보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 이 책에서 말하는 ‘대학 혁신’은 무엇인가.

“대학 혁신을 말하기 전에 ‘대학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얘기하고 싶다. 대학은 ‘교육기관’이다. 즉, 사람을 키우는 곳이다. 결국, ‘학생이 가고 싶은 대학’을 만드는 게 대학 혁신이다. 여기서 말하는 ‘가고 싶은 대학’은 나의 진로를 만들어줄 수 있는 대학, 나의 꿈을 성취하는 데 자신감을 주는 대학을 말한다.”

 

△ ‘가고 싶은 대학’이 만드는 인재상은 무엇인가.

“미래에 어떤 상황을 만나더라도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인재를 만들어야 한다. 앞서 말했듯, 사회 변화 속도가 예전보다 훨씬 빨라지고 있다. 지금의 ‘100세 시대’를 살아야 하는 청년들은 지금 존재하지 않는 일자리를 포함해 직업을 몇 번씩 바꿔가면서 살아가야 한다. 대학은 이들이 이 변화를 대비하도록 도와야 한다.”

 

△ 우리나라 대학은 왜 변화의 흐름에 뒤처졌는가.

“각 대학이 ‘생존’만 생각하고 있다. 현재의 문제에만 모든 힘을 쏟아붓다 보니 미래에 대한 관심과 준비가 부족하다. 변화보다 구조조정, 재정, 평가 등에 더 관심을 두고 있으니, 대학들이 획일화되고 경직된 환경 속에 머물러 있다.

물론 이 문제를 대학에만 책임을 온전히 물을 수 없다. 교육부, 국회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만든 문제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대량생산 체제 산업구조에 맞는 ‘모방’과 ‘개선’으로 발전해왔다. 그래서 ‘우수한 학생’이라는 개념은 지금까지 ‘열심히 공부해서 A+를 받는 학생’, ‘시키는 일을 잘하는 성실한 학생’, ‘SKY 등 명문대 졸업장을 받은 학생’이었다.

창의력을 강조하는 미래의 우수한 학생은 풍부한 상상력과 실패하면서도 이겨내는 도전 능력을 지니며, 꿈과 목표를 가지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자기주도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 남보다 더 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자기만의 특수 분야에서 최상의 전문가여야 한다. 명문대 졸업보다 사회의 다양성을 수용하고 토론하고 협업해서 문제 해결 능력, 생산성을 키우는 학생이 우수한 학생이다.”

 

△ 대학이 변화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할 일이 있을까.

“대학과 학생 간의 원활한 소통 체계를 갖추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대학이 개개인의 학생에게 꾸준히 관심을 보이고, 미래 삶에 대한 그들의 관심사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의 청년들은 미래를 굉장히 불안하게 생각한다. 이들이 미래를 걱정하기보다는 학교에 대한 기대를 높이 갖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성균관대 ‘학생성공센터’는 학생들과 소통하며 미래를 같이 고민해주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다음으로는 교수와 전공 중심의 탑다운 교육에서 학생의 미래를 위한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인재를 키우는 새로운 공식이 필요하다. 미래 대학은 ‘폭넓은 교양 기초교육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지식적인 측면보다는 개념, 원리, 원칙, 적용이라는 틀에서 교육이 이뤄져야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계속 변화가 이루어지는 미래에 적응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엊그제 고등학교 졸업한 학생들만 바라보고 대학교육의 역할을 찾으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고등교육 수요자층을 넓게 봐야 한다. 앞으로 100세 시대에는 직업을 몇 번씩 바꿔가면서 살아야 하므로, 성인학습자·재직자의 재교육(Reskill)과 직무향상교육(Upskill), 즉 ‘평생교육’도 중요해졌다. 성인학습자들이 일과 학습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하는 대학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 그런 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대학이 있는가.

“올린 공대, 미네르바 대학, 스탠퍼드대 등 우리가 아는 혁신대학들이 그렇다. 각자만의 특징이 있지만, 교실에서 배운 내용을 사회 현장과 연계하는 체험활동을 중시하며 이를 적극적으로 실행하고 있다는 점은 똑같다.

미네르바 대학의 개념은 7개 국가와 여기에 속한 일곱 도시 전체가 캠퍼스다. 우리 학생들도 앞으로 살아갈 현장은 해외도 포함한다. 앞으로는 우리 사회와 지구촌 자체를 실질적인 학교으로 생각하고, 캠퍼스화해야 한다. 그래야 지구촌 시민으로서 자기만의 위치를 만들어갈 수 있다.

캡스톤 디자인, 팀 프로젝트, 인턴 등 학생이 어떤 문제를 현장 중심으로 해결하도록 훈련시킨다. 학생들은 자기주도적 학습 역량과 협업 능력을 쌓는데, 교수는 그 과정에서 교육자보다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평생교육의 경우는 스탠퍼드대의 ‘개방형 순환 대학’ 모델이 있다. 학생은 학부과정에서 6년에 걸쳐, 대학을 다니다가 사회로 진출해서 일하다가 다시 대학으로 복귀해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사회 경험을 조금이라도 하고 온 학생들은 일반 학생보다 세상을 보는 안목이 다르다. 그 경험이 교실에 접목되면 교수와 학생 모두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에듀테크 기반 교육 플랫폼도 평생교육 시장 강자로 자리 잡고 있다. 대학들이 학령인구 감소를 걱정하는데, 오히려 글로벌 에듀테크 시장의 성장세를 주목하며 우리 주도의 새로운 고등교육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얼마나 디지털이 발전한 나라인가. 문제는 전략이 없다. 대학, 기업, 정부, 언론이 모여서 전략을 짜는 등 협업 구조가 있어야 한다.”

 

△ ‘교수가 조력자 역할을 한다’라는 점에서 교수의 역할도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들린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이후부터 대학에 연구를 강조했다. 대학 평가도 교수 연구 업적을 위주로 반영해 교수들이 자연스럽게 교육보다는 연구에 집중했다.

대학은 ‘연구소’가 아니다. 대학의 본질인 ‘교육기관’을 살리려면, 교수 역할 중 교육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려면 교수 평가 시스템부터 바꿔야 한다. 교육부나 중앙일보 등 국내 평가, QS 등 해외 평가가 연구 중심으로 이뤄져 있는데, 교육부나 국내 평가기관이라도 교육과 연구 기능이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평가방식과 업적 인정 체제를 혁신해야 한다. 교수들에 대해서도 맞춤형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교수들이 학생들과 같이 활동하는 것 자체에 보람을 느끼고 인정받도록 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다양성 기반의 평가혁명이 필요하다.

교수들이 교육력을 강화하려면 대단히 많은 훈련을 받아야 한다. 예를 들어, 미네르바 대학은 교수에 대해 철저한 사전교육이 이루어지며, 교수가 과목 하나를 가르쳐도 학기 내 여러 번 피드백과 평가를 받으며 교수법을 개선해 나간다. 보다 좋은 교육을 위해 꾸준히 훈련하는 교수에게도 충분한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한다.”

 

△ ‘대학, 기업, 정부, 언론의 협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는데, 이 부분을 책 서문에도 강조했다.

“‘아이 하나 키우려면 한 동네가 동원된다’라는 말이 있다. 아이가 사는 동네 그 자체가 교육 현장이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대학을 지금의 캠퍼스 범위 내로만 보면 안 된다. 우리 사회 전체를 캠퍼스로 생각해야 한다. 교육기관만 바뀐다고 교육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정부, 기업, 언론도 함께 움직여야 한다.

앞서 얘기했듯, 교실에서 배운 내용을 사회 현장과 연계하려면 기업 관계자들이 많이 도와줘야 한다. 가끔 기업 관계자들은 ‘우리나라 교육은 직업인이 되는 데 쓸모없는 교육을 한다’라고 말한다. 교수들은 사회를 잘 모르니 교육 내용이 매우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대학과 기업 등에서 관계자들이 직접 만나 인재 양성 방향, 커리큘럼, 교과 운영 및 평가방식 등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

정부와 관련해서는 교육부가 대학을 획일적으로 관리하는 지금의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초중등 교육도 마찬가지지만 우리나라 교육 체계는 교육부 중심으로 획일화되고 경직화된 하나의 틀에 갇혀 있다. 창의적인 교육 혁신과 대학 발전이 이뤄지려면 대학이 자기 길을 만들어 찾아가도록 나둬야 한다. 하지만, 교육부가 아직 관리자로서 대학을 통제하려 하고 있다.

대학이 발전하려면 교육부가 이제부터라도 특정한 사업을 만들어 대학을 지원하는 기존의 방식은 그만해야 한다. 이제는 대학이 어떻게 스스로 발전할지 계획서를 받아서 소위 ‘블록펀딩(Block Funding)’  방식으로 재정 지원하고, 이후 대학이 제대로 발전하고 있는지 중간마다 점검해서 잘못하면 패널티를 주고 잘하면 격려해주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 재정 지원도 대학을 돕는다는 생각을 넘어, 국가경쟁력을 키우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지원해야 한다. 대학 나름대로 특성화해나가도록 격려해주고 도와주는 역할만 하면 된다.

총장 임기 제한도 우리나라 대학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다. 미국 대학이나 선진 대학을 보면 총장이 평균적으로 10년 이상 맡는다. 대학이 일관성 있게 발전하려면 4년 단위의 총장 임기 제한을 풀어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 후보들이 SW 인재 100만 명 양성, 석박사급 인공지능 전문가 등 미래 인재를 많이 양성하겠다고 얘기했다. 사실 우리가 미리 알고 대비했더라면 이런 인재를 미리 만들어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학과 기업, 언론, 정부 등의 사람들이 모여 세상과 그 변화를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며 우리 미래 인재를 어떻게 설계하고 양성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지속적인 대화가 필요하다.

여러 이해관계자가 참여해 충분히 서로 교감하면 대학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좋아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 국민과 사회가 대학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고 대학에 대한 신뢰, 기대감도 커질 것이다. 솔직히 요즈음 우리 사회는 대학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자기 자녀를 좋은 대학만 보내면 끝이다.”

 

△ 대학이 교육 공론장에 목소리를 내려면 주체적인 역할이 필요해 보인다.

“앞서 ‘교육부가 대학을 획일적으로 세세하게 관리하는 지금의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라고 말했는데, 교육부가 권한을 알아서 놓기까지 기다려서는 안 된다. 대학들이 힘을 합쳐 대한민국의 미래는 것과 대학이 우리 사회와 지구촌에 기여해나가고자 하는 비전을 국민에게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설득해 자율권을 스스로 쟁취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대학은 교육부가 기획하는 사업을 통해 지원받는 데만 머무르고 있지 않는가.

대학은 대학 입학제도에 대해서도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대입 제도를 왜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가? 한국 교육 변화는 대학에서 시작해야 한다. 대학은 초·중등교육에 무한한 책임감을 지녀야 한다. 대학은 학생들이 왜 4년, 8학기를 반드시 다녀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던져야 한다.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고,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상도 바뀌고 있다. 마이크로 대학, 나노학위 자격증, 인증서 등 다양한 트랙으로 확대하는 방안, 더 나아가 ‘6-3-3-4’ 체제를 개혁하는 방안 등에 대해 숙고하며 목소리를 만들어가야 할 때다.”

 

※ 민경찬 연세대 명예교수는?

연세대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캐나다 칼든대에서 위상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세대에서 입학처장, 교무처장, 학부대학장, 대학원장 등을 맡았다. 대외 이력으로는 대한수학회 회장, 국제퍼지시스템협회(IFSA) 집행위원, 교육과학기술부 정책자문위원장,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대학교육위원장, 국무총리 소속 인사혁신추진위원장이 있다. 현재 바른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명예대표, 기초과학연구원 과학자문위원장, 태재대디지털대 감사로 활동 중이다.

윤정민 기자 luca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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