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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죽음의 무도’, 중세 말 토텐탄츠 차용
김연아 ‘죽음의 무도’, 중세 말 토텐탄츠 차용
  • 유무수
  • 승인 2022.07.0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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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토텐탄츠와 바도모리』 서장원 지음 | 아카넷 | 476쪽

죽음과 죽음의 춤을 그림으로 묘사
죽은 자와 산자의 대화는 바도모리

2019년 12월 이후 코로나 19는 세상의 많은 부분을 바꿨다. 실외 마스크 착용은 해제됐지만 지금도 식당에 가면 자리마다 투명 칸막이가 설치돼 있다. 2022년 6월 26일 현재 우리나라의 누적 사망자는 2만4천522명이며, 전 세계적으로는 약 1500만 명이 죽었다. 의료계통의 대다수 전문가들은 더 강력한 전염병이 닥칠 것을 예고하고 있다. 

 

중세 유럽에서 아무도 그 원인을 알지 못했던 페스트의 파괴력은 당시 세상을 압도했다. 페스트 창궐 초기 5∼6년간 전 유럽인구 3분의 1이 사망했다. 1290년에 비해 1430년 유럽인구는 50∼75퍼센트가 감소했다. 이러한 때에 유럽 전역에는 ‘죽음’의 형상이 산 자에게 다가와 ‘죽음의 춤’을 강요하는 모습을 그림으로 묘사한 ‘토텐탄츠(Tote 죽은 것 + Tanz 춤)’라는 예술 장르가 출현했다. 

토텐탄츠에서 ‘죽음’은 해골과 뼈다귀의 인간형상을 하고 있으며 ‘산 자’는 평상시의 의복을 입고 있다. ‘산 자’는 교황, 황제, 수도원장, 행정관, 학자, 시민, 의사, 시골사람, 귀부인, 풋내기 청년, 거지, 처녀, 농부, 유대인, 엄마, 어린이 등 각양각색 신분계층 모두를 포괄함으로써 ‘메멘토 모리’ 즉, “죽음은 속세의 신분의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모두의 목숨을 앗아간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있다. 

토텐탄츠는 그림과 문자로 구성됐으며, 죽음과 산자의 대화를 운문형식으로 표현한 문자를 ‘바도모리’라고 한다. 바도모리(Vado Mori)는 라틴어로 ‘나는 죽음에 발을 들여놓는다. 죽음으로 변형되다’ 등을 의미한다. 운문은 영원한 삶을 갈망하는 인간들에게 올바르게 살 것을 권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벽화로 시작한 토텐탄츠는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조각, 문학, 음악, 영화, 뮤지컬, 비디오, 게임 등 모든 예술 장르에 다양하게 형상화되었다.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 선수가 춘 ‘죽음의 무도’는 프랑스의 카미유 생상스(1835∼1921)가 작곡한 것이며 중세 말 유럽 전역에 나타난 토텐탄츠를 그대로 차용한 작품이다.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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