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2-08-17 12:47 (수)
시야를 넓혀야 할 텐데…
시야를 넓혀야 할 텐데…
  • 김정문
  • 승인 2022.07.04 09: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또 한 학기를 마치며 하는 생각 

“산은 가깝고 달은 멀기에 달이 작게 느껴져 
사람들은 달보다 산이 크다고 말하곤 하네. 
만약 하늘과 같이 큰 눈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오히려 산이 작고 달이 크다는 것을 볼 수 있을 텐데.
(山近月遠覺月小, 便道此山大於月. 若人有眼大如天, 還見山小月更闊.)

김정문 전북대 교수

오래 전 신문에서 보고 스크랩 해둔 시입니다. 중국 명나라 때 학자로서 양명학을 개창한 왕양명(王陽明, 본명 왕수인)이 11세 때에 지은 시라고 합니다. 11세 소년이 이처럼 넓은 시야와 안목의 필요성을 느껴 그것을 시로 표현했다니 놀랍습니다. 

우리는 착각과 집착에 빠져 보다 더 소중한 근본을 보지 못하고 말단의 하찮은 일에 매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돈에 집착한 나머지 인간미가 없이 메마른 사람이 되어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기도 하고, 쾌락에 빠져 부모와 가족을 잊고 가산을 탕진하기도 합니다. 자식에 대한 편애와 집착에 빠져서 자식을 오히려 망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바른 가치관과 건실한 안목으로 세상을 제대로 보아야 합니다. 

나는 한 학기 동안 우리 학생들에게 바른 가치관과 바른 안목을 심어 주었을까? 미래를 내다보는 다양한 방법과 경로를 제시해 주었을까? 급변하고 다변하는 시대에 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설계하도록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고 비전을 제시했을까? 도움을 준다는 게 고작 내가 살아온 방식을 소개하고 강조하지나 않았을까? 

또 한 학기를 마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급변하고 다변하는 시대에 잘 적응하라고만 하자니 시대와 세상의 변화가 너무 빨라서 교육이 적응에 필요한 속도마저도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고, 잠시 멈춰 서서 숨 고르기를 하면서 자신을 성찰하자고 하자니 낙오에 대한 불안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참 어려운 시대입니다. 

중요한 것은 왕양명이 지적한 것처럼 달을 산보다 작다고 하는 오류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현상만으로 판단하여 산보다 달이 작다고 하면 사람과 세상을 오도하는 것입니다. 대학은 이런 실수를 하지 않아야 합니다. 아니, 실수를 전혀 안 할 수는 없겠지만 그런 실수를 애써 인정하지 않기 위해 오히려 실수를 정답으로 여겨 당연시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작년과 재작년은 캠퍼스가 너무 조용하여 걱정이었습니다. 활기찬 학생들로 북적이는 캠퍼스 풍경이 그립기조차 했었습니다. 올해는 다행히도 코로나19의 기세가 많이 약화되어 학생들은 캠퍼스로 돌아왔고, 꽃이 피던 시절에도 녹음이 짙어가는 계절에도 캠퍼스는 활기를 띠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방황하는 모습이 여러 곳에서 눈에 띠었습니다. 특히, 입학과 동시에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비대면 수강으로 3학년이 되어버린 2020학번 학생들은 얼결에 3학년이 된 자신들의 모습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학생과 교수 모두에게 어려운 한 학기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희망을 가져야 합니다. 대학생활 어느 곳에서라도 산보다는 달이 크다는 진리가 적용이 되어야 하고, 그런 진리를 볼 수 있는 눈을 떠야 합니다. 어느새 7월, 또 한 학기를 마치며 많은 생각에 젖어 봅니다.  

김정문 전북대 조경학과 교수
현재 한국전통조경학회 수석부회장과 국방부 특별건설기술심의위원을 맡고 있다. 전북대 공간기획부처장 등을 지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