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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공감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 최승우
  • 승인 2022.07.08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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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수영 지음 | 샘터(샘터사) | 212쪽

다음 세대가 묻다
“우리는 왜 공감 능력을 키워야 하나요?”

상담학의 권위자 권수영 교수가 답하다
“사람을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는 가장 중요한 내적 자산이 바로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그렇게 발생하는 매력은 서로를 연결해 줍니다. 우리 자신을 공감해 주는 사람에게 우리는 무한한 신뢰를 가지게 됩니다. 우정과 사랑, 행복과 성공을 만들어내는 모든 조건이 공감 능력에서 비롯될 수 있습니다.”

각계 명사에게 ‘다음 세대에 꼭 전하고 싶은 한 가지’가 무엇인지 묻고 그 답을 담는 인문교양 시리즈 ‘아우름’의 쉰다섯 번째 주제는 ‘공감 능력’이다. 소셜 미디어 같은 기술 매체의 발달과 함께 이루어진 사회분화와 더불어 팬데믹 같은 예상치 못한 사회적 재앙 등으로 인해 사람들 사이의 소통이 점점 줄어들면서 서로에 대해 공감할 기회 역시 줄어들고 있다. 종내에는 우리 모두의 공감력이 하향 평준화되고 있다는 느낌까지 받는다.

사회 전체의 공감력 부족은 다양한 측면에서 악영향을 드러낸다. 개인은 고립되고 사람들은 서로 갈등을 부르며 곳곳에서 분노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우리 공동체가 서로에 대해 공감할 때, 즉 감정적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지지함으로써 연대될 때 사회는 다시 연결되고 그 촘촘한 망 안에서 개인들은 안전하고 건강한 감정적 생활을 해나갈 수 있다.

이 책은 그 노력의 시작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수천 명의 내담자를 만나며, 〈EBS부모: 여러 육아 고민 상담소〉, 〈어쩌다 어른〉 등의 방송 프로그램과 기업 강연을 통해 대중들과 소통해 온 상담학의 권위자 권수영 교수가 현장에서 축적해 온 ‘공감의 기술’을 상세하게 담아냈다. 나와 사회의 행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내적 자산이 ‘공감 능력’임을 역설하며 공감력의 중요성, 지금까지 우리가 잘못 행해왔던 ‘가짜 공감’에 대한 경고, 그리고 꾸준한 연습을 통해 공감력을 키워나가는 방법까지 제시한다.

“감정적 문맹 시대를 사는 우리, 공감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21세기, 또 다른 문맹의 시대가 도래했다. 바로 ‘감정적 문맹’의 시대. 감정적 문맹이란 감정을 이해하고 관리하고 분류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하며, 이를 겪고 있는 사람은 타인의 감정을 헤아리고 받아들이지 못한다. 감정적 문맹은 사회에 다양한 악영향을 미치며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고립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매일같이 뉴스를 통해 마주하는 각종 폭력 사건과 혐오 범죄, 더불어 뉴스에는 드러나지 않는 수많은 고독사와 자살 등이 어쩌면 우리가 서로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하고, 타인의 기분을 짐작하지 못하며, 심지어 더 이상 공감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현실 아래에서 발생하는 비극일지도 모른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더욱이 개인의 자유 증진과 맞물려 계속해서 파편화될 사회 속에서 관계를 촘촘히 다잡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공감’ 능력이다. 공감이란 상대의 감정을 이해하고 그에 감응하는 행위다. 우리는 타인을 공감하는 한편 상대방으로부터 공감을 받아야 한다. 이때 서로가 완전히 공감하지 못할지라도 공감하려는 노력의 모습을 보일 때 오늘날 다종다양한 갈등의 상당수가 해소될 수 있다.

무엇보다 공감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역설하는 저자는 ‘공감의 기술’을 계속해서 연마하여 공감력을 내적 자산으로 확실하게 만들어놓을 때 나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오늘도 ‘가짜 공감’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수많은 대화에는 ‘가짜 공감’이 만연하다. 우리는 상대에게 동의를 표하려고, 위안을 주려고, 상대의 마음을 잘 안다고 건네는 말이지만, 알고 보면 상대의 마음을 무시한 채 나의 의견만 내비치는 행위일 수 있다.

가짜 공감에는 먼저, 상대가 어떤 이야기를 꺼냈을 때 그 이야기에 비견되는 자신의 경험으로 대응하는 ‘자기 노출’이 있다. 바로 “나도 그런 일 겪은 적 있어!”. 침묵이 힘들 때, 알고 보면 오지랖을 부리고 싶을 때 이런 말로 시작되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때 상대는 반감이 들 뿐이다. 일명 ‘어쩌라고’ 심리가 발동한다. 정작 자신의 이야기에는 귀 기울이지 않고 궁금하지 않은 과거 일을 들먹이기 때문이다.

물론 상대에게 자신의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위안을 주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권수영 교수는 단호하게 말한다. “단순한 ‘자기 노출’이 공감으로 치환될 수는 없습니다. 자기 자신의 과거 사건을 반추해 보는 것은 좋지만 반드시 그 사건에서 겪은 정서적 경험을 대화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즉, 중요한 것은 ‘정서적 경험’이다. 과거의 사건을 통해 자신이 어떤 정서적 반응을 겪었는지 그에 관한 경험과 느낌을 상대와 공유하는 일이 필수다. 이 같은 “상대방의 감정에 나의 감정을 덧대는 일이 병행될 때 우리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서 공감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나도 그래, 모두가 그래”로 시작하는 ‘일반화’는 어떤 문제가 생길 때 빠른 해결을 보려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특히 상대가 감정적인 어려움을 털어놓을 때 그 어려움을 희석하기 위해 모두가 겪는 어려움이라고 일반화한다. 하지만 일반화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며, 이러한 회피적 태도는 오히려 상대의 마음을 더 다치게 할 수 있다.

또 “네 마음 내가 다 알아!”로 표현되는 ‘독심술’이 있다. 이러한 독심술은 상대의 마음을 자신이 잘 안다고,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가장 오만한 ‘가짜 공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가짜 공감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공감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내가 가진 생각의 틀, 즉 ‘프레임’에 집착하지 않고 나의 프레임과 상대의 프레임을 조율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그 조정이 이루어진 바탕 위에서 비로소 진정한 공감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매력적인 사람이 되기 위한 공감에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진정한 공감은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먼저, 우리 내면의 수많은 감정에 대해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평소 우리가 밖으로 드러내는 감정들의 수는 상당히 한정적이다. 주로 미움이나 불평, 짜증, 분노와 같은 감정들, 즉 외부를 향한 ‘원심력’이 큰 ‘강경한 감정’이다. 이에 비해 내부를 향한 ‘구심력’이 큰 ‘온건한 감정’은 자꾸만 내면으로 숨어들게 마련이다. 이 둘은 동시에 발생하는데, 밖으로 감정이 표출될 경우 내면에서도 또 다른 감정이 생겨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표출되는 ‘강경한 감정’만 느끼기 쉽다. 자신의 마음속에 얼마나 많은 감정이 사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에 권수영 교수는 마음속 수많은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불러주기를 우선 권한다. 마치 친구를 사귀고 지내는 일처럼 감정들과도 친밀하게 지내야 우리의 감정 세계가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감정 세계가 크고 풍부할 때 상대의 감정을 받아들이는 데도 유리하다.

우리의 감정 세계를 탄탄히 구축한 다음, 저자가 제시하는 이른바 ‘공감적 이해 3단계’를 시작할 수 있다. 공감을 하는 데도 순서와 적절한 방식이 있다. 즉,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첫 번째, 상대방의 마음속에 숨어 있는 감정을 알아차리기, 두 번째, 상대방의 감정을 미러링(반영)하기, 세 번째, 상대방에게 되물어 재구성하기다. 이 3단계를 거쳐야 우리는 진정한 공감에 이를 수 있다. 물론 매 단계마다 경계해야 할 공감적 자세와 사용할 수 있는 세부 공감 기술이 다양하다.

1990년대 중반 ‘감성지능’ 개념을 처음 소개한 대니얼 골먼은 EQ가 높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 비해 업무 성과를 두 배 이상 낸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에 대해 권수영 교수는 감성지능이 높은 사람은 공감 능력을 발휘하여 동료들과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다시 한번 공감력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 힘주어 말한다. “미래 사회의 어떤 조직이라도 특별한 스펙보다는 공감 능력을 가진 사람이 더욱더 많아져야 합니다. 그래야 더욱 따뜻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가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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