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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와 목소리
배우와 목소리
  • 최승우
  • 승인 2022.07.08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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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실리 베리 지음 | 232쪽 | 도서출판 동인

새롭게 만나는 시실리 베리의 보이스 티칭

2012년 <배우와 목소리> 번역서를 처음 국내에 선보일 때 역자가 시실리 베리를 번역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우리말을 가장 우리말답게 해주는 보이스 웍(voice work)을 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음성 작업이 영국의 4대 극단 중 하나라고 할 RSC에서 40년 이상 공연을 통해 성과를 보여주었다면, 그리고 이미 유럽 대륙은 물론 러시아, 남미, 인도, 중국 등에까지 확장되어 효력을 인정받은 것이라면 우리말에도 좋은 모델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에서였다. 

이 책의 초판을 읽어본 독자는 책의 구성이 조금 불편했다고 기억할지도 모른다. 시실리 베리의 말과 역자의 말을 혼동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역자의 해설을 각주로 빼거나 챕터 끝에 삽입하였고, 저자의 언어 작업을 기록으로 남기려는 목적에서 영시 해설을 그대로 남겼기 때문이다. 번역서라는 본분에 충실하기 위한 것이지만 이로 인해 책이 다소 딱딱해진 인상이 있었다. 역자는 초판 출판 이후 수많은 강의를 통해 책을 다시 들여다보면서 개정판에서는 역자가 시실리 베리인 양 연기하는 시도를 했다. 영어 소리에 대한 설명을 우리말 소리로 대체하는 작업을 각주나 챕터 뒤로 빼지 않고, 마치 시실리 베리가 그렇게 말한 것처럼 이어간 것이다. 초판에 번역된 영시 해설도 전부 삭제하고 이를 모두 우리말 시로 대체하여 설명했는데, 마치 시실리 베리가 처음부터 책을 그렇게 쓴 것처럼 서술했다. 이러한 시도는 시실리 베리의 책을 영어로 읽을 때 받는 인상에 훨씬 더 가까워지게 만들었다. 

초판을 세상에 내놓은 후에도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시실리 베리의 보이스 티칭이 더 나은 방향으로 독자에게 가서 닿기를 바라며 수없이 문장을 다듬고 자료를 찾아 추가한 역자의 꾸준한 노력이 빛나는 이번 개정판이, 이 책을 필요로 하는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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