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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앞으로만 나아가지 않는다
역사는 앞으로만 나아가지 않는다
  • 최승우
  • 승인 2022.07.22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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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연 지음 | 이석연 사진 | 새빛컴즈 | 223쪽

연륜과 인격, 해박한 역사 지식과 깊은 사유가 어우러진 여행 명상록!
이석연 전 법제처장과 함께 떠나는 이집트 터키 인문 탐사 기행기!

역사를 알고 여행하는 사람은 인생을 두 배로 산다고 했다. 저자인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두바이를 거쳐 이집트와 터키를 탐방하며 곳곳에 스며들어있는 이시(異時)의 선율들을 독자를 위해 친절히 꺼내어 준다.

이집트로 출발하기 전 저자는 ‘고대 이집트인들의 삶의 현장을 보러온 것이지 현재의 이집트를 보러온 것이 아니다.’라고 다짐한다. 그리고 첨단과 역사를 모두 품고 있는 두바이에서, 5천년 유구한 역사를 간직하면서도 역사는 반드시 앞으로만 나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카이로에서, 느낌표이기 보다 여전히 물음표로 가득한 기자지구의 피라미드에서, 세계 최대이자 최고(最古)의 고고학 유적지인 룩소르에서, 이집트 왕국 3천 년 역사상 가장 번영의 시대를 이끌었던 람세스 2세의 숨결이 깃든 아부심벨에서.. 살아있는 역사인 이집트가 가진 문명의 속자락을 하나씩 나열한다. 때로는 일신수필(馹?隨筆)처럼 풍광을 바라보며 생각나는 그대로를 읊기도 하고, 때로는 고대문명의 위대함 앞에 한동안 자리에 서서 빠져들기도 하면서 말이다.

이어 터키에서도 저자의 친절한 안내는 계속된다. 우리와 같은 알타이문화권인 터키는 형제국가로 진한 민족적 동류의식을 느끼는 곳이다. 인류문명의 살아있는 희망이자 인류문명의 박물관이라 일컬어지는 이스탄불은 터키 여행의 백미이며 누구든 이스탄불을 한번 방문하기만 하면 그녀(이스탄불)가 끌어들이는 매력에 빠져 심하게 열병을 앓는다고 한다. 저자 역시 열병을 앓다가 6년 만에 해후했다고 하니 그곳을 가본 사람에게 이스탄불은 다시 해외여행이 풀리면 가장 먼저 방문하게 될 곳이 아닐까 싶다. 이어 트로이와 카파도키아, 그리고 ‘일리어드’와 ‘오딧세이’의 저자인 호머의 고향 이즈미르에 이르기까지 터키 여행은 역사 회고와 사색으로 가득 차, 보는 이에게 충만하게 다가온다.

‘나는 이집트에서 거추장스러운 문명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거기서 모든 것을 꿈꾸었고, 꿈꾸었던 모든 것을 실현시킬 수 있는 것을 발견했다.’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이 황제로 취임하기 전 읊었던 시처럼, 독자는 이집트, 터키로 이어지는 5천년을 함께하며 저자와 함께 역사와 문화를 총망라하는 한편의 서사를 음미하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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