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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성대부터 반도체까지’ 한국과학문명의 모든 것
‘첨성대부터 반도체까지’ 한국과학문명의 모든 것
  • 최승우
  • 승인 2022.09.02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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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 한국과학문명학연구소 국문 총서 30권 12년만에 완간
한국 과학문명의 正典···“동아시아 과학문명학 연구 선도할 것”

 

『한국의 과학과 문명』 총서 30권

『한국의 과학과 문명』 총서 전 30권이 12년만에 완간됐다. 전북대 한국과학문명학연구소(소장 신동원)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지원 50억 원을 받아 60여명의 연구진을 투입했다. 

“이 총서는 첨성대부터 반도체까지 한국과학 문명의 모든 것을 담았다.” 지난달 31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기환 전북대 연구부총장은 이같이 말했다. 총서에는 『동의보감과 동아시아 의학사』부터 『한국의 술수과학과 문명』 등이 포함됐다.

과학기술에서 우리보다 한참 앞섰다고 평가되는 일본에서조차 이번처럼 치밀한 학술사업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에서 총서 발간의 의미를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총서 시리즈는 전근대부터 현대까지 한국 과학 문명의 전 시기를 다루고 있다. 주제 역시 천문학, 토목, 수학 등 주요 과학 분야뿐 아니라 과학과 여성, 종교, 전쟁, 일상 등 한국 문명의 새로운 양상을 보여준다.

또한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한데 모으는 작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학생 정도면 읽을 수 있는 대중적 학술서를 지향해 더 많은 독자에게 한국의 과학 문명을 알릴 수 있도록 했다. 국문판 전 30권 완간과 함께 중국과학기술출판사와 두 권의 번역 출판 계약을 맺었다. 영문판은 총 7권을 발간할 계획으로 뉴욕주립대출판사에서 1권(『풍수』)이 이미 출판됐고 영국 케임브리지대 출판사에서 2023년까지 5권을 출간할 예정이다. 

한국과학문명학연구소는 앞으로도 새로운 한국 과학문명의 주제 발굴과 추가적인 총서 발간을 계획하고 있으며, 영문판 및 해외 판권 계약에도 힘을 쏟을 예정이다. 

신동원 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도대체 일어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일이 한국에서 벌어졌다. 버클리대 도서관에서도 계속 한국 총서가 발간 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라며 “오늘의 빛나는 성과는 한국학중앙연구원과 한국학진흥사업단의 과감한 기획과 전폭적인 지지 덕분이었고 교육부의 후원도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중국이라는 압도적인 문명권에서 우리가 주체적인 기술문화를 꽃피웠던 것은 아마도 고대문명부터 면면이 흘러온 우리민족 기질과 독립적 DNA가 최고문명수준에 도달하려는 성향에서 비롯되었던 것이 아닌가”라는 의견도 내놓았다. 

『한국의 과학과 문명』 총서 완간 간담회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제1 강의실에서 열렸다.

2010년 시작해 2015년 첫 번째 권이 출간된 이후 12년 만에 완간된 『한국의 과학과 문명』 총서는 영국의 저명한 과학사학자 조지프 니덤이 기획한 『중국의 과학과 문명』 총서 27책에 비견될 만한 업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북한에서 나온 『조선기술발전사』 총서와 비교해 내용이 풍부하고 상세하며, 경직된 이념에서 자유로우므로 세계의 독자들에게 보편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

니덤연구소의 『중국의 과학과 문명』(SCC) 총서와 비교한다면 서구인이 현대과학의 잣대로 동아시아 전통 과학문명을 볼 때 드러내기 쉬운 편향들을 극복했다.

다양한 연구진의 헌신과 탈경계의 집약체

이번 총서에 투입된 연구비 규모는 50억 원에 달한다. 참여한 연구원·저자수는 60여명으로 대규모 프로젝트였음을 짐작케 한다. 전북대를 비롯 여러 기관과 협업이 이뤄졌다. 수학사 학회와 종교문화연구소까지 경계를 넘나들며 총망라했다. 전북대의 안정적인 지원을 배경으로, 총서에 포함된 연구자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 

영문판은 총 7권을 발간할 계획으로 뉴욕주립대출판사에서 1권 『풍수』가 이미 출간됐고 세계 최고 권위의 케임브리지대출판부에서 2023년까지 5권을 출간할 예정이다.

일본, 중국, 타이완에서도 주목하는 성공적 기획이었는데 2019년 8월, 국제동아시아과학사학회(전북대 개최, 400여 명 국내외 학자 참석)에서 본 총서의 의의와 동아시아 과학사 연구의 향후 전망을 주제로 원탁 토의를 진행했다.

영국, 일본, 타이완 등 해외 석학들이 총서 사업의 성과를 인정하고 본 연구소와 교류 확대를 희망했다. 양영균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진흥사업단 단장은 “돌이켜보면 총서 사업은 한국학진흥사업단으로서는 과감한 도전이었다”라며 “사업단이 출범한 초창기에 10년에 이르는 장기과제의 50억원이라는 인문학으로서는 굉장히 큰 금액 이었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총서 구성의 권한을 대폭 위임한 것도 파격적이었지만 이처럼 과감한 도전을 계획해야하는 이유가 이제는 우리나라에도 신뢰할 수 있는 과학기술사 총서가 나올때가 됐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학문계의 k-한류, 세계적 주목 받아 

이 성과를 단 12년 만에 이뤄낸 것도 세계 학계가 주목하는 바이다. 이를 견인해낸 한국과학문명학연구소는 2010년 카이스트에 설립됐다가 2015년 전북대로 확대 이전됐다. 한국의 전통과 현대를 관통해 과학기술 전 분야의 성취와 과학이 실제 생활에 미친 영향까지 담아 냈다.

출판된 종이책의 미래에 대한 회의론이 난무하는 시대, 이와 같은 야심찬 대형 총서 프로젝트의 수행과 완결로 이뤄낸 학술적 성취는 일본과 중국 등 이웃 나라들의 부러움은 물론 국제 학계에서도 찬사를 받고 있다. 문화 예술 분야의 ‘한류’에 이어 학술 출판 분야의 한류를 여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한국과학문명학연구소의 다음 행보에 대해서도 국내외의 기대가 높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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