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나비 외 9인 지음 | 일다 | 207쪽
사건이 아니라 삶의 이야기입니다
“이 어두운 시절을 기록해서 하나도 빠짐없이
터널 밖으로 가져가겠다.”
제도적 남녀 불평등은 거의 해소되었다고 곳곳에서 주장하는 이 시대에도, 젠더를 기반으로 한 폭력은 여전히 곳곳에서 폭력성을 더한 채 일어나고 있으며, 수십 년 전에 가해진 젠더폭력 사건들의 상당수는 세월에 아랑곳없이 여전히 피해자들의 삶을 황폐하게 만들고 있다.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잘 사는 세상을 원해』는 젠더폭력에서 살아남은 열 명의 생존자들이 폭력 이후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또 앞날의 삶을 내다보며 스스로 써 내려간 기록들의 모음집이다.
젠더폭력 피해자들이 인터뷰나 서술의 대상으로 등장하는 기존 도서들과 달리 이 책에서 피해자들은, 생존자라는 자기 정체성을 지닌 채 글쓰기의 주체가 되어 자신의 지난 삶을 직접 재구성해 풀어낸다.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잘 사는 세상을 원해』에 수록된 열 편의 글에서 이 필자들이 조명을 비추는 것은, 각종 매체를 통해 드러난 그 폭력적인 사건들이 아니라, 그 폭력 이후에도 수년 혹은 수십 년에 걸쳐 계속된 피해와 저항과 생존의 이야기들, 즉 자신의 삶이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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