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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전에 왜 못 막았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전에 왜 못 막았나
  • 김재호
  • 승인 2022.12.30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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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지 읽기_황해문화 2022 겨울호(117호)

민주주의의 불분명함과 민주국가의 전쟁 기피 성향이 원인
부유한 중심부 국가인 미국과 유럽이 무인화·외주화 한 전쟁

4만 명 이상 사망, 1천3백6십만 명 이상의 난민. 올해 2월 24일 발생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결과다. 건물은 14만 채가 부서졌고 실종자 수는 최소 1만5천 명이다. <황해문화> 2022 겨울호(117호)는 특집으로 ‘21세기 인간의 조건을 묻는다 4-전쟁, 폭력, 평화’를 다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전쟁의 의미를 되짚었다. 강성현 <황해문화> 편집위원은 “국가에 의한 군사적 독점을 거스르는 비국가적 또는 비정부적 군사 조직들 사이의 갈등”이나 “민족적·종교적 갈등의 제노사이드화, 테러리즘 확산 등 이른바 ‘새로운 전쟁들’이 등장”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마리우풀의 소아 병원이 폭파됐다. 사진=위키피디아

전쟁은 우리와 전혀 상관 없는 게 아니다. 진태원 성공회대 민주자료관 연구교수는 「전쟁, 폭력, 반폭력에 관한 몇 가지 성찰」이라는 글에서 “처음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국지전 내지 내전으로 보였던 전쟁은 어느덧 유럽 전체가 연루된 전쟁으로 전환되었고,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의 직간접적인 관여로 인해 세계대전 아닌 세계대전의 성격을 띠게 되었다”라고 분석했다. 특히 이번 전쟁은 석유, 천연가스, 에너지 패권을 두고 벌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금리 인상이 미국과 유럽에서 발생해 전 세계적인 경제 침체가 발생하고 있다. 

진 교수는 전쟁을 우리가 실질적으로 감지하지 못해도 우리의 삶을 변형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전쟁이 민간인들까지 학살하며 극단적 형태의 폭력이 되는 이유를 ‘폭력의 통제 불가능성’으로 보았다. 진 교수는 “전쟁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든 폭력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든 간에, 그것은 정의상 반대하는 이들이 전쟁이나 폭력 바깥에 위치할 가능성을 전제할 것”이라며 “오늘날 폭력 바깥에 위치하는 것은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러시아만 잘못하고 있는 것일까? 한상원 충북대 교수(철학과)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반전운동의 난제들」에서 여러 논점들을 드러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추진한 나토의 동진 정책이 전쟁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따라서 푸틴이 원하는 바를 제공함으로써 전쟁을 종식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며, 다른 한편에서는 양비론과 중립의 입장 속에서 실질적으로 추상적 평화주의를 전개하기도 한다. 반대로 나토의 동진 정책에 대한 그동안 좌파 진영에서 제기해온 비판이 정당하다고 해도, 그것이 지금의 맥락에서 푸틴 정권이 주장하는 침공의 명분을 강화해 줄 역효과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하며, 동시에 우크라이나 민중의 주체적 결정들과 러시아 침공에 대한 그들의 저항에 충분히 연대할 필요가 있다는 논점 역시 존재한다.”

한 교수는 시민사회의 반전운동은 신중하면서도 동시에 비판적인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러시아 내부에서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 언제나 예의주시해야 하며, 푸틴의 잘못 때문에 러시아 시민 전체를 악마화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인들이 침략에 맞서 저항하고, 동시에 러시아 시민들이 정부의 전쟁 수행 노력을 저지할 수 있는 힘으로 성장하는 것만이 평화의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신구 제국들의 대립과 정체성 충돌로도 분석된다. 공진성 조선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우리가 알게 되는 것들」을 통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소련이라는 옛 제국과 유럽연합이라는 새 제국의 경계가 부딪치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굴기(屈起)를 꾀하는 중국이라는 옛 제국과 미국이라는 새 제국, 또는 미국이라는 옛 제국과 중국이라는 새 제국의 경계가 부딪치는 대만과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과거의 역사적 경험에 대한 기억이 동원되고, 새로운 집단 정체성이 구성되며, 다시 그 정체성들이 충돌한다.”

그런데 전 세계적 민주주의 국가들은 왜 러시아의 침공을 사전에 막지 못했을까? 우크라이나가 나토 회원국이었더라도 핵전쟁이나 제3차 세계대전을 무릅쓰고 참전했을지는 의문이 든다. 그 이유에 대해 공 교수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나토 회원국가 유럽연합 회원국이 자본주의 세계의 부유한 중심부 국가들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공 교수는 민주주의에 대해 회의를 품는다. 그는 “민주주의 국가는 전쟁을 하기 위해 전쟁을 무인화하거나 외주화한다”라며 “ 그러므로 우크라이나 전쟁은 다른 시각에서 보면 미국과 유럽의 외주화한 전쟁이다”라고 분석했다. 그래서 공 교수는 다음과 같이 민주주의의 불분명함을 비판했다. “우리는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쉽게 러시아의 비민주적 정치 체제 탓으로 돌릴 수 있다. 그러나 다르게 보면, 그런 러시아의 침공을 사전에 막지 못한 민주주의 국가의 전쟁 기피 성향 탓이기도 하다.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도 불분명하지만, 민주주의가 평화를 가져오는지 더 불분명해 보인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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