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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바이옴 이용해 방광기능 개선한다
마이크로바이옴 이용해 방광기능 개선한다
  • 이용승
  • 승인 2023.11.14 0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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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마이크로바이옴, ‘난치성 치료’ 어디까지 왔나 ⑧ UTI-요로 감염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의 과제는 
요역동학검사가 포함된 임상시험과 동물실험을 통해 
방광기능에 영향을 주는 미생물과 대사물질을 발굴하고자 한다. 
이를 토대로 방광기능을 개선해 복잡성요로감염을 치료할 수 있는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를 개발한다.

요로감염(UTI: urinary tract infection)은 단순 요로감염과 복잡성 요로감염으로 나뉜다. 복잡성 요로감염은 방광의 기능적·해부학적 이상과 동반되는 요로감염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방광기능이 미성숙한 소아에서 발생하는 소아요로감염, 중추나 말초 신경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신경인성방광의 요로감염, 당뇨성 신경병증 등으로 방광의 기능이 떨어져서 발생하는 만성질환 관련 요로감염, 도뇨관을 삽입한 상태에서 발생하는 도뇨관(카테터) 관련 요로감염 등이 있다. 

복잡성 요로감염은 신장 손상 가능성이 높고, 재발률이 높으며, 장기간 항생제 사용 등으로 항생제 관련 내성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대표적인 난치성 질환이다. 방광기능 저하가 동반되는 복잡성 요로감염은 단순히 장기적 항생제 사용으로 해결될 수 없다. 방광기능을 개선해야 비로소 치료가 될 수 있으며, 향후 재발을 막는 예방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선천적 이분척추증이나 후천적 척수손상, 노화로 인한 퇴행성 뇌질환으로 발생하는 신경인성방광은 높은 방광압력과 잦은 요로감염을 통해 신장손상을 일으켜 건강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한다. 특히 소변의 자가배출이 불가하거나 요실금을 발생시켜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이들 질환에 대해서는 항콜린성약물·도뇨·방광내 보톡스 주입술·장을 이용한 방광확대수술 등으로 방광기능을 개선하는 치료방법이 사용된다. 하지만 많은 경우 치료효과가 제한적이며, 부작용이 많아 치료의 유지가 쉽지 않다.

앞줄 오른쪽에서 네 번째가 이용승 연세 대 의과대학 교수(소아비뇨기과)다. 이 교수는 방광기능에 영향을 끼치는 미생 물을 발견해 복잡성 요로감염을 치료하 고자 한다. 사진=이용승

 

장내·방광 내 미생물과 배뇨장애 관련성

다른 여러 분야와 마찬가지로 그동안 방광기능과 장내 혹은 방광 내 미생물과 배뇨장애의 관련성을 찾는 연구들이 이루어져 왔다. 빈뇨·급박뇨 등의 증상이 심한 환자들은 대조군에 비해 미생물 분포가 다르거나, 미생물 분포에 따라 항콜린성약물 등 치료제에 증상호전 정도가 다르다는 연구들이 발표되고 있다. 

특히 이분척추증이나 척수손상환자에서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이 같이 알려지면서, 신경인성방광 환자에서 미생물이식술 등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해 방광기능을 개선하고 요로감염을 감소시키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2000년대에 척수손상환자에서 락토바실러스 람노서스(Lactobacillus rhamnosus) 등의 유산균을 복용함으로써 방광의 염증매개물질을 감소시키는 시도들이 있었다. 마이크로바이옴 개념을 도입해 발전시키려는 것이었다.

 

신경전달물질 생성이 주요 인자

마이크로바이옴이 방광기능에 영향을 주는 기전은 앞으로 본격적으로 밝혀져야 하겠지만, 신경전달물질 생성이 주요 인자로 여겨진다. 구심성신경섬유를 통한 척수후근절 변화, 방광배뇨근의 조직학적 변성 등도 관련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내미생물이 신경전달물질을 생성한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장내미생물은 장관(腸管)에서 단쇄지방산을 생성한다. 이는 장내로 흡수돼 장내신경다발에서 아세틸콜린과 산화질소 등 여러 가지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한다. 이때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과 방광기능의 관련성이 주목받고 있다. 방광의 수축과 이완도 신경전달물질에 의해 이뤄진다. 실제로 아세틸콜린은 방광의 수축에 관여하는 가장 중요한 물질이다. 방광의 수축을 억제하기 위한 항콜린성 약물은 배뇨장애 치료에서 가장 흔히 사용되는 약물이기도 하다.

방광은 삶의 질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한다. 전 세계에 배뇨장애 질환 환자의 수는 2억 명 이상으로 추산되며, 매년 11.4%의 증가율을 나타낸다. 특히 의약품 시장규모는 105억 달러(약 13조7천550억 원)에 달하는데, 새로운 치료방법 개발은 정체돼 있는 상태이다. 

 

새로운 치료방법 개발 정체 상태

마이크로바이옴과 방광기능의 관련성이 주목을 받아오면서도 획기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지 않은 것은 ‘방광기능 평가’의 어려움에 큰 원인이 있다. 방광기능은 단순하게 평가할 수 없으며, 소변의 저장과 배출에 관련된 다양한 인자들에 대해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요역동학검사가 필수다. 하지만 요역동학검사는 침습적이고, 특히 동물실험이 쉽지 않아 이 검사를 바탕으로 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는 아직 보고된 바 없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의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경인성방광 및 소아 발생 요로감염 치료제 및 치료기술개발’은 요역동학검사가 포함된 임상시험과 동물실험을 통해 방광기능에 영향을 주는 미생물과 대사물질을 발굴하고자 한다. 이를 토대로 방광기능을 개선해 복잡성요로감염을 치료할 수 있는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것이다.

이용승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소아비뇨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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