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8 20:40 (일)
“글로컬대학, 미선정 대학은 역차별 당했다”
“글로컬대학, 미선정 대학은 역차별 당했다”
  • 김봉억
  • 승인 2023.11.20 08: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로컬대학30 국립 7·사립 3곳 첫 본지정
‘편법 예산’에 따른 국립대 우선 선정 분석
“예산 확보, 국립대·사립대 구분해 선정해야”
교육부와 글로컬대학위원회는 지난 13일 2023년 글로컬대학 본지정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교육부

교육부가 글로컬대학30 사업의 첫 본지정 대학으로 국립대 7곳과 사립대 3곳을 선정한 결과를 놓고, 당초 글로컬대학 사업의 편법적인 예산 편성에 따른 결과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가 대학정책의 핵심 사업으로 ‘글로컬대학30’을 추진하고 있으면서도 별도 신규 예산 확보도 없이 기존 일반재정지원사업비의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국립대 육성사업비 비중이 높은 현실에서 국립대 중심으로 선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중 글로컬대학 사업의 인센티브 재원으로 활용되는 사업은 국립대학 육성사업 5천722억 원, 지방대학 활성화사업 2천375억 원, 지방전문대학 활성화지원사업 750억 원이다. 

한 대학의 관계자는 “교육부는 국립대 육성사업비 증액에 주력했고, 사립대에 지원할 예산 자체가 부족했을 것”이라며 “국립대 육성사업비의 인센티브를 활용해 국립대에 먼저 지원할 거면서 사립대에도 줄 것처럼 추진했다”고 말했다. 

글로컬대학 사업의 별도 예산 확보가 필요하고, 재원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은 계속됐다. 지난 8일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교육부 2024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교육부는 마치 글로컬대학 사업이 신규 예산 사업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고, 대부분의 대학도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다”라며 “실은 신규 예산 사업이라기보다는 기존의 인센티브 사업의 예산을 모아서 편법으로 만들어 냈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감사원에서 감사하면 꼼짝없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더 심각한 문제는 선정되지 못한 대학은 오히려 지원 액수가 줄어드는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어 그 대학은 어떻게 보면 기회를 못 얻는 역차별을 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2024년 사업에서는 글로컬대학30을 신규 예산 사업으로 편성해서 심의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이 자리에서 “글로컬대학 사업은 사실 새로운 사업이 아니다. 교육부의 의도는 글로컬대학 사업을 따로 하나 만드는 게 아니고, 혁신을 과감하게 하고, 아주 도전적으로 하는 대학들이 기획서를 내게 해서 선도하는 대학을 보여줌으로써 나머지 대학들도 혁신의 대열에 같이 동참해 달라는 의미의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방안이 글로컬대학 사업이지 별도의 사업으로 따로 디자인된 것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2023년 글로컬대학 본지정 결과, 신청대학 108개 대학 중 14개 대학(13%)이 선정됐다. 국립대의 선정율은 40%(25개 중 10개), 사립대는 4.7%(63개 중 3개)에 불과했다. 지역별로 보면, 대구·광주·충남·제주 지역은 선정대학이 없고, 경북지역에 2건, 강원 지역에 2건이 선정됐다. 

최은희 교육부 인재정책실장은 “통합을 추진하는 국립대가 많이 선정된 것은 사실”이라며 “평가위원들은 통합이 정말 어려운 과제라는 것에 주목한 것 같다”라고 해명했다. 지역 안배와 실질적인 통합 여부에 대한 평가는 없었다고 교육부는 거듭 강조했다.  

대학현장에서는 국립대와 사립대를 구분하고, 규모별로 나눠 선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나오고 있다. 국립대와 사립대가 경쟁하듯이 추진하는 방식은 맞지 않다는 것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글로컬대학이 새로운 혁신 사업이라면 별도 예산을 확보해 설립별, 규모별로 별도 트랙을 만들어 지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라고 제안했다. 

국회의 심의를 거친 예산을 교육부가 자의적·임의적으로 왜곡 집행하는 비정상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교육부의 일방적인 강요에 의해 대학이 구성원의 동의를 얻을 여유도 없는 짧은 기간에 졸속으로 제시한 혁신 방안의 가치와 현실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있다.

혁신안에 제시한 대학간 통합이나 학제 개편이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글로컬대학30에서 처음부터 배제되어 실질적으로 역차별을 받게 된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대학에 대한 보완 대책도 필요하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