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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학생 충원율 낮으면 시말서 써라” 압력 … 모집 정원 과감히 줄이기도
“재학생 충원율 낮으면 시말서 써라” 압력 … 모집 정원 과감히 줄이기도
  • 박수선 기자
  • 승인 2009.09.07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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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양각색 사립대 구조조정 방안

지방 중소사립대가 술렁이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경영부실 대학 판정을 위해 지난달부터 실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OO 대학이 실사 대학에 포함됐다고 들었다”, “옆 대학에 (실사팀)이 왔다갔다는 이야기가 있다”는 확인되지 않는 소문이 무성하다. 실사를 받았다고 퇴출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실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대학이나 실사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대학 모두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교과부 관계자는 “이전부터 구조조정은 지속적으로 추진됐지만 퇴출 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자체에서 느끼는 위기감이 다르다”면서 “대학이 구성원들을 설득하고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데(퇴출 리스트)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위기감과 구조조정 강도는 비례한다. 입학정원을 줄이겠다고 나선 대학도 적지 않다. 이전까지 대학이 자발적으로 입학정원을 감축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독자생존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통합을 추진하는 대학도 있다. 각 대학이 마련한 사립대 구조조정 계획을 들여다봤다.

“신입생 충원율 60% 미만이면 폐과·통합”

ㄱ 대는 지난달 1일 한층 강화된 구조조정 규정을 내놨다. ㄱ 대는 구조조정 규정을 개정하면서 재학생 충원율이 낮은 학과와 소속 교수에게 시말서를 쓰도록했다. 규정에 따르면 매년 4월 1일 재학생 진급시 미등록 학생이 입학인원의 40% 이상인 경우에는 해당 학부(과) 전임교원은 시말서를 써야한다. 미등록 학생이 입학인원의 30%이상인 경우에는 해당 학부(과) 교수전원은 서면 경고를 받는다.

또 교원법정정원을 초과한 학과는 교수 수를 줄일 수 있는 규정도 새로 넣었다. 감원 학과는 입학충원율, 재학생탈락률, 교원확보율, 취업률 등을 고려해 정한다. 소속 학과 폐과와 통합의 경우에 교원을 감원 할 수 있는 근거도 명시했다.

감원은 전임교원확보율이 교원법정정원을 초과하는 비율만큼, 교원실적이 나쁜 순으로 정한다. 교원실적평가 기준은 중도탈락률, 취업 알선·입학홍보 실적 등이 반영된다.

학과 통폐합과 입학정원 조정 규정도 명문화했다. 신입생 충원율이 60%미만이거나 모집인원이 18명 미만인 경우 다음 연도부터 모집을 중지하고 폐과 또는 통합할 수 있다.

또 신입생 충원율이 2년 연속 모집정원 대비 70%미만인 경우, 다음년도부터 모집을 중지하고 폐과 또는 통합할 수 있도록 했다. 구조조정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지만 교수들 사이에서 “대학이 운영을 잘못했는데 왜 교수들이 책임을 져야하는지 모르겠다”는 불만도 여전히 나오고 있다. 

몸집 줄이고 교육환경 과감하게 투자

ㄴ 대는 몸집을 줄이는 대신 교육환경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전략을 택했다.
먼저 내년도 신입생 정원과 편입학 정원을 대폭 줄였다. 신입생 정원은 14%, 편입학 정원은 절반을 감축했다. 이 대학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 충원율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신입생 정원을 줄이기로 했다”면서 “편입학 정원은 편제정원에 포함돼 재학생 충원율을 낮추는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편입학은 지방사립대에서 수도권대학으로 옮겨가는 경우가 많아 필요 이상 정원은 짐이 된다는 판단에서였다.

또 35개 학과 가운데 4개 학과는 내년부터 모집중지하기로 했다. 입학생 충원율과 경쟁력이 낮은 학과가 대상이 됐다. 단 4개 학과 재학생이 졸업할 때까지 학과는 유지한다. 소속 학과의 교수들의 신분도 재교육을 통해 다른 학과에 재배치하는 방식으로 보장할 계획이다. 이 대학 관계자는 “대학 사정이 어려워서 구조조정을 한 것인데 교수들이 동의해줘서 큰 마찰 없이 학과구조조정을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교육환경 개선은 학생유치를 위해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 대학은 전체 재학생의 절반을 차지하는 수도권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기숙사 한 동을 새로 짓고 있다. 또 1백억 원을 들여 실내체육관 리모델링 등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데 쏟아 부었다. 

이 대학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역량강화사업을 하는 이유는 지금 상태로 있다가는 6~7년 이후엔 위험하기 때문이다”이라면서 “나중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금 집중적으로 대학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자생존 어려워 … 통합 추진
지금까지 사립대간 통합 논의는 말만 많다가 흐지부지된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독자 생존이 어려운 대학들 사이에서는 통합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ㄷ 대학은 지난해부터 ㄹ 대와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이 두 대학은 학교법인이 달라 ㄷ 대학이 ㄹ 대를 인수한 뒤 통합절차를 밟아야 한다. 게다가 ㄹ 대는 현재 임시이사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현재 ㄷ 대학 총장은 교과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에 ㄹ 대 인수계획서를 제출해 놓고 심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많은 절차가 남아있지만 양 대학내에서 통합에 찬성하는 여론이 우세하다. ㄷ 대학의 한 교수는 “갈수록 학생도 줄고 학교 운영이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2개 대학이 통합하면 교육여건도 나아지고 경쟁력도 생길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ㄹ 대의 한 교수도 “누가 인수하느냐보다는 퇴출 대상이 되느냐 마느냐의 문제”라면서 “지금 퇴출이 안더라도 위기는 또 올 것이라는 절박감이 크다”고 말했다.

ㅁ 대학과 ㅂ 대도 비슷한 사정이다. 같은 학교법인이 운영하고 있는 양 대학은 모두 임시이사가 파견 돼있다. 이들 대학도 정이사 전환 뒤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 ㅁ 대학은 임시이사 파견 사유 해소를 주장하면서 지난달 사분위에 정상화추진계획을 제출한 상태다.

ㅁ 대학 관계자는 “구 경영진의 교비횡령으로 지역사회에서 비리대학이라는 인식이 퍼져 학생 수가 급격히 감소했다”면서 “정이사 전환 이후 통합을 성사해 새 출발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수선 기자 susu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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