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후속세대의 시선’ 원고 요청을 받고 어떤 주제로 글을 쓸까 고민하다 필자가 연구를 하면서 “조금은 아쉽다”라고 느꼈던 것에 대해 써보기로 했다. 이 글을 쓰면서 후속세대의 양성을 위한 연구교육문화를 많은 선후배 연구자 분들과 함께 개선해 나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써본다.
연구자에게 창의적인 연구방향을 설계하고, 신뢰도 높은 결과를 생산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다른 연구자와 잘 소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결과와 아이디어라도 잘 전달되지 못하면 소용이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소통의 대부분은 ‘질문’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를테면 랩 미팅, 세미나 또는 학회는 자유로운 질의응답을 통해 연구자들 간에 소통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학생들에게는 자신의 연구에 대해 발표하는 기회일 뿐만 아니라 타 연구자의 연구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하지만 필자가 느끼기에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거나 혹은 못하는 것 같다.
이 자리에서 오히려 질문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교수님들이다. 알고 싶은 것이 많은 학생들이 왜 질문을 하지 않는지 혹은 못하는지 궁금해서 주위의 학생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그들로부터 들려온 대답은 “이 분야에 대해서 잘 몰라서요”, “제가 하는 질문이 바보같이 들릴 것 같아서요” 또는 “질문할 기회가 없어서요” 등의 답변이었다.
필자가 미국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밟는 동안 『The Biology of Cancer』의 저자인 Dr. Robert Weinburg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그 강의에 참석한 나를 비롯한 학생들이 그의 엄청난 포스에 압도돼 감히 질문조차 못하고 있을 때, 그는 웃으면서 우리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There are no stupid questions! Sometimes I learn things from stupid questions!”
예리하고 똑똑하게 들리는 질문만이 좋은 질문은 아니다. 그의 말처럼 누군가는 “어리석은” 질문을 통해 새로운 걸 배우게 될지 모른다. 모르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말고 용기 내어 질문해 주길 바란다.
동시에 랩미팅, 세미나 또는 학회에서 학생들이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지도교수님에게 연구결과 보고만 하는 랩미팅, 또는 패널만 질문이 허용되는 학회에서는 학생들이 질문을 할 수 조차 없다. 관심분야의 학회에 참석하는 학생들에게 눈높이가 비슷한 신진과학자들과 만나 과학뿐만 아니라 진로개발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세션을 만들어준다면, 그 또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노력으로 보다 능동적이고 소통을 잘하는 많은 후배연구자들을 양성할 수 있는 연구교육 문화가 만들어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