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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공통감염병, 박쥐는 죄가 없다
인수공통감염병, 박쥐는 죄가 없다
  • 김재호
  • 승인 2021.03.22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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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의 SF <8>

‘SF’는 ‘과학소설(Science Fiction)’을 뜻한다. 이전까지 허구와 상상력은 소설이나 영화뿐 아니라 과학에서도 중요한 영감을 주었다. 여기서 쓰려는 ‘SF’는 과학 따라잡기 혹은 과학과 친구맺기라는 의미의 ‘Science Follow’를 뜻한다. 과학의 시대를 살고 있는 모두에게 과학적 사고와 과학적 사실들이 좀 더 확장되길 바란다.

<뉴사이언티스트>는 지난 3일, ‘인간의 자연학대가 어떻게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을 불러오나’라는 내용을 보도했다. 인수공통감염병이 창궐하는 이유가 동물들의 서식지 파괴와 학대에서 비롯했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유엔 생물다양성위원회는 동물들 안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170만 개 바이러스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모든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옮아오는 건 아니나, 매해 약 5개의 신종 전염병이 인수공통감염병으로 발생한다. 또한 70%의 신종 전염병이 동물성 미생물로부터 발생한다.

코로나19의 진원지에 대해 아직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없다. 하지만 우한의 ‘화난 수산물시장’에선 코알라를 비롯해 각종 이색 야생동물들이 코로나19 이전부터 거래되어온 것은 사실이다. 현재 시장은 문을 닫았다. 동물학자들과 야생동물보호협회 등 관계자들은 지난 20년 동안 동물과 인간의 질병 관계에 대해 입증하려고 노력해왔다. 물론 이런 문제는 매우 복잡하며 다루기가 쉽지 않다. 다만, 더 많은 병원균들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박쥐는 열이 많아 다양한 바이러스가 몸 속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픽사베이

 

삼림 벌채가 불러온 니파 바이러스

1998년 말레이시아의 니파에서 니파 바이러스에 의해 사람들이 감염병에 걸렸다. 서식지가 파괴된 박쥐들이 농장의 돼지 농장으로 오면서 결국 인간에게까지 감염이 시작된 것이다. 박쥐-돼지-인간으로 옮겨간 바이러스는 마치 박쥐-천산갑-인간으로 발생한 코로나19와 닮았다. 니파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은 아직 없다. 니파 바이러스는 감염자의 75%를 죽인다. 새로운 길이나 광산 혹은 농업을 위해 숲을 개간하면 그 주변의 사람들은 인수공통감염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니파 바이러스의 사례도 무리한 삼림 벌채가 늘어나면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생물다양성이 높은 열대지방을 급속히 개간하면, 신종 동물성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 역시 높아진다. 박쥐-말-인간으로 옮겨가는 호주의 헨드라 바이러스도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예를 들어, 라임병과 관련된 진드기(보렐리아균)를 보자. 라임병도 아직 백신이 없다. 북반구의 진드기들은 삼림이 파괴되면, 진드기 제거를 잘 하는 몸집 큰 동물들이 아니라 설치류 같이 진드기와 공존하는 몸집 작은 동물들에 기생한다. 그 결과 진드기의 숙주가 많아지면서 인간에게 질병을 퍼뜨릴 위험이 높아진다.

뉴욕 바드칼리지의 펠리샤 키싱 교수는 “생물다양성이 높은 서식지가 인수공통감염병의 진원지라고 단순히 생각하면 안 된다”라고 강조한다. 모든 생물이 인간에게 위협적인 건 아니다. 전염병을 연구하는 환경학자 키싱 교수는 다섯 그룹의 동물들이 인간에게 전염되는 동물성 질병을 옮길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제언한다. △쥐 △박쥐 △영장류 △고양이, 개 등 육식동물 △양, 염소, 소, 낙타 등 갈라진 발굽이 있는 동물. 2012년 처음 나타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의 매개체는 바로 낙타였다. 인간과 근접해 있거나 개체 수가 많으면 인간한테 질병을 옮기기가 수월하다.

키싱 교수는 “병원균은 대개 한 마리 이상의 동물들을 옮겨다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돌연변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역시 마찬가지다.

관박쥐(horseshoe bats)에 있는 또 다른 바이러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와 게놈이 96% 일치한다. 나머지 4%가 여러 숙주를 거쳐다니며 새로운 병원균을 옮길 수 있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의 경우 역시 동굴에 서식하는 박쥐로부터 시작해 흰코사향고양이가 매개체로 바이러스를 제공했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박쥐로부터 인간에게 직접적으로 바이러스가 옮겨갔을 가능성은 없는 것이다. 영국 버밍엄대 스티브 원윈 박사는 “인간을 생태계의 정점에 놓지만 인간은 단지 바이러스 유출의 연결들 가운데 일부일 뿐”이라고 말했다. 선진국에 제공하기 위한 야자 기름이나 육류 등을 위해 삼림파괴와 기후재앙이 지속되고 있다. 그 가운데 동물들은 서식지를 잃게 된다. 사스에서 코로나19, 그 다음은 어떤 전염병이 출현할까. 핵심은 동물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달려 있다. 팬데믹을 극복하는 본질적인 방법은 바로 야생시장 혹은 방황하는 동물들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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