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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질문
최초의 질문
  • 최승우
  • 승인 2022.04.27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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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동 지음 | 민음사 | 264쪽

기술 주권에 대한 이정동 교수의 통찰
문제 해결자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질문하라 ㆍ 설계하라 ㆍ 게임의 규칙을 만들라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이 된 유일한 나라다. 그러나 한국이 진정한 선진국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한국 산업계는 선진국의 로드맵이 주어진 상태에서 그것을 더 빨리 더 나은 수준으로 달성하는 데 탁월한 역량을 보여 왔다. 선진국의 로드맵은 정답이 있는 문제였고, 한국은 어떤 국가보다도 뛰어나게 문제를 해결했다. 그런데 문제를 내는 것과 푸는 것은 하늘과 땅만큼 다르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혁신 생태계에서 로드맵 밖의 질문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관행이 여전하다. 로드맵 밖의 ‘다른(different)’ 질문은 자기 검열로 없애 버리고 선진국보다 ‘더 좋은(better)’ 기술 개발에 집중한다. 탁월한 문제 해결자의 습관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축적의 시간’이라는 키워드로 한국의 기술혁신 생태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며 도전적 시행착오을 축적할 방법을 모색해 온 서울대 공대 이정동 교수가 이번 신작 『최초의 질문』에서 던지는 화두는 혁신의 시발점이다. 선진국이 출제한 문제를 잘 해결하는 문제 해결자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질문을 제시할 수 있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 “진정한 혁신은 도전적 질문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한국이 진정한 기술 선진국이 되려면 ‘나도 할 수 있다’는 상대적 기술의 틀을 넘어 스스로 ‘게임의 룰’을 제시하며 ‘전 세계에 새로운’ 기술로 나아가야 한다. 이 절대적 기술의 단계에서는 어느 누구에게도 답이 없고 질문과 시행착오만 가득하다. 기술 선진국들도 길을 몰라 헤매는 경지는 앞선 이의 발자국이 보이지 않는 설원, 즉 ‘화이트 스페이스’와 같다. 과거 한국의 산업과 기술은 선진국의 발자국이 뚜렷이 찍혀 있는 눈밭을 걸었다.

앞사람보다 덜 쉬고 더 악착같이, 더 빠르게 걷다 보니 어느덧 그 발자국이 안 보이는 지점에 이르렀다. 이제는 기술 선진국들이 앞이 아니라 옆에서 길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벤치마크가 없는 이 화이트 스페이스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은 보이는 발자국을 따르는 방법과 달라야 한다. 아무도 하지 않은 최초의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기 위해 한 걸음 디뎌 지도를 업데이트하고 방향을 수정하면서 길을 만들어 가는 수밖에 없다. 기술 선진국이 지난 200년 동안 착실히 다진 방법이다. 이제 모방이 아니라 창조, 추격이 아니라 개척을 통해 화이트 스페이스에 길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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