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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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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승우
  • 승인 2022.07.01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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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런던 지음 | 김아인 옮김 | 지식의편집 | 244쪽

“잭 런던이 쓴 가장 위대한 이야기는 바로 그의 삶 자체이다.”
잭 런던의 자전적 기록이자 길 위의 삶, 호보들에 관한 사회학적 기록

“우리는 세상에서 내쳐져 거기 외롭게 서 있었다.
우리 앞에 보이는 건 앞뒤로 안개 속으로 사라져 버린 짧은 철로뿐이었다.”

잭 런던은 40세의 나이로 죽을 때까지 누구보다 다양한 일을 했다. 그는 굴 도둑이자 알래스카 클론다이크의 금 채굴꾼이었고 선원이자 해양 순찰원, 기자이자 리포터였으며 대학 강사이자 농장주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무엇보다 떠돌이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호보였다.
1894년 18세의 런던은 화물열차를 잡아타고 캘리포니아를 떠나 1만 마일의 오디세이적 여정을 떠났다. 그는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 대공황까지 미국 최악의 경제 침체로 황폐해진 대륙을 가로질렀다. 《더 로드》는 런던이 자신의 호보 시절에 관해 잡지 〈코스모폴리탄〉에 연재한 에세이 모음이다.

대공황, 대륙횡단 열차, 박스카, 그리고 호보 데이즈
1865년 남북 전쟁이 끝나고 현대적 자본주의의 출현으로 일을 잃은 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해안에서 해안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호보라는 용어는 처음에는 퇴역 군인 노숙자들을 묘사하는 데 사용되었다. 떠돌이, 부랑자라는 단어와 혼동하여 사용했으나 대공황 이후 일시적인 일자리를 찾아 떠도는 빈곤한 이주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이 부각되었다.
대륙횡단 열차, 박스카, 유니온 퍼시픽, 호보 코드, 선수, 구호품, 부랑아와 풋내기, 물탱크, 모니카, 켈리 장군과 호보 부대 등 이 책에 나오는 호보들의 문화와 은어는 우리를 자본주의 사회의 경계 밖으로 유혹하는 동시에 경고한다.

대부분의 호보는 철도를 이용해 이동했고, 달리는 기차에 무단으로 탑승하는 호핑은 아주 위험한 일이었다. 움직이는 기차에서의 삶은 낭만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호보의 삶은 가혹했다. 호보는 법과 전통적인 사회의 울타리 밖에서 살았다. 그들은 자본주의의 불안정함을 상기시켜 주는 존재였다. 이 책의 표지에 나오는 호보 코드는 호보가 다음에 오는 호보들을 위해 남겨놓은 일종의 암호이자 사인이었다. 잘 곳이나 따뜻한 음식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경찰의 체포 등의 위험을 경고하기 위해 발전되었다.

길에 대한 신화는 미국 문화를 대표하고 미국의 정신을 구현한다. 또 미국 영화, 문학, 음악, 예술의 지속적인 소재였다. 잭 런던의 《더 로드》는 대공황 시대의 민속학 및 사회학적인 증언이자 잭 케루악의 《길 위에서》와 1970년대 히피 운동에 영감을 주었고, 켈리 장군과 호보 부대의 이야기는 영화 〈북극의 제왕〉의 소재가 되기도 하였다. 영화 〈노마드랜드〉를 보면 아마존 물류 센터의 일시적인 일자리를 찾아 끊임없이 이동하는 현대판 호보들이 나온다. 대공황이 시작된 지 한 세기도 지난 지금 우리의 노동 조건은 다시 잭 런던의 시대를 닮아가고 있는 지도 모른다. 런던은 세계가 아직 자본주의의 단꿈에 젖어 있을 때 야만적인 삶이 지닌 모든 결함, 그 희열과 고통의 드라마를 전한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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