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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대밭으로 변하고 있는 교육부
쑥대밭으로 변하고 있는 교육부
  • 이덕환
  • 승인 2023.07.10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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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_ 이덕환 편집인 / 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이덕환 편집인

교육부가 속절없이 침몰하고 있다. 지난 6월 15일 대통령의 난데없는 ‘공정 수능’ 지시가 신호탄이었다. 교육부의 인재정책기획관이 전격 교체되고, 교육과정평가원장이 스스로 물러났다. 엎친 데 덮친다고 2천800억 원이나 쏟아부었다는 4세대 나이스(교육행정정보시스템)가 교육 현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국립대 사무국장 자리를 놓아버릴 수 없다는 탐욕스러운 관료들의 낯 뜨거운 꼼수가 들통나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

결국 이주호 장관이 대통령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그야말로 듣도 보도 못한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대통령이 노동·연금 개혁과 함께 가장 강력한 의지로 추진하고 있는 교육 개혁의 주체를 자처하면서 기세등등했던 교육부가 고작 3주 사이에 폭망 지경에 내몰려버렸다. ‘위기 극복의 경험이 조직에 큰 자산이 될 것’이라는 이 장관의 다짐이 공허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교육부와의 악연은 뿌리가 깊다. 교육부의 첫 장관으로 지명했던 김인철 장관 후보자는 개인 문제로 청문회도 넘어서지 못했다. 음주운전, 논문 표절, 조교 갑질 등의 심각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밀어붙였던 박순애 장관도 취학 연령 조정 논란으로 취임 한 달 만에 낙마해버렸다.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이주호 장관의 재발탁에 대한 평가도 마냥 긍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취임 직후 떠들썩하게 추진했던 대학 자율화를 위한 교육부 조직개편은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한 밑밥에 지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에서 대학등록금 상한제, 국립대 선진화,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 대학입시 자율화 방안, 2009년 교육과정 개정 등의 과격한 개혁 정책을 기획·실행했던 이주호 장관의 막무가내식 밀어붙이기 행정은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이 총체적 부실로 대부분이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진 실패작이었다는 사실에 대한 반성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

교육부가 올해부터 밀어붙이기 시작한 대학 개혁은 그야말로 전광석화와 같았다. 지난 1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처음 등장한 라이즈는 3월 초에 선정 작업까지 모두 마무리됐다. 무려 2조7천억 원이 투입되는 거대한 국가사업을 두 달 만에 끝내버린 것이다. 교육부가 대학 개혁 과제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한 것인지도 불확실하다. 글로컬대학에서 낙방한 대학의 개혁 아이디어를 활용해서 예산 당국을 설득해보겠다는 주장은 어처구니없는 것이다.

대학 개혁의 원칙이나 방향도 오리무중이다. 겉으로만 화려한 라이즈·글로컬대학의 구체적인 정체를 알고 있는 사람은 이주호 장관뿐이다. 지자체가 대학의 감독 권한을 행사할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대학 내·외의 벽을 허물기만 하면 글로컬대학으로 우뚝 서게 되는 것이 아니다.

교육부가 아무 준비도 없었던 서울대에 무작정 218명의 입학정원을 배정해주고, ‘첨단융합학부’를 만들도록 요구하는 일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황당한 일이었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통째로 뜯어고친 사실을 뒤늦게 통보받은 대학의 입장도 난처하다.

대학의 존폐를 결정할 중차대한 개혁안에 대한 대학 사회의 의견 수렴에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포기해버렸다. 장관의 독단적인 개혁안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오만과 자만은 설 자리가 없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에서의 실패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이덕환 편집인
서강대 명예교수 /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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