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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에르도안의 권위주의, 과거 터키로 회귀하는 튀르키예
[글로컬 오디세이] 에르도안의 권위주의, 과거 터키로 회귀하는 튀르키예
  • 양민지
  • 승인 2023.10.19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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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_양민지 부산외대 지중해지역원 HK교수

레젭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강력한 지도자다. 20년이 넘도록 정권을 잡은 이슬람 보수주의 성향의 정치인이다. 유년 시절의 권위주의적이고 보수적인 가정환경과 무슬림 성직자 양성 기관 이맘-하팁에서 자랐던 성장 배경과 함께 청년 시절 보수주의적 이슬람 성향의 전국 튀르크학생연합에서의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다져진 정치적 성향이다. 

에르도안은 튀르키예에서 달변가로 손꼽힐 만큼 정치연설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을 받는 인물이다. 그의 탁월한 연설 능력은 청년 시절 경험한 정치활동에서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는 전국 튀르크학생연합에서 미래 정치 파트너를 비롯해 현대 튀르키예의 입법·사법·행정·교육·문화계 인사와 사회 주요 엘리트 세력이 된 수많은 인물과 조우한다. 

에르도안은 끊임없이 벌어지는 국내의 테러나 주변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같은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강한 국가, 곧 강한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민족주의 성향의 유권자들에게 각인시켰다. 그는 튀르키예의 국가 정체성이라고 보는 이슬람과 터키인에 대한 강조를 바탕으로 종교성과 민족주의를 지지하는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이끌어 내고 있다. 사진= 튀르키예 대통령실
에르도안은 끊임없이 벌어지는 국내의 테러나 주변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같은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강한 국가, 곧 강한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민족주의 성향의 유권자들에게 각인시켰다. 그는 튀르키예의 국가 정체성이라고 보는 이슬람과 터키인에 대한 강조를 바탕으로 종교성과 민족주의를 지지하는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이끌어 내고 있다. 사진= 튀르키예 대통령실

에르도안은 그의 정치경력 내내 이슬람주의와 터키인에 대한 강조, 그리고 타협하지 않는 강력한 권위주의적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튀르키예 국민 대다수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과 이들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이해득실의 문제를 정확히 간파한 고도의 정치전략이라고 판단된다. 

특히, 이번 2023년 대선의 성공은 테러와의 전쟁과 난민 송환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관통했다고 볼 수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결선투표에서 승리를 확정한 뒤 대중연설문을 통해 하나의 조국, 통일된 이데올로기를 언급했다. 오늘의 승리가 비단 정의개발당이나 자신의 것이 아니라 튀르키예 국민 모두의 것이라 강조했다.

또한,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세력 혹은 국민에 대한 원망이나 분노가 아니라 공화국 100주년을 맞이해 국가적 목표와 꿈으로 단결하자고 강조했다. 덧붙여 (선거의) 유일한 패배자는 국가의 안보를 위협하는 테러리스트와 이들의 배후 세력이라고 지적하고, 최근 쿠르드족과의 충돌임을 쿠르드계 정치인의 실책으로 못 박았다. 에르도안은 또한, 과거 보수 이슬람주의 정치인들의 이름을 열거하며 그들이 바쳤던 투쟁이 곧 자신의 재선 승리로 실현됐다고 강조했다.

재선의 승리가 곧 튀르키에의 새 시대, '튀르키예 세기'를 열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의 연설문에서 흥미로운 점은 “이스탄불의 정복은 내일 새로운 시대를 열고 또 다른 시대에 막을 내리게 할 것입니다. 내일 이 정복은 우리의 이스탄불에서 축하할 것입니다. 축복받은 지휘관이여, 축복받은 병사여. 이 선조의 후손들이 내 앞에 있기를 바라며, 당신들에게 자랑스럽습니다. 나는 여러분을 신뢰합니다. 나는 여러분들을 믿습니다. 이 선거가 우리에게 보이는 튀르키예의 세기가 이러한 전환점으로 역사에 기록되기를 바랍니다”라고 밝힌 것이다.

21세기 술탄이라고 부르는 에르도안이 실제로도 자신을 터키인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오스만제국의 위대한 역사를 재현할 지도자로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에르도안의 해당 발언은 테시오도스 성벽 현판에 있는 ‘이스탄불은 언젠가 정복될 것이다. 그것을 정복할 지휘관은 얼마나 행복한 이가 될 것인가, 병사는 또 얼마나 행복한 병사가 될 것인가! 헤지라 857년, 그레고리력 1455년 5월 29일 화요일 아침에 여기 이 열린 문을 통해 정복자(메흐멧 2세)의 군대는 이스탄불로 진입했다’라는 문구를 떠올리게 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연설문을 통해 경제 회복과 발전을 위한 협력을 촉구하며, 특히, 젊은 층의 일자리 확보와 인프라 및 복지시설 확충 그리고 농축산업 발전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자산이 그 누구보다도 그의 지지 기반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점을 대변한다.

또한, 에르도안은 끊임없이 벌어지는 국내의 테러나 주변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같은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강한 국가, 곧 강한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민족주의 성향의 유권자들에게 각인시켰다.

그는 튀르키예의 국가 정체성인 이슬람과 터키인에 대한 강조를 바탕으로 종교성과 민족주의를 지지하는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와 함께 그의 재선 성공에는 20년 장기 집권과 쿠데타 이후 언론에 대한 영향력이 강력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방송과 신문, 정부 부처가 에르도안의 선거에 이용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영 매체를 이용해 국민에게 가정용 천연가스 무료 제공, 조기 연금 수령, 남부 지역 석유 채굴 선언 등 포퓰리즘을 대변하는 공약을 잇달아 발표했다.

한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고 있는 레젭 타이이프 에르도안. 그는 20년 전, 튀르키예의 미래인 이슬람과 민주주의의 공존 가능성을 꿈꾸게 했던 정치인이었다. 그러나 공화국 건립 100주년을 맞은 현시점에서 권위주의적 보수 이슬람주의를 고수하는 에르도안이 튀르키예의 향후 미래에 적합한 지도자라 판단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양민지 부산외대 지중해지역원 HK교수

튀르키예 국립 에르지예스대에서 투르크 민속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연구 분야로는 투르크 민속, 터키 문화콘텐츠, 다문화 사회가 있다. 대표 저서로 『투르크 지역연구』(공저, 2018), 『터키를 가다』(공저, 2019), 『지중해문명교류사전』(공저, 202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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