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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인도계 CEO의 성공 신화, 해외유학 열풍 가속화 견인
[글로컬 오디세이] 인도계 CEO의 성공 신화, 해외유학 열풍 가속화 견인
  • 신민하
  • 승인 2023.08.18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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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_신민하 한국외대 인도연구소 HK연구교수

인도 젊은이들에게 불고 있는 해외 유학 열풍이 그 어느 때보다 거세다. 지난 2월 인도 중앙정부 교육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로 유학을 떠난 학생 수는 75만365명으로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온라인 매체는 이러한 추세가 계속 이어져 다음해에는 18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인도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에서 유학 중인 인도인 전체 학생 수는 750만 명 이상이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이보다 인구가 적은 국가가 무려 50개국에 달한다.

인도의 학생들이 해외유학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 이유는 해외에서 성공한 인도계 CEO들 때문이다. 인도의 학생들이 줄서 있는 모습이다. 사진=위키미디어
인도의 학생들이 해외유학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 이유는 해외에서 성공한 인도계 CEO들 때문이다. 인도의 학생들이 줄서 있는 모습이다. 사진=위키미디어

인도에서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소수의 특권으로 여겨지는 해외 유학을 떠나는 학생 수가 급증세를 보이는 배경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압축할 수 있다.
먼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전 세계적으로 시행됐던 입국 금지가 전면 해제되면서 그동안 해외 유학을 보류하고 있던 학생들이 일제히 출국 러시를 이루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분석이 있다.

특히 인도 학생들이 코로나19 기간 온라인을 통한 교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인도 고등교육 환경의 질적인 열악함을 몸소 체험한 것이 출국 러시의 중요한 동인이 되었다고 본다. 또 다른 분석은 인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인도 고등교육 기관의 입학 정원을 주목한다.

지난해 인도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 수는 140만 명에 달했다. 그런데 이들이 선호하는 인도공대·델리대·자와할랄 네루대 등을 비롯한 인도 유명 대학의 전체 입학 정원은 고작 20만 명 정도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차라리 해외 유명 대학에 입학하기가 더 쉽다는 인식의 확산이 유학생 급증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도 고등교육 환경의 양적·질적 열악함에 대한 전문가와 학생들의 비판적 목소리가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다. 고등교육 기관의 입학 정원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비교할 때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에 비춰 볼 때 이러한 분석의 설득력은 다소 떨어진다.

더욱이 최근 들어 양질의 교육시설과 우수한 교수진을 보유한 사립 대학의 수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고질적인 선택의 빈곤이 일정부분 해소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이에 힘을 더한다. 

필자에게 가장 흥미롭게 와 닿은 분석은 좀 더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해외 유학생 급증의원인을 코로나19 팬데믹 여파, 인도 고등교육의 고질적 문제와 맞물려 복합적으로 작용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변화된 마인드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해, 인도 대학에서 접할 수 없는 세계적 수준의 교수진과 시설, 다양하고 유연한 커리큘럼, 풍부한 연구 기회, 유학 이후 해외 취업과 정착에 대한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해외 유학을 선택하게 만드는 동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구글·마이크로소프트·어도비·펩시코·샤넬·트위터·유튜브 등 세계적인 기업과 연관된 전·현직 인도 출신 CEO의 성공 사례는 학생과 학부모의 해외 유학에 대한 인식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인도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인도 유학생들이 선택한 전공은 정치·경제·경영 등 오랜 기간 가장 선호되고 있는 분야뿐만 아니라 환경·광학·청력학·생명과학·항공우주·공중보건·재생 에너지·기업 거버넌스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전통적으로 인도 유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미국·영국·캐나다·호주 등 영미권 국가 이외에 프랑스·이탈리아·독일·러시아·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몰도바·필리핀·아프리카 지역의 국가도 인도 유학생이 선호하는 목적지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몰도바의 경우 국립 의과대학 정원 40% 이상이 인도 출신 학생인데, 졸업생 대부분은 현지에 정착하거나 취득한 의사면허증이 인정되는 국가로 이주해 의사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 4월을 기점으로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인구 대국으로 부상한 인도의 학생들이 자신만의 관심사와 야망을 품고 대거 해외 대학으로 몰려가고 있는 오늘날의 이 현상이 앞으로 인도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신민하 한국외대 인도연구소 HK연구교수

인도 국립 자와할랄 네루대 역사학센터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근현대 인도의 경제단체, 식민지 도시 형성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식탁에서 만나는 유로메나(2023)』(공저), 『인도 대전환의 실체와 도전: 힌두 헤게모니 담론(2022)』(공저)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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