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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바이옴 생산 ‘대사체’로 치료제 개발한다
마이크로바이옴 생산 ‘대사체’로 치료제 개발한다
  • 박현봉
  • 승인 2023.11.14 0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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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마이크로바이옴, ‘난치성 치료’ 어디까지 왔나 ⑧ UTI-요로 감염

궁극적으로 신경인성방광과 소아에서 
방광기능에 영향을 주는 
신규 유효 미생물·대사물질을 발굴해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와 잠재적 환자군의 
생리학적 상태나 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화학적 마커의 개발을 목표로 한다.

대사체(Metabolite)라는 용어는 의약품·농업·식품·환경·생태 등 여러 연구분야에 걸쳐 비교적 평이하게 사용된다. 하지만 그 정의는 꽤 복잡한 의미를 담고 있다. 사전에서 대사체는 유기체 내 여러 물질대사 과정으로부터 유래하는 중간물질 또는 최종산물로 정의된다. 간단히 말해, 생체 내 대사경로를 통해 생합성되는 유기분자 가운데, 특히 저분자 화학물질을 일반적으로 지칭한다. 

대사체는 유기체의 성장·발달·생식과 같은 필수 생명현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1차 대사체군, 이러한 현상에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지만 매우 중요한 생태학적 기능을 가지고 있는 2차 대사체군으로 크게 분류된다. 유기체는 처해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나 서로 간의 공존을 위해 그리고 생물종 간 화학적 공격과 방어 기작을 위해 2차 대사체를 생산할 수 있도록 진화해 왔다.

대사체의 생리화학적 특성으로 인해 식물·동물·미생물 유래 대사체는 인간의 질병 치료를 위한 의약품 개발에 무수히 많은 화학적 소재를 제공해오고 있다. 예를 들면, 최초의 항생제로 개발된 페니실린을 비롯해, 반코마이신 등을 포함한 대다수 항생제 의약품들은 미생물로부터 유래한 대사체를 기반으로 한다. 버드나무 껍질에서 유래해 소염진통제로 사용되고 있는 아스피린을 포함해 항암치료제 탁솔과 항말라리아 치료제인 아르테미시닌은 주목나무껍질 그리고 개똥쑥이라는 식물에서 유래한 대사체를 기반으로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09년 전 세계적으로 유행해 호흡기 질환을 일으킨 H1N1 인플루엔자(신종 인플루엔자) A의 치료제인 항바이러스제 타미플루 또한 팔각회향이라는 식물 대사체 소재 기반이다. 이처럼 식물·동물·미생물 유래 대사체들은 광범위한 생리화학적 효능과 작용기전으로부터 의약품 소재 개발에 매우 중요한 자원이 된다.

현대 분석 기기의 발달과 분석 기술의 고도화와 더불어,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을 기반으로 한 의약품 개발연구에서도 대사체 연구는 기초에서 임상연구에 이르기까지 매우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오믹스 시대에 접어들면서 대사체학(Metabolomics)을 도입해 분변·소변·혈장·타액·조직·세포 등을 포함하는 다양한 종류의 생체 시료로부터 표적 대사체군을 유의미하게 분석 통계처리할 수 있게 됐다. 휴먼 메타볼롬과 같은 광범위한 데이터베이스와 라이브러리를 기반으로 대사체 프로파일이 가능하게 됐다. 질환별 환자군과 정상군 간 대사체 지문 패턴을 확립할 수 있고, 코호트 간 비교분석을 통해 유익한 대사체와 유해한 대사체를 구분할 수도 있다. 또한 항생제와 같은 의약품을 포함한 여러 화학물질의 생체 내 대사과정 분석 또한 가능하다. 

왼쪽에서 첫 번째가 박현봉 국립강릉원주대 교수(생물학과)다. 박 교수 연구팀은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이 생산하는 대사체를 통해 요로감염 치료제를 개발하고자 한다. 사진=박현봉

 

기초부터 임상연구에 적용되는 대사체 연구

대사체 연구 분야에서는 미지의 대사체를 표적해 규명하는 대사체 발굴 분야도 존재한다. 이 분야는 꽤 도전적이지만 표적 대사체의 화학적·기능적 특성을 명확하게 규명한다. 전임상과 임상실험을 위한 대량 생산기술을 보유하고, 궁극적으로 잠재적인 의약품의 원천 소재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은 효능이 있는 미지의 대사체를 발굴할 수 있는 매우 좋은 소재가 될 수 있지만, 아직은 전 세계적으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필자가 소속된 국립강릉원주대 생물학과 연구팀이 감염성 질환 치료를 위한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유효물질로서 대사체에 중점을 두는 이유는 지극히 상식적이며 많은 과학적 증거를 기반으로 한다. 첫째, 인체 내에서 유익균은 유해균의 성장을 억제하고 있다. 이는 몸속에 유익균이 생산하는 천연 항생물질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익균이 생산하는 천연 항생물질

둘째, 대사체는 휴먼 마이크로바이옴과 인체의 면역체계와의 상호작용을 매개하며, 여러 질환과 마이크로바이옴 간 연계성에 대한 분자적 기전을 규명하는 데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인체에서 서식하며 생존경쟁하고 있는 마이크로바이옴이 생산하는 대사체는 이미 인체 내에서 그 효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미지의 대사체를 발굴하게 된다면, 궁극적으로 질환 특이적인 치료제로서 새로운 의약품을 개발할 가능성이 높다.

연구팀은 특히 산업통상자원부 과제를 통해 △비표적화 메타볼롬 분석과 코호트에 따른 비교대사체 분석으로부터 신경인성방광·소아 발생 요로감염 특이적인 대사체의 분석·발굴 △질환을 조절하는 효능 미생물 균주로부터 대사체 발굴과 자원 확보 △표적 메타볼롬 프로파일을 활용해 방광기능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다양한 신경전달물질과 단쇄지방산을 포함하는 대사체 군의 유의미적 프로파일 △표적 후보 미생물 균주들의 실험실 내 배양으로부터 표적 대사체의 생산과 화학적·생물학적 기능 규명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신경인성방광과 소아에서 방광기능에 영향을 주는 신규 유효 미생물·대사물질을 발굴해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와 잠재적 환자군의 생리학적 상태나 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화학적 마커의 개발을 목표로 한다. 아울러, 방광기능 개선을 통해 요로감염을 치료할 수 있는 마이크로바이옴과 대사체 기반 치료제 개발을 위한 신규 소재 발굴을 하고자 한다. 머지않은 미래에 현실화될 수 있는 난치성 질환인 신경인성방광과 소아 발생 요로감염 치료제 개발을 위해 연구팀의 실험실은 오늘도 불이 꺼질 줄 모른다.

박현봉
국립강릉원주대 교수(생물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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