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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비평은 미학의 실천적 영역
예술비평은 미학의 실천적 영역
  • 이승건
  • 승인 2023.12.0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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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말하다_『미학과 비평철학』 제롬 스톨니쯔 지음 | 오병남 옮김 | 이론과 실천 | 1991 | 500쪽

우리는 일반적으로 예술작품에 대해 행하는 어떤 판단을 예술비평이라 말한다. 이는 예술작품의 좋고 나쁨, 장점과 단점을 어떤 규준에 따라서 판별하고 평가 내리는 행위를 뜻한다. 미와 예술의 철학이자 예술에 관한 이론 학문인 미학이 이와 같은 예술비평과는 무슨 관계일까? 이 물음에 답하자면, 우선 19세기 후반 독일의 미학계, 즉 반(反) 관념론적 미학의 대두와 무관하지 않다.

다시 말해, 종래의 사변적이고 철학적인 방법의 ‘위로부터의 미학’에 반기를 든 경험주의적이며 실증주의적인 소위 ‘아래부터의 미학’이 예술학(Kunstwissenschaft)을 태동시키며 급기야 독일 미학을 대표하는 기관지 『미학 및 일반예술학 잡지』(Zeitschrift für Ästhetik und allgemaine Kunstwissenschaft)를 창간(1943년까지 출간)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나치의 득세로 잡지 출간에 관여한 학자들이 미국에 모여 다시 학회를 이루며 활동하게 되는데, 이때부터 출간한 책이 미국 미학회의 기관지인 『미학 및 예술비평 잡지』(Journal of Aesthetics and Art Criticism)이다. 

두 잡지 모두 주로 앞부분에서는 철학적 미학의 연구를 그리고 뒷부분에서는 개별 예술장르에서 벌어지는 구체적인 예술현상과 비평을 다루면서 예술비평(예술학)이 미학의 실천적 영역임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미학의 새로운 분야로 비평의 철학을 개척했다는 평을 받는 스톨니쯔(Jerome Stolnitz, 1925~ )는 영ㆍ미 분석미학의 좌표 속에서 한 권의 전문서적(『미학과 비평철학』(Aesthetics and philosophy of art criticism: A critical introduction, Houghton Mifflin Company, 1960)을 선 보였기에,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예술비평을 둘러싼 여러 문제에 대해 미학적으로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 알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럼으로써 미학과 예술비평의 관계에 대해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크게 4개의 묶음 속 작은 15개 주제로 꾸미고 있다. 즉, 제1부 미적 경험(제2장 미적 태도, 제3장 미적 경험)과 제2부 예술의 본성(제4장 예술의 창조, 제5장 여러 가지 모방론, 제6장 형식주의, 제7장 주정주의적 이론, 제8장 미적인 “미묘성”의 이론), 그리고 제3부 미학에서의 세 가지 문제(제9장 비극과 희극에서의 추의 문제, 제10장 예술에서의 진리와 믿음, 제11장 예술과 도덕), 마지막으로 제4부 예술의 평가(제12장 미적 경험과 가치평가 그리고 비평, 제13장 가치 판단의 의미와 확충, 제14장 비평의 종류, 제15장 비평의 교육적 기능)에 덧붙여 ‘제1장 미학의 연구’로 이루어져 있다. 적지 않은 책의 분량과 구성에서 엿보이듯이, 저자는 미학적 관점에서 예술의 본성의 고찰을 거쳐 예술의 평가에 이르기까지 논의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서평자는 제4부(예술의 평가)의 맨 앞장, 즉 ‘제12장 미적 경험, 가치평가 그리고 비평’을 이 책의 핵심으로 꼽는다. 왜냐하면 미학의 관점에서 예술비평의 철학을 더듬는 관점에서 제1장(미학의 연구)과 제1부(‘미적 경험’ 중 ‘제3장 미적 경험’)에 관한 예술 비평적 관점의 구체적인 논의가 제12장에서 다시 한 번 집중적으로 다루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341~359쪽)에 대해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미적 가치화와 가치평가 
ㆍ미적 경험(aesthetic experience)에서 출발하는 예술비평 : 미적 경험은 “우리가 어떤 대상을 받아들이고 향수하는 특별한 경험이다.
( … ) 그것이 선과 악에 미치는 영향에는 관심이 없다. ( … ) 이 점에 있어서 미적 경험은 ― 적어도 상대방의 흠을 잡기 시작하기 전까지의 ― 사랑과 같다.”

ㆍ예술비평철학의 두 활동 : 

 

 

 

 

 

 

 

 

 

 

 

 

 

 

 

 

 

 

ㆍ우리는 왜 판단하고 비평하는가? : 왜, 우리는 미적 대상으로서 예술작품이나 자연 경관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것에 대해 재잘거리며 흠잡고 그것의 정확한 가치를 측정하려고 하는가? “부분적으로는, 아마도 우리가 예술작품들에 관해서 말하는 것을 단순히 즐기기 때문일 것이다.” 이와 같은 활동은 ‘해가 없는 오락’이며, ‘대단한 세련된’ 활동이기에 우리는 미적 경험에 있어서 예술의 특징을 즐기면서 평가하는 동안에 그것들을 곰곰 생각하기를 좋아한다.   

ㆍ미적 경험(aesthetic experience)과는 다른 예술비평 : 미적 대상에 대해 미적 태도를 갖고 그 심미적 경험을 얻는 것과는 달리, 예술비평은 그러한 상황 속에서 진행되는 여러 의미들을 체계적으로 다루어 더욱 명확히 하려는 특성이 있다!   

2. 미적 태도와 비평적 태도
ㆍ스톨니쯔는 바로 앞 절의 내용을 이어받아, 미적 태도와 비평적 태도를 구분한다. 즉 “나는 미적 가치화와 비평적 가치평가가 서로 다르지만, 후자는 감상을 고양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제 나는 감상과 비평이 또 다른 측면에서 서로 구분된다는 것을 즉, 그것들이 심리학적으로 상반된다는 것을 보일 것이다. 미적 태도와 비평적 태도는 하나의 대상에 대한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 방식이기 때문에, 전자가 마음속에서 먼저 떠오르면 후자를 추방한다. 이 양자가 쉽사리 공존할 수는 없는 것이다. 만약 이 이유를 알 수 있다면, 예술가들과 ‘예술 애호가들’이 예술비평가들에게, 왜 그렇게 자주 적대적이거나 회의적인지를 보다 잘 이해하게 될 것이다. 즉 비평이 감상의 생동감과 따스함을 결여하고 있다는 그들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ㆍ‘비평적으로 되는 것’이란? : “가장 엄격한 의미에서 그것은 흠잡기를 의미한다. 또 보다 넓은 의미에서는 어떤 대상의 약점들뿐만 아니라 강점들도 평가하는 것을 지칭한다.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건 그것은 어떤 특정한 마음의 구조 ― 초연하고 조심스러우며 속지 않으려고 주의하는 상태의 마음의 구조를 암시한다. 비평적이라는 것은 의심 많은 사람처럼(미주리 출신처럼) ‘보여 질’ 때까지는 승인하지 않는 것이다.” 

ㆍ‘미적 태도를 갖는다는 것’이란? : 앞의 ‘비평적으로 되는 것’과 비교해서, “미적 태도는 이것과는 전혀 다르다. 그것과는 꼭 반대이다. 그것은 자유롭게 그리고 의심하지 않고 대상에 우리의 충성을 바친다. 예를 들어 그 비유적인 표현이 약간 화려한 것이긴 하지만, 관람자가 예술작품에 ‘빠진다’고 말해지기도 한다. 그는 그 대상의 삶을 살기를 원하는데, 이것은 그가 초연하고 의심스러워한다면 그렇게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그 대상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며 그것에 대한 어떤 도전에도 맞서 나아간다. 미적 관심이 아주 강렬할 때에 지각자는 그 대상에 ‘몰입한다’.” 

ㆍ비평의 기질 : 따라서 “비평의 기질이나 ‘정신’은 미적 태도에 해로운 것이다. 만약 비평적 태도가 우리의 주목을 지배한다면 그것은 미적 지각을 파괴하게 될 것이다. 우리 모두는 이러한 사람들을 알고 있다. 그들은 항상 작품 속에서 흠을 집어내는 데에만 전념한다. 이에 대해 우리는 가끔 ‘왜 당신은 긴장을 풀고 음악을 즐기려 하지 않습니까?’하고 그들에게 묻고 싶어진다.” 

ㆍ비평은 작품을 분해한다! : “게다가 비평은 분석적이다. 비평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이것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들의 한결같은 외침은 ‘우리는 분해하며 살해한다’였다. 그러나 비평가는 분석 없이는 자신의 일을 해 나갈 수 없다. 작품이 좋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는 작품의 가치에 공헌하는 것이 그 안에 있음을 보여주어야만 한다. 그는 그것의 감각적인 매력, 형식적 구조의 명확성, 정서의 심오성, 그리고 작품의 구성요소들을 따로 떼어놓고도 고려해보고 그들이 상호관계 속에서도 고려해보아야만 한다.”

ㆍ미적 지각은 작품을 전체로 받아들인다! : “그러나 미적 지각은 이렇게 진행되지 않는다. 그것은 작품을 토막 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작품을 전체로서 파악한다. 비평이 말하는 감각적 성질은 관람자에게 느껴진 직접성들이다. 비평에 의해서 분석된 형식적 관계란 미적 지각에 있어서 경험에 생명을 불어 넣고 그것을 함께 연결하는 기대와 긴장 속에 있는 필수적인 고리들이다. 비평가에 의해서 부연 설명되어진 진리는 작품에 빠지고 작품을 통하여 ‘활성화된’ 것이 지각자에 의해서 느껴지는 것이다. 그것은 그 관람자가 파악하고자 하는 그 작품의 ‘총체’이다.” 

ㆍ비평의 목적과 미적 지각의 목적은 다르다!

 

 

 

 

 

 

 

 

 

 

 

ㆍ비평과 미적 지각은 다르지만 공통점도 있다! : “아마도 비평과 미적 지각이 다르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 … ) 그러나 양자는 보통, 아마도 거의 지각 속에서 동시에 발생한다. ( … ) 우리 모두는 음악을 듣거나 연극을 보면서, 우리가 얼마나 자주 친구와 함께 비평적 설명을 속삭이는가를 알고 있다. ( … ) 대부분의 사람에게 ‘미적 경험’의 일부는 또 어떤 사람에게 대부분의 ‘미적 경험’은 실제로 미적 태도와 비평적 태도의 혼합물이다.” 

ㆍ비평적 태도는 미적 태도를 수반해야만 한다! : “비평적 태도는 미적인 태도를 수반해야만 한다” 또한 “감상의 모든 행위 속에는 판단의 규범들이 숨어 있다. 그러므로 ‘비평적’과 ‘미적’ 사이의 날카로운 구분은 건전하지 않다. 가치평가와 판단은 미적 관조의 모든 행위 속에 있다. 미적 태도는 그것이 전적으로 비(非)비평적으로 말해진다면 적절하게 이해되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항상 어느 정도 비평적이다.” 

ㆍ비평과 구분되는 관조, 미적 향수, 감상 : “우리는 비평과 관조를 분리시켜왔다. 몇몇 사상가들은 이런 방향에서 더 발전된 궁극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다. 그들은 비평과 미적 향수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비평은 감상과 관련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것은 쓸데없는 주장이다. 작품에 대한 비평의 접근과 방법을 가지고서는, 예술작품의 미적 가치를 도저히 설명할 수 없다.”

ㆍ예술의 가치판단은 무엇인가? : 그렇다면 예술의 가치판단은 무엇인가? “가치판단의 주제는 예술작품이다. 우리가 미적으로 즐기는 것이 전체적인 작품이기 때문에 우리는 전체적인 작품을 판단하여 그것이 ‘아름답다’거나 ‘훌륭하다’거나 또는 그 무엇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가치평가의 시작일 뿐이다. ( … ) 우리가 작품 속에서 감상하는 것은 그것의 소중한 개별성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하나의 시를 또 다른 시와 바꾸려하지 않는 이유이다.”

ㆍ예술작품, 감상과 비평을 유도하다! : 비평은 예술작품을 비평의 대상으로 삼는다. “작품의 독특하고 ‘유기체적인’ 특질은 가치판단을 단언하도록 한다. 그러나 판단을 증명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바로 이 전체적인 작품의 독특성이다. ( … ) 예술적 대상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다. 즉 그것은 논의되어질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저기! 보아라!’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비평이 아니라 열광이다. 예술이 그러한 것이라면 비평은 본래부터 불가능하다.”

ㆍ비평에 대한 조언 : “비평적 분석이 아무리 식별력 있고 정확하다고 할지라도, 또 그것이 전체적인 작품의 의미에 의해 아무리 많이 지배된다고 할지라도, 여전히 비평은 절대로 개별적인 작품의 미적 지각을 대체할 수 없다. 마치 미적 태도와 비평적 태도가 다른 것처럼 예술작품과 그것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서로 다른 것이다. 비평이 이 사실을 망각하고 어떻게 해서라도 미적 지각을 대체해 보려고 한다면 그것은 붕괴된다. 왜냐하면 그럴 때에 비평은 자신의 기능을 잘못 해석한 것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예술비평이 궁극적으로 판단해야만 하는 것은 ‘전체적인 작품’이기 때문이다.    

비평을 포함한 예술에 관한 ‘비판적 입문’ 이론서

저자가 「서문」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은 “미학, 예술철학 혹은 예술비평철학의 개론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을 위해 쓴 것”(6쪽)으로 관련 교과의 입문서 성격이 짙다. 특히 ‘비판적 입문’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데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독자들에게 ‘비판적’으로 되기를 권유한다. 다시 말해, 독자 스스로가 예술적인 것(the artistic)과 미적인 것(the aesthetic)에 관해 자신의 주요한 신념들에서 시사점을 주는 것과 그릇된 것을 구별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7쪽).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저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예술을 전공하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예술을 곁에 두고 싶어 하는 일반 독자들에게도 가히 매력적이라 하겠다. 더욱이, 각 장의 마무리 부분에 ‘참고문헌’과 ‘생각해 볼 문제’를 넣어 저자의 주장을 한 번 더 음미할 기회를 제공함은 독자를 위한 세심한 배려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말 번역서는, 원서의 부제(비판적 입문)를 제시하고 않고 있음으로 해서, 이와 같은 저자의 의도를 충분히 드러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하겠다.

이승건
서울예술대 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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