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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 다양성과 균형 위해 국내박사 쿼터제 도입 제안한다”
“학문 다양성과 균형 위해 국내박사 쿼터제 도입 제안한다”
  • 박수선 기자
  • 승인 2010.10.25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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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태룡 한국행정학회 회장(상지대·행정학)

‘국내박사 쿼터제’ 도입을 제안한 김태룡 한국행정학회 회장(상지대, 사진)은 “황폐화된 국내 대학원과 학문의 주체성을 살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고 주장했다.
우수한 국내 박사들이 대학 교수임용에서 차별을 받고 있는 만큼 강제적인 할당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바람직한 제도라고 볼 수는 없지만 다만 학문의 다양성과 균형을 위해 국내 박사의 취업을 일정 부분 보장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국행정학회는  25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국내박사 쿼터제의 도입방안 모색’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국내박사 쿼터제, 왜 필요한가.
“우리학문의 주체성과 국내대학원에서 배출되는 학문후속세대를 살리기 위해서다. 지역대학에 위치한 대학원은 황폐화된 지 오래됐고 서울에 소재한 대학들도 정원을 채우기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국내 대학원은 공동화되고 학부만 남는 기형적인 모습이 될 것이다. 대학 교수임용에서는 점점 더 국내박사를 찾아보기 어렵다.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도 교수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없다. 이런 학생들에게 국내에서 열심히 공부하면 교수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자는 것이다.”

△대학들이 교수임용에서 국내박사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있다는 것인가.
“해외박사들을 대놓고 우대하지는 않지만 현실적으로나 암묵적으로 특정 국가의 학위 소지자가 유리한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예컨대 ‘영어강의 가능’ 등의 조건을 거의 모든 대학에서 부과한 것 자체가 해외박사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설정한 것으로 봐야한다. 그리고 국내박사들이 뒤질 수밖에 없는 국내대학원의 문제도 있다. 그것은 공동화 현상으로 인해 우수한 인적자원들은 해외로 모두 빠져나가 자원자체가 크게 줄었다.”

△국내 대학원의 교육 부실과도 연관되는데.
“국내 대학원의 질적 관리도 함께 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국가박사고시제 등을 통해 함량미달의 박사가 양산되는 것을 막는 제도가 필요하다. 외국어 능력과 논문의 질을 따져 대학원 교육을 엄격히 하는 것이다. 권위 있는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등 해외박사에 뒤지지 않는 국내박사를 길러내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또 순수학문코스와 전문박사학위 과정을 구분하는 것도 필요하다.”

△강제로 국내박사 비율을 할당했을 경우 역차별 논란도 예상되는데.
 “반론의 여지도 당연히 있다. 원론적으로 자율성과 수월성이 강조되는 학문을 통제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측면에서 이 제도가 장기적으로 옳은 제도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과거에 자국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보호무역을 설정했던 것처럼, 국내 학문후속세대의 취업을 일정 부분 보장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일본의 경우 국내박사를 더 높게 평가한다. 국내박사가 전체 60%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일본의 학문적 수준을 후진국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글로벌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는 대학의 반발도 클 것 같은데,
“국내 대학원들이 수 십 년간에 걸쳐 국내 박사를 양산했는데, 제자들을 교수로 임용할 수 없다면 잘 못 되도 한 참 잘못된 것이다. 학생들의 취업시장도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학위를 남발한 데는 대학의 책임이 크다. 세계 대학들과 경쟁한다고 하면서 정작 자신들이 가르친 제자를 뽑지 못할 정도로 교육이 부실했다면 그 대학은 문을 닫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

△국내박사 쿼터제 도입을 앞으로 어떻게 추진할 계획인가.
“여교수채용목표제 같이 권고 수준으로는 안 될 것 같다. 각 학과에서 교수를 뽑을 때 전체 40%정도는 국내박사에게 할당하는 법률안을 연내에 발의할 예정이다. 법안 발의를 통해 국내 대학원 교육의 질 관리 등을 포함한 활발한 논의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수선 기자 susu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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