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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81] 바다의 골칫거리, 노무라입깃해파리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81] 바다의 골칫거리, 노무라입깃해파리
  • 권오길
  • 승인 2021.10.19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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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라입깃해파리=위키미디어
노무라입깃해파리=위키미디어

노무라입깃해파리(Nomura's jellyfish) 이야기다. 이 동물은 우리나라 주변 해역에서 해수욕장의 피서객뿐만 아니라 어업에도 큰 피해를 주는 것으로 알려진 몸집이 큰 해파리이다. 완전하게 자라면 집채만큼 커서 어린애보다 더 큰 지름이 1m 정도이고, 무게(습중량, wet weight)는 200kg이 넘는다고 한다.

노무라입깃해파리는 독성을 띠고 있는 촉수(觸手, sting)로 물고기를 잡는다. 해파리 촉수에 닿으면 작살같이 생긴 자세포(刺細胞, 쐐기세포)가 발사돼 먹이동물을 찔러 마비시킨다. 마비된 먹이는 해파리 몸 안에서 소화된다. 촉수의 독은 사람의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치명적이지는 않다고 하지만 수생 동물들에게는 상당한 영향을 미칠뿐더러 노무라입깃해파리에 쏘인 초등학생이 사망한 사례도 있다 한다. 

노무라입깃해파리(Nemopilema nomurai)는 5월경에 우리나라 인근 해역에서 발견되며, 7~9월 사이에 개체 수가 빠르게 증가한다. 한 번에 약 1억 개 이상의 알을 낳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도 이들의 번식과 생활 습성에 대한 생태학적 정보는 거의 없는 상태이다. 현재까지는 중국의 동쪽 해안에서 발생하여 해류(海流)를 타고 우리나라와 일본의 해역으로 유입되는 것으로 추측된다. 해양학자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면서 이 해파리들의 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점점 마릿수가 늘었고 어업에도 막대한 피해를 주었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에도 큰 골칫거리로 여겨지고 있다. 해파리들의 수가 급격히 늘어난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으나 해파리를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진 거북과 쥐치 등의 천적 수가 무분별한 어획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생각하고 있다. 노무라입깃해파리를 잡아먹는 천적(포식자, predator)은 쥐치(thread-sail filefish), 장수거북(leatherback turtle), 개복치(sunfish), 황새치(swordfish), 다랑어(tuna), 상어(shark), 아무르불가사리(amur starfish), 사람 등이다. 

또한, 이들 대형 해파리의 먹이에는 어류의 알과 동물플랑크톤이 포함돼 있어, 어류 자원 감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 동·서·남해 전 해역에서 발견되며, 5월경에는 어린 개체들이 나타나기 시작해 초겨울까지 꾸준히 발견된다. 그리고 해파리는 어릴 때는 동물플랑크톤(zooplankton)을, 성체가 되면 물고기를 잡아먹고 산다. 그리고 쌀알 크기의 유생에서 2m의 성체가 되는데 6개월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노무라입깃해파리는 해파리류 중에서도 압도적인 덩치를 자랑한다. 갓의 지름은 최대 2m, 촉수 수는 4,000여 개로, ‘사자갈기해파리(lion's mane jellyfish)’보다 촉수는 짧아도 갓의 지름은 더 크다. 사자갈기해파리는 머리부터 다리 끝까지의 길이는 무려 36.6m로, 세상에서 가장 긴 해파리이다. 사자갈기해파리 다음으로는 몸길이가 33m 정도인 ‘흰수염고래(blue whale)’이고, 몸길이 24m의 ‘향유고래(sperm whale)’가 그 뒤를 잇는다. 온난화의 영향으로 해파리가 마구 번식하는 통에 우리나라와 일본 어장의 그물에는 노무라입깃해파리가 걸리는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그물에 걸린 어류들은 이 해파리의 독 때문에 죽었거나 반송장이 돼 팔지 못해 이래저래 성가시고, 또 그물도 망가져서 못 쓰게 된다. 

멍석 크기의 태평양 근구해파리류는 맛 좋은 자포동물로, 예부터 ‘해파리냉채’ 등 중화요리에 이용되었다. 그런데 역시 근구(根口)해파리류에 드는 노무라입깃해파리도 식용할 수 있으나 비린내가 아주 많이 나고, 맛이 없어서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는 잘 맞지 않는다고 한다.해파리는 몸의 90% 이상인 물 덩어리로, 어망을 찢거나 고기를 폐사시키는 등 독성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몇몇 어부들은 화풀이로 그물에 걸린 해파리를 난도(亂刀) 하는데, 이것은 되레 자해행위(自害行爲)다. 왜냐면 노무라입깃해파리도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 몸에 있는 알과 정자를 모두 방출하는 습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노무라입깃해파리를 우리 생활에 이용해 보려는 여러 번의 시도가 있었다. 해파리로 비료나 아이스크림을 만들거나, 해파리에 든 점액 물질인 뮤신(mucin)을 써서 골관절염 치료 약을 만들기도 한다.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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