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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 생태계 다양성 높여 ‘담도·췌장암’ 극복한다
미시 생태계 다양성 높여 ‘담도·췌장암’ 극복한다
  • 김재호
  • 승인 2023.11.21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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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마이크로바이옴, ‘난치성 치료’ 어디까지 왔나 ⑨ 항암

차세대 신성장 동력으로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이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염증성 장질환, 뇌혈관 질환 등 난치성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더욱 그렇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미 2건에 대해 상용화를 승인하면서 바이오산업에서의 혁신적 장이 열렸다. <교수신문>은 각 질환별 난치성 치료 현황을 국내 최고 전문가로부터 들어 보고 치료의 가능성을 살펴본다. 아홉 번째는 항암에 대해 황진혁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소화기내과)·양영 숙명여대 교수(생명시스템학부·여성건강연구원 원장)의 최신 연구 현황을 소개한다.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는 기존의 미생물 군집과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외에도 전사체·
단백체·대사체 등 다중오믹스 데이터와 환자의 바이오 정보를 효율성 있게 정리·분석해
의학적 의미를 밝히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헬스케어의 융합으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박테리아·바이러스·곰팡이 등 다양한 미생물이 암의 발생과 치료 과정, 특히 암 면역치료 효과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통해 암 치료 분야에서 혁신적인 변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암 종양 미시 생태계, 즉 ‘면역-암-미생물 상호작용 축(immune-oncology-microbiome axis)’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암 진료에 새로운 진단과 치료 옵션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연구는 췌장암과 담도암과 같이 치료 반응이 낮은 치명적인 암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췌장암은 발병률이 계속 증가하지만 5년 생존율이 거의 변하지 않는 치명적인 암종이다. 그래서 초기 진단과 치료가 어렵다. 췌장암 세포는 전이하기 쉽고 항암치료에 대한 반응이 부족해 예후가 나쁘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췌장암 환자에서 건강인에 비해 장내 미생물 군집의 다양성이 낮다고 보고됐다. 미생물 군집의 불균형은 만성 염증을 유발할 수 있어 췌장암의 발병과 관련이 있다. 이러한 미생물 군집의 변화는 췌장암의 발생과 진행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황진혁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소화기내과)는 분당서울대학교병 원 건강증진센터장과 담도·췌장암 센터장을 맡고 있다. 황 교수는 담도·췌장암 조직의 미시 생태계를 분석해 치료 효과를 증가시킬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찾고자 한다. 사진=황진혁

 

췌장암 동물모델 실험과 항암 효과 향상

이 뿐만 아니라 구강 미생물 군집도 췌장암 병인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치주염을 가진 환자들은 췌장암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미생물 조성을 변경해 면역 기능과 항암 효과를 향상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췌장암 조직 내의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는 상대적으로 최근에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췌장암에서 미생물을 이용한 항암치료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췌장암 동물모델 실험에서 박테리아 제거 후 암 면역 활성 증가와 항암 효과 향상이 관찰됐다. 이로써 미생물 군집의 조성을 조절해 면역 기능과 항암 효과를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시됐다. 

요약하면, 미생물을 기반으로 한 췌장암 예방과 치료 연구는 흥미로운 분야로 환자의 예후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미생물과 췌장암 간 상호작용을 잘 이해하고 치료 대상을 식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구강 미생물·췌장암 조직 미생물 등), 암세포와 면역세포의 상호작용에 대한 통합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이를 토대로 개별 환자에 최적화된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한 정밀 의학과 다학문적 연구가 필수적이다.

담도암은 그 예후가 췌장암만큼이나 좋지 않다. 담도암의 근본적인 치료는 수술적 절제이나 현실적으로 수술 가능한 환자는 30% 정도이다. 그 외 환자들은 세포독성 항암치료·표적치료·면역치료를 받는다. 최근 담도암에서 ‘섬유아세포성장인자 수용체 2’(FGFR2) 융합과 ‘아이소시트르산 탈수소효소 1(IDH1)’을 표적으로 하는 항암제의 효과가 확인됐다. 그러나 이러한 표적은 간내 담도암에서만 일부 발현하며, 간외 담도암에서는 드물다. 또한 고빈도-현미부수체 불안정성(MSI-H) 혹은 불일치 복구 결함(dMMR)을 가진 담도암에서 면역항암제를 사용할 수 있지만, 해당 환자 비율이 매우 낮고 효능을 예측할 수 있는 적절한 바이오마커가 없다는 한계가 있다. 

 

담도암 면역 체계에 영향 끼치는 마이크로바이옴

마이크로바이옴은 담도암의 면역 체계와 염증 반응에 영향을 끼쳐 담도암의 발생·진행과 관련이 있다. 담도암의 약 10%는 면역학적으로 ‘약물에 반응하는 암’(hot tumor)으로 분류되고, 20∼50%는 ‘약물에 반응하지 않는 암’(cold tumor)으로 분류된다. 현재 담도암의 예후 개선을 위해 마이크로바이옴을 조절해 후자를 전자로 변환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생물 분석 유전체 기술을 기반으로 한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치료후보 물질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서 황진혁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분당서울대학교병원 건강증진센터장/담도·췌장암 센터장)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암환자의 면역항암제 효능 증대를 위한 휴먼마이크로바이옴 치료기술 개발’(2023∼2025) 과제에 참여하고 있다. 

담도·췌장암 환자의 분변 샘플을 이용해 치료 효능 관련 마이크로바이옴 라이브러리를 확보하고 연세대·숙명여대·종근당바이오·㈜티엠에스헬스케어와 협력해 다중오믹스 데이터와의 통합적 분석을 통해 면역 항암제 효능 관련 바이오마커 후보 스크리닝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는 기존의 미생물 군집과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외에도 전사체·단백체·대사체 등 다중오믹스 데이터들과 환자의 바이오 정보를 효율성 있게 정리·분석해 의학적 의미를 밝히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헬스케어의 융합으로 발전하고 있다. 

황 교수는 약 4천 명의 다기관 담도·췌장암 코호트(특정 인자를 공유하는 집단)를 구축하고 있으며, 담도·췌장암 환자 약 1천 명의 검체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이용해 임상정보 기반 유전체·단백체·대사체 등의 바이오 데이터를 통합 구축하기 위해 수 년째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전장 유전체 시퀀싱(WGS)·전장 엑솜 시퀀싱(WES)·전장 전사체 분석(WTS)등과 같은 유전체 빅데이터 분석과, 세포 단위의 기능적인 세부 분류가 가능한 단일 세포핵 전사체 분석과 위치 정보를 포함한 공간적 전사체 분석을 통합적으로 진행해 기존의 유전체 분석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다. 

그래서 단일세포 수준의 종양과 종양미세환경의 프로파일링·공간적 대응(mapping)을 구체적으로 구현하고 복합적 의료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분석해 담도·췌장암의 예후와 치료 반응 예측에 관한 연구 성과를 거두고 있다. 

또한 황 교수는 담도·췌장암 조직에 존재하는 최소의 기능적 단위인 미시 생태계를 확인하고자 한다. 특히 이들의 구성 요소와 공간적 분포의 이질성·치료 전후를 동적으로 분석하려 한다. 이로써 치료 반응 예측과 치료적 효능을 증가시킬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찾는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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