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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학부 정원은 대학원 정원으로 과감하게 전환해야
서울대, 학부 정원은 대학원 정원으로 과감하게 전환해야
  • 황인성
  • 승인 2023.11.29 0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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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읽는 대학18 서울대학교를 해부한다④ 서울대 구조조정 어떻게 할 것인가

‘데이터로 읽는 대학’의 네 번째 주제 ‘서울대학교를 해부한다’의 네 번째 소주제는 ‘서울대 구조조정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로 전환한지 11년이 지났지만, 국립대학과 국립대학법인화 이후에 별로 변화한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 대학을 대표하고, 국립대학을 대변하는 서울대가 스스로 뼈를 깎는 자성과 혁신 의지가 있는지 궁금하다. 이에 2023년 글로컬대학으로 선정된 10개 대학, 특히 7개 국립대학이 제출한 혁신기획서를 분석해 서울대의 혁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2023년 글로컬대학 선정대학의 주요 특징

글로컬대학30 사업은 비수도권에 소재한 대학을 대상으로 5년간 1천억 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2023년에는 10개를 지정했고 2024년 10개 내외, 2025~2026년 각 5개 내외 지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3년 글로컬대학 지정에는 총 108개교에서 94건의 혁신기획서를 제출해 공동 4건, 단독 11개교 등 15건이 선정됐다. 최종적으로 국·공립대 7건, 사립대 3건 등 총 10건이 본지정됐다. 지정된 10건(14교)의 혁신기획서를 분석해 주요 특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대학혁신으로 개별 대학의 강점을 바탕으로 한 지속가능한 성장 노력과 자기혁신에 대한 진정성으로 기존 틀을 깨고자 하는 목표 의식, 둘째, 지자체와 지역사회의 협력 강화를 통한 이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재정지원, 셋째, 벽 허물기로 신청대학 94개 중에 74개 혁신기획서(대학 수 기준 87개교)는 무전공 모집, 모집단위 광역화 등 학생 모집단계에서의 벽 허물기, 대학 통합을 통한 대학 간 벽 허물기, 학과·전공 간 벽 허물기를 추진한다.

넷째, 학사구조 개편으로 혁신기획서 94개 모두 학사구조 전환 제안, 학생참여형 교육과정, 자율전공, 자기설계 전공, 전과제도 도입, 학사운영 시 실무교육을 위한 융합교육, 현장교육, 팀프로젝트, 인턴십, 해외연수 등 실천적 경험 확대 등이다.

서울대의 혁신 방향

서울대의 브랜드 가치는 무엇인가? 과연, 국립대학법인이 된 이후에 10여 년이 지났지만 전략적인 투자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발전계획을 구성원들과의 소통을 통해 체계적으로 수립했는지? 또한 이에 근거해 글로벌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한 브랜드 가치 제고를 통해 한국 대학을 선도하는 대학으로 대도약할 의지를 갖췄는지? 한국 대학의 혁신 아이콘으로 미래대학을 선도하고, 디지털 생태계 조성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지가 궁금하다.

글로컬대학 혁신기획서에 제시된 것처럼 서울대도 최소한 이들처럼 담대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들 대학의 혁신 방향과 내용을 참고해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거버넌스를 재구조화해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로 지역소멸과 수도권 집중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가장 많은 혜택을 보고 있는 서울대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급변하는 산업구조와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시스템 구축을 위해 거버넌스 재구조화가 필요하다. 

둘째, 수요자 중심의 학사운영 체제 구축이다. 4차 산업혁명과 ICT에 기반한 급격한 테크놀러지의 진보는 아날로그시대의 대학교육에 대한 혁신을 요구한다. 디지털 시대 진입과 AI 등 에듀테크를 활용한 교육내용과 방법의 대전환도 필요하다. 그러나 현행의 고착화된 학과 중심의 개별화된 학사운영은 여전히 학문 간, 교수 간 견고한 벽을 유지하며 수요자보다는 공급자 중심의 학사운영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그러므로 수요자 중심의 학사운영 체제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  

서울대는 대학원 중심의 연구중심대학으로 변모하고 혁신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사진=위키미디어

대학원 중심의 연구중심대학으로 

셋째, 연구중심대학으로 대전환이 필요하다. 2023년 현재 대학알리미에 나타난 서울대의 학사구조를 보면, 16개 단과대학, 1자유전공학부로 총 92개 학과(전공)가 개설돼 있다. 대학원은 일반대학원을 포함해 12개 대학원이 개설돼 있고, 5개 캠퍼스(관악, 연건, 수원, 평창, 시흥)가 있다. 전체 교원은 비전임을 포함해 4천506명이며, 학생 수는 학사과정 1만6천662명, 석사과정 6천699명, 박사과정은 5천704명으로 총 2만9천65명이 재학하고 있다. 

서울대는 우수 학부생 유치를 위해 국내 대학과 경쟁하기보다는 글로벌 대학들과의 경쟁을 위한 대학원 중심의 연구중심대학으로 변모하고 혁신해야 한다. 예를 들면, 16개 단과대학 체제는 폐지하거나 광역화하고, 92개의 학과(전공) 체제는 융합전공이나 자율전공체제로 개편해 학습자 중심의 전공운영 체제로 운영해야 한다. 일반 사립대학에 많이 개설돼 있고, 연구중심대학으로 선택과 집중에 적절하지 않은 학과(전공)은 통폐합해야 한다.

또한, 학부 정원이 대학원 정원보다 많은 현재 상황을 조정해 주요 선진국의 글로벌 대학들처럼 대학원보다 많은 학부 정원은 대학원 정원으로 과감하게 전환해야 한다. 즉, 현재 학부 정원의 약 5천 명을 대학원 정원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5개 캠퍼스는 지역 특성을 반영해 특성화하고 학생 현장실습과 인턴이 가능한 클러스트로 운영해야 한다. 

넷째, 산학연 협력을 강화하고, 오픈 캠퍼스를 지향해야 한다. 서울대는 현재 안정적인 정부 지원에 의존한 연구비 비중이 높고, 글로벌 경쟁력이 높은 연구에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우수한 연구인력을 바탕으로 산업체 및 민·관(공공)연구소와의 공동연구·개발을 통해 기초연구 및 첨단산업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이와 함께, 캠퍼스의 우수한 기자재와 연구인력을 개방해 대외 지원을 활성화해야 한다. 

국립대와 사립대는 경쟁 관계가 아니다

서울대의 구조조정은 결국, 국립대학의 구조조정과도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지역의 국립대학을 구조조정해야만 지역의 소멸을 지체시킬 수 있다. 왜냐하면, 지역에서는 국립대학이 사립대학에 비해 등록금이 싸고, 지자체 지원 등에서 상대적으로 비교우위에 있으며, 주민들의 인식도 높아서 학생 유치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 특히, 지역의 대도시(광역시)에 소재한 거점국립대학들은 수도권 집중화 현상처럼 학생들이 지역의 중소도시에서 대도시(광역시)로 집중화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중소도시에 소재한 대학이 학생유치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결국은 학령인구 감소는 지역소멸의 위기를 가속화 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지역에 소재한 국립대학의 학과를 구조조정해 주변의 사립대학과의 경쟁을 줄이도록 해야 한다. 

지역의 국립대학이 글로컬대학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지역 사립대학과 경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상생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학령인구 감소 시대에 사립대학과 경쟁하는 국립대학의 모습보다는 글로컬대학으로 선정된 대학들이 제출한 혁신기획서처럼 국립대학의 뼈를 깎는 자기혁신과 구조개혁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황인성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사무처장
대학평가와 고등교육 전문가로 교육통계 분석 작업에 참여해 왔다.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을 거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정보공시센터장과 기획조정실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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