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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 교육이 위기다…융복합 난제 해결하는 ‘정치학 랩’으로 외연 넓힌다
정치학 교육이 위기다…융복합 난제 해결하는 ‘정치학 랩’으로 외연 넓힌다
  • 김재호
  • 승인 2024.02.06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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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대학원혁신 어깨동무사업 ③ 백우열 정치외교학과 교수

연세대 대학원혁신지원사업인 ‘어깨동무사업’이 비상하고 있다. 연세대 BK21 교육연구단의 우수한 연구 인프라와 지역 전문가의 차별화된 연구역량을 융합해 지역사회 현안을 해결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교수신문>은 지난해에 이어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교수들을 만나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를 통해 지역과 협업하고 있는지 살폈다. 백우열 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과·사진)는 위기를 맞은 정치학 교육에 대해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심은 변화된 환경이 촉발한 난제를 해결하는 ‘융복합 정치학 랩’이다. 지난달 19일, 백 교수와 얘기를 나눴다.

지난 10년 이상 학과 간 칸막이 현상을 극복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존재한다. 그러나 생존 방식으로 
몇몇 학과와 전공이 등장했다가 사라지거나 
기계적인 결합으로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는 현실을 강조하고 싶다.

“정치학 교육이 위기다. 그래서 변화된 환경에 맞춰 융복합적 난제 해결에 나설 필요가 있다.” 백우열 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학령인구 감소 등에 따른 대학의 위기에 맞서 순수학문인 정치학의 외연을 넓힐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학이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 개입하고 학생들이 진출하다 보면, 오히려 순수학문으로서 정치학 연구가 가능해진다는 진단이다.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현재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대학원에는 16개의 정치학 랩, 15개의 애드 혹(Ad hoc) 랩, 9개의 학생 주도 애드 혹(Ad hoc) 랩 등 누적 40개의 융복합 정치학 랩이 운영되었거나 운영되고 있다 (2024년 1월 현재). 애드 혹 랩은 공동체·사회·지역·세계의 문제 해결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랩이다. 정치학 랩은 정치학 관련 신구(新舊) 난제 해결을 위해 연구주제별로 수평적·수직적 연결망을 통해 구성된 개방형 융복합 연구 조직이다. 

백 교수는 국내 정치와 국제정치 간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춘 융·복합적 주제를 다루는 글로벌 전략 랩(Global Strategy Lab)과 산림 관련 정치 현상에 대한 연구를 추진하는 산림 정치 랩(Politics of Forest Lab), 그리고 방위산업과 군사 및 안보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방위산업과 군사안보전략 랩(Defense Industry and Military-Security Strategy ad-hoc Lab)을 운영하고 있으며, 대학원혁신 어깨동무사업의 일환으로 혁신 과학기술의 등장과 코로나19의 장기화, K-12 인구 감소로 인해 야기된 급변하는 교육 패러다임 속에서 미래 커리어를 발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정치 교육 모델을 모색하는 미래 커리어를 위한 정치학 교육 애드 혹 랩(Political Science Education for Future Career Ad Hoc Lab: 이하 정치학 교육 랩)을 운영하고 있다. 

정치학 교육 랩은 대학원혁신 어깨동무사업이 목표로 하는 지역사회의 주요 문제로 수도권과 지방의 정치학 교육 문제를 규정하고 정책 처방을 제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성과는 한국정치학회 「2023 특별학술회의: 정치학 교육의 미래와 도전」에서 「한국 대학 정치학 학부 교육의 생태계 변화 분석: 2008~2021년 교육통계자료를 중심으로」로 발표된 바 있다. 

백우열 연세대 교수는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홍콩시립대에서 정치행정학으로 석사를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에서 석·박사를 했다. 전통적인 정치학의 테두리를 넘어서는 사물정치(Politics of Things) 분야 수립 등 새로운 융복합정치학을 추구하고 있다.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조교수 및 성균중국연구소 부소장을 역임했다. 현재 연세대 북한연구소 부소장(통일연구원), 연세대 항공전략연구원 국제관계센터장을 맡고 있다. 『정치외교학과 진로개발: 정치학해서 뭐 해먹고 살래?』(공저) 등을 집필했다. 사진=김재호 

 

지속가능한 발전부터 도시 간 연결 네트워크까지

백 교수는 이번 연구를 진행한 계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수년 전 BK21 사업 ‘혁신 과학기술 시대의 정치적 문제해결 교육연구단’을 시작하면서 이른바 ‘인구 소멸, 지방 소멸’ 문제가 정치학적 측면에서 다뤄지지 않는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에 기반해 정치학의 여러 역할에 대한 토론과 논의를 진행하면서 본 연구가 시작됐다. 3가지 대주제인 ‘지속가능한 발전’, ‘한국정치공동체 내 갈등’, ‘아시아 정치공동체 내 갈등’을 중심으로 ‘환경/에너지’, ‘지역 간 격차, 지방소멸, 부동산’, ‘정치적 정체성과 이데올로기’, ‘지방 온라인 민주주의와 지방 공항의 정치학’, ‘초연결 시대의 아시아, 도시 간 연결 네트워크’ 등의 세부 주제를 토론하는 계기를 만들고자 했다.” 백 교수는 지방 소멸이라는 표현에 대해 매우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방 거주자에게 차별적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융복학 정치학 랩이야말로 이 연구팀의 강점이다. 백 교수는 “지방 관련 정치학적 문제에 대한 기초적인 인식을 통해서 정치학 내의 교육과 연구 생태계에 수도권-지방 문제를 부각하며 천착하는 연구 방향 발전을 이뤘다”라며 “실험적인 애드 혹 랩으로 먼저 설립한 정치학 교육 랩은 2022년 1년 동안의 연구 활동을 인정받아 2023년 정식 랩으로 승격됐고, 관련 데이터셋 구성과 이에 기반한 복수의 워킹페이퍼를 생산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공동연구팀은 경남, 충북, 경북, 강원, 경남, 경기, 서울 지역의 대표적인 정치학·경제학 연구자 17명을 섭외해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연구를 진행했다. 지역 네트워크 확장의 맥락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과다.     

 

융복합학은 정말 칸막이 극복했을까

“한국의 융복합 정치학에 대한 새로운 방향성을 검토하고 실험해야 한다.” 왜냐하면 혁신 과학기술 시대에 들어 융복합으로 통합하는 사회의 요구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대다수 학문 영역이 그 고유의 특성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른바 서구 선진국 사례에서도 잘 나타나듯이 정치학 대학교육에서도 융복합 정치적 교육과 연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2020년대 한국의 대학교육 체계에서 정치학을 중심 또는 핵심 요소로 하는 융합학과나  제도는 매우 미미한 상황임을 인지해야 한다. 지난 10년 이상 학과 간 칸막이 현상을 극복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존재한다. 그러나 생존 방식으로 몇몇 학과와 전공이 등장했다가 사라지거나 기계적인 결합으로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는 현실을 강조하고 싶다.”

‘학령 인구 감소’와 ‘의대 쏠림 현상’ 등은 한국 대학의 정치학 교육의 위기를 불러왔다. 이에 대한 분석과 해결은 매우 복잡한 사안이다. 지난 13년간 교육통계 데이터셋을 기준으로 보면, 정치학과 전체의 입학 정원과 입학자는 각각 33%, 28% 감소했다. 공동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정치학 교육 생태계는 ‘정치외교학과’, ‘융합학과’, ‘정치학이 포함된 학부’, ‘국제관계학과’ 등으로 구성되는데, 백 교수는 “정치학 교육 생태계 쇠퇴의 주요 원인은 비수도권 지역에서 정치학과의 쇠퇴에서 기인한다”라며 “‘정치외교학과’는 경상과 충청지역에서, ‘융합학과’는 충청지역에서, ‘정치학이 포함된 학부’는 경상과 전라지역에서 인원이 줄어들면서 약화됐다”라고 분석했다. 특히 지역의 각 학과는 생존을 위해 외연 확장을 도모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실패하면서 유관 학문 분과인 행정학 분야에 흡수되기도 했다. “2022년 현재 47만 명대인 대입 학령인구는 2030년대에는 35만 명대로 급감한다. 이러한 감소세가 그대로 반영된다고 가정하면, 2030년대 정치학과 인원 역시 지금보다도 25% 이상 감소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 위기·학령 인구 감소가 맞물리며 교육의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다. 그래서 정치학 역시 새로운 변화에 적응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융복합 정치학 랩에서는 양적 연구(교육통계, 실라버스 등 관련 데이터 수집·분석)와 질적 연구(지역전문가 인터뷰/FGI)로 한국의 정치학 교육 생태계를 수도권과 지방을 중심으로 파악하고 있다. 향후 해외 주요국 역시 비교 관점에서 분석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미래 커리어를 위한 새로운 정치학 교육의 전망을 모색했고 관련 논문을 집필 중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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