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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후퇴 어떻게 막을 것인가
민주주의의 후퇴 어떻게 막을 것인가
  • 김선진
  • 승인 2022.05.02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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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의 재미_『민주주의 공부』 얀-베르너 뮐러 지음 | 권채령 옮김 | 윌북 | 284쪽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민주주의 역동성을 저해
민주주의는 공짜가 아니기에 시민의 공부 필요

기원전 5세기 그리스 아테네에서 민주주의가 처음 창안된 이래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있다는 징후는 세계 곳곳에서 목격된다. 지난 2016년 민주주의 선도국이라 인정받는 영국과 미국에서 각각 브렉시트가 통과되고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됐다. 이런 결과 역시 호불호와 상관없이 민주적 투표에 따른 국민들의 선택이라는 점에서 외견상 민주적 결정이라 하겠지만, 실상은 권위주의와 포퓰리즘이 확대되고, 이민자,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심화되는 신호로 보였다. 

 

민주주의 위기는 국내도 예외가 아니다. 1960년 4.19혁명, 1980년 5.18민주화운동, 1987년 6.10항쟁, 2017년 촛불혁명 등 아시아에서 군부독재, 권위주의 독재와 싸워 선도적으로 민주주의를 정착시킨 나라임에도 자유와 평등의 민주주의 원리에 반하는 모습들이 여전하다. 참정권, 선거 등 형식적 민주주의는 달성했으나, 특정 엘리트 집단이 과잉대표되고 사회적 약자들은 과소대표되는 등 내용적 민주주의는 여전히 요원하다. 정당정치, 대의정치 등 정치의 민주화는 어느 정도 이뤘으나 교육, 종교, 문화 등 사회의 민주화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원인은 민주 시민 교육의 부재

나아가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공동체의 문제에 대해 누구나 자신의 견해와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참여할 수 있는 삶의 민주화, 의식의 민주화는 매우 취약한 상태다. 단적으로 가장 민주적이어야 할 교육계, 지성의 요람인 대학이 재단 권력, 친족의 사유화로 우리 사회에서 가장 권위적이고 심하게는 봉건적이기까지 한 현실을 보면 이를 쉽게 알 수 있다. 근본 원인은 민주 시민 교육의 부재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 교육 체계 안에서 민주주의 교육은 사실상 부재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질문이 사라진 교육 현장이 그것을 웅변하고 있다. 사람들은 불의하고 부당한 것에 대해 문제제기하지 않고 누군가 정해준 의견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결국 우리들의 삶의 태도가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하는 근본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이 고안한 정치제도 중 가장 믿을만한 방법으로 인식됐던 민주주의는 왜 이렇게 된 것인가. 원래는 괜찮았던 민주주의가 오랜 시간이 지나며 고장난 것일까. 아니면 애초에 민주주의 자체가 문제를 내포한 시스템이었을까. 우매한 대중을 탓하든 탐욕스러운 기득권을 탓하든 민주주의는 분명 내적 한계를 갖고있는 제도라는 사실, 민주주의는 매우 비효율적이고 고비용을 요구하는 제도임에도 이를 대체할 더 나은 제도를 찾기 어렵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와 같은 시점에서 민주주의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진짜 민주주의와 가짜 민주주의를 구별함으로써 ‘민주주의의 후퇴(Democratic Backsliding)’를 막는 방법을 고민하는 시민에게 얀-베르너 뮐러의『민주주의 공부(Democracy Rules)』는 매우 시의적절한 해법을 제공한다.

프린스턴대 정치학 교수인 얀-베르너 뮐러 교수는 20세기 후반 새롭게 대두된 ‘포퓰리즘’ 및 ‘포퓰리스트’를 정확하게 정의하고 유용한 판별법까지 내놓아 반향을 일으킨 바 있는 정치사상 연구자이자 이론가이다. 이 책에서 그는 현실 정치에서 민주주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분석하며, 민주주의의 3요소로 자유, 평등과 함께 ‘불확실성’을 꼽는 부분은 민주주의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제공하는 저자만의 차별적 통찰을 제공한다. 이와 관련, 목전에 도래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요소로 인식되는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에 대한 분석은 무릎을 치게 한다. 

알고리즘은 우리의 미래 행동이 과거 행동과 매우 비슷할 것이라는 전제에 의거해 예측을 이끌어내며 그 예측이 실현될 가능성을 높이는 쪽으로 행동을 유도하는데, 이런 특성이 바로 그가 지적한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인 ‘제도화된 불확실성’과 완전히 상반된다는 것이다. 결국 인공지능의 알고리즘, 그것이 만들어내는 정형화된 정보들에 의해 민주주의 정치의 역동성, 개방성, 유익한 무작위성은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져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의 책에서 또한 주목할만한 부분은 이러한 불확실성의 제도화를 위해 민주주의의 핵심 인프라라고 할 수 있는 정당과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을 설파한 대목이다. 전통적 미디어가 SNS, 유튜브 등 새로운 미디어의 도전 앞에 여론형성의 주도권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객관 진실 보도 역시 위협받고 있다. 정치, 경제 권력의 압력에 굴복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정파적 이익을 위해 자신의 이해에 맞는 사실을 취사선택하며 사실을 왜곡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민주주의 대의정치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사회의 다원성과 다양성을 보장하는 핵심 수단으로서 정당과 언론의 역동적 상호작용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이 책의 미덕은 민주주의 위기로 인한 정치 혐오를 극복하고 좋은 상황에서만 움직이는 막연한 낙관주의가 아니라 어떤 역경에서도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희망의 태도를 견지할 수 있는 내적 에너지를 충전시켜준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권력을 위임해서는 안되는 가짜 민주주의자들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분별력을 갖게 해준다. 그가 언급한 것처럼 ‘민주주의는 공짜가 아니다’. 민주 시민이라면 누구나 민주주의가 공공선을 달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공부해야 한다. 바로 지금.

 

 

 

김선진
경성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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