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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게이머 법칙’에 어울리지 않는다?
여성은 ‘게이머 법칙’에 어울리지 않는다?
  • 김수아
  • 승인 2023.05.12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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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비틀어보기_『여성 게이머는 총을 쏠 수 있는가』 윤태진·김지윤 지음 | 몽스북 | 268쪽

여성은 남성 중심 게이머 문화에 방해자일 뿐일까
다양성·포용성 없는 게임 내 폭력과 여성 배제

게임이 남성의 문화라는 것을 게임 산업과 개발자, 그리고 게임 이용자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래서 여성 게이머는 게임 문화의 침입자로 취급된다. 여성 게이머는 불공정한 방법으로 레벨을 올린 사람이나 남성들에게 애교를 부리거나 이기적으로 게임을 하는 사람으로 간주되지만 그 게이머의 실제 성별을 확인할 수 있는 명확한 방법은 없다. 그저 여성이 게임이라는 남성적영역의 외부자라는 이유만으로 ‘게이머 법칙’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을 여성이라고 미루어 짐작하며 비난 대상으로 삼아 배제하려는 것이다.

 

『여성 게이머는 총을 쏠 수 있는가』는 게임과 젠더 이슈를 연구해왔던 온 저자들이 이제까지의 논의를 정리하면서 “남성 게이머를 탓하는 것을 넘어서” 게임 문화의 대안을 어떻게 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이 책은 방영 당시에도 여성 혐오적 묘사로 논란이 됐던 플레이 스테이션 코리아의 광고(2016)가 상징적으로 드러낸 남성 문화로서의 게임에 대한 인식과 게임 문화의 방해자인 여성 이미지를 비평한다. 이제까지 게임 문화에서 여성 게이머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의 문제를 드러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서구에서 밈화된 여성 게이머에 대한 인식은 우리나라의 여성 게이머에 대한 경멸적인 멸칭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여성이 게임에서 재현되는 방식에 대한 논의가 전통적인 성적 대상화 논의보다 한발 더 나아갈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물론 한국의 게임 문화에서 여성 이미지 재현은 여전히 문제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성적 대상화된 여성 게임 캐릭터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어도, 여성 캐릭터의 의상 노출이 적어지거나, 가슴이나 엉덩이에 대한 묘사 방식이 달라지면 이용자가 항의를 하기 때문에 게임 산업 측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고집한다.

하지만 재현과 현실의 복잡한 관계 속에서 나타나는 변화를 꾸준히 추적하다 보면 사회 변화를 추동하기도 하고 반영하기도 하는 게임 내 여성 재현의 다양성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디아블로4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 이미지에 대한 한국 남성 게이머의 반발이 게임 비평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가시화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반발은 이미 AAA(초대작) 게임에서부터 나타나는 다양한 여성들과 이 캐릭터를 플레이하는 게이머들의 복합적 수행 양상 변화에 비추어 볼 때 “구체제의 복원(250쪽)”을 꿈꾸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이 제기한 중요한 문제의식은 현재 게임 문화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보이는 문제가 일종의 퇴행적 현상이지만, 그렇다고 자연스럽게 사라질 어떤 것으로 내버려 둘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이에 개입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2016년 클로저스 게임에서부터 시작된 게임 업계 내 여성 프리랜서에 대한 사상 검증 논란은 지금까지도 게임 업계의 여성 노동자에 대한 억압으로 작동하고 있다. 여성 게이머들은 게임 내 채팅에서 무차별적으로 가해지는 성차별적 혐오표현에 시달리면서 피로를 호소한다. 하지만 게임 산업은 이를 ‘이용자’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페미니스트 게임 비평가의 입장에서 이 모든 문제가 ‘남성 게이머’ 문제라고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사실상 게임 산업이 다양성과 포용성이 없는 게임 내 재현, 폭력성이 내재한 게임 내 상호작용 문화, 여성 게이머에 대한 배제를 정당화하는 각종 밈과 소통 방식의 유행에 대해 이를 개선하거나 바꾸어나가려고 하기보다는 ‘남성 게이머’가 원하는 것이라는 핑계로 그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게임 업계의 책임에 대한 사회적 논의의 활성화는 중요하다. 물론 실제 ‘독성 문화’적 양상은 게임 업계의 변화와 더불어 게이머 문화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게임을 하는 모두에게 즐거움이 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한다는 이 책의 당부는 앞으로 수행될 게임문화에 대한 연구와 실천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여성학협동과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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