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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 질환 사망률 1위 ‘중증 뇌혈관 질환’…인체 미생물로 극복한다
단일 질환 사망률 1위 ‘중증 뇌혈관 질환’…인체 미생물로 극복한다
  • 김재호
  • 승인 2023.11.28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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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마이크로바이옴, ‘난치성 치료’ 어디까지 왔나 ⑩ 뇌혈관 질환

차세대 신성장 동력으로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이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염증성 장질환, 뇌혈관 질환 등 난치성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더욱 그렇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미 2건에 대해 상용화를 승인하면서 바이오산업에서의 혁신적 장이 열렸다. <교수신문>은 각 질환별 난치성 치료 현황을 국내 최고 전문가로부터 들어 보고 치료의 가능성을 살펴본다. 
열 번째는 뇌혈관 질환에 대해 분당서울대병원 오창완·이시운·이상효(이상 신경외과)·이효정·김근서(이상 치주과)·김준엽(신경과) 교수와 전진평 한림대 의과대학 교수(신경외과)·박현봉 국립강릉원주대 교수(생물학과)의 최신 연구 현황을 소개한다.

분당서울대병원 마이크로바이옴사업단이 누구보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 연구 과제를 통해 휴먼 마이크로바이옴과 뇌혈관 질환의 발생과 중증도와의 연관성을 밝히고, 진단 키트 개발과 치료제 발굴을 목표로 그 길을 열고 있다.

확실한 기술력, 안정적인 자본 확보, 다학제간 공동 연구를 통해 신속한 임상을 추진한다면, 뇌혈관질환 분야의 퍼스트-인-클래스로 국제 시장에서도 주도적인 자리를 선정할 수 있을 것이다.

뇌혈관 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극복하지 못한 중증 질환 중 하나로 많은 환자들에게 심각한 건강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혈전용해제·동맥 내 혈전제거술과 같은 여러 혈관재개통 치료가 개발되면서 사망률과 후유장애가 남는 비율이 일부 감소했다. 그러나 여전히 뇌졸중 환자 3명 중 1명은 보호자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장애를 안고 살고 있다. 이러한 중증 뇌혈관 질환을 대상으로 혁신적인 연구와 개발이 진행 중이다. 그중에서도 휴먼 마이크로바이옴과 연관성을 탐구한 연구는 뇌혈관 질환 예방과 치료 분야에서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고 있다.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이 뇌혈관 질환의 발생과 중증도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에 대해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보고되고 있다. 우리 몸의 구강부터 소장·대장까지 존재하는 미생물은 우리 몸의 면역 반응을 규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국내 최대의 뇌졸중 다기관 레지스트리를 구축하고 있는 김준엽 분당서울대병원 교수(신경과)는 “미생물 균형이 깨지면 만성 염증을 유발할 수 있고, 만성 염증은 동맥경화와 뇌혈관 질환, 특히 뇌경색의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라며 “미생물이 대사 기능을 조절하고 비만 발생에 기여해 대사증후군을 조장하고, 이는 뇌혈관 질환 발생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 소장 미생물은 식이섬유를 발효해 부티레이트·아세테이트·프로피오네이트와 같은 단일 사슬 지방산(SCFA: single chain fatty acid)을 생성한다. 단일 사슬 지방산은 소장의 장벽 무결성을 유지하고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데 역할을 한다. 김 교수는 “단일 사슬 지방산 생산의 이상은 염증과 뇌혈관질환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분당서울대병원의 김근서(치주과)·이시운(신경외과)·이효정(치주과)·오창완(신경외과)·김준엽(신경과)·이상효(신경외과) 교수이다. 연구팀은 뇌혈관 질환과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의 연관성을 밝히고 진단 키트와 치료제 발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진=김준엽

 

뇌동맥류 생성·파열에 영향 끼치는 미생물

최근 국제 학술지에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이 뇌경색뿐만 아니라, 뇌동맥류의 생성과 파열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보고됐다. 동물 실험에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염증 반응이 뇌동맥류의 생성과 연관된다고 밝혀졌다. 뇌동맥류 환자의 분변을 이식받은 마우스에서 건강인의 분변을 이식받은 마우스보다 뇌동맥류의 생성이 촉진됐다는 결과가 있었다. 파열성 뇌동맥류 환자와 비파열성 뇌동맥류 환자의 분변을 분석했을 때, 파열성 뇌동맥류 환자의 분변에서 특정 균주의 유의한 상승이 관찰됐다.

국내 최다 뇌혈관수술을 하고 있는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오창완·이시운 교수 연구팀은 “장내 특정 마이크로바이옴이 뇌동맥류의 생성과 악화에 관여할 가능성이 높으나, 아직까지 여러 연구에서 일관되게 선별한 균주는 드물다”라며 “인종·민족 간 균주의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인으로부터 특정한 마이크로바이옴 발굴이 중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과 희귀난치 질환인 모야모야병과의 연관성을 지적했다. 연구팀은 “장내 마이크로바이옴과 모야모야병과의 상관관계를 밝힌 연구는 거의 없지만, 최근 연구결과를 보면 모야모야병의 발생과 악화에도 염증 반응이 관여를 하게 된다”라며 “모야모야병에서 우월하게 발견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 있어 예후예측과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과 더불어 주목을 받고 있는 분야가 구강 마이크로바이옴이다. 구강 마이크로바이옴은 박테리아·곰팡이·바이러스·원생생물·고세균 등 입안의 다양한 미생물과 그 구조적 요소로 구성된다. 구강은 장에 이어 두 번째로 풍부하고 다양한 미생물 군집으로 772종의 세균이 알려져 있다. 이러한 미생물의 약 96%가 액티노박테리아(Actinobacteria)·박테로이데테스(Bacteroidetes)·피르미큐테스(Firmicutes)·푸소박테리아(Fusobacteria)·프로테오박테리아(Proteobacteria)·스피로헤타류(Spirochaetes)라는 6개 문에 속한다. 

 

다양한 미생물 서식하는 구강과 치주질환

구강은 입천장, 치은연하·치은연상 표면, 치아, 입술, 협점막, 편도 등 다양한 표면에 마이크로바이옴이 서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미생물은 당단백질과 다당류를 생성해 치아 법랑질(에나멜)에 달라붙어 치면세균막을 형성한다. 여기에 초기 집락균과 혐기성 세균을 포함한 다양한 미생물이 서식한다. 이러한 정상적인 구성의 세균총에 불균형을 가져오는 대표적인 질환이 바로 치주질환이다. 치주질환이 진행돼 잇몸뼈가 녹고 염증 주머니가 만들어지면, 혐기성 세균의 비율이 증가하고, 만성적인 염증 상태가 지속된다. 

한 연구에서는 뇌졸중 발생과 유의미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구강 마이크로바이옴과 관련된 많은 연구결과를 발표한 분당서울대병원 치주과의 이효정·김근서 교수 연구팀은 “구강 세균총의 불균형은 면역조절이나 혈관 내피 세포의 기능을 떨어지게 한다”라며 “혈소판 응집이나 혈전 형성에 영향을 주고 온몸에 염증상태를 만들어 중요한 혈관을 막히게 할 수 있어 뇌졸중의 위험인자가 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연구팀은 “치주 질환으로 인한 잇몸의 염증 상태에서 발생되는 여러 염증 관련 단백질은 전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라며 “치주 질환에 관련된 구강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해 연구하고 밝혀내는 것이 뇌졸중을 예방하고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이 다양한 경로로 뇌혈관

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연구 결과는 생체 내외 동물 실험에 국한돼 있고 아직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미진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국제적으로 누구보다 앞서 분당서울대병원 마이크로바이옴사업단이 산업통상자원부 연구 과제를 통해 휴먼 마이크로바이옴과 뇌혈관 질환의 발생과 중증도와의 연관성을 밝히고, 궁극적으로 진단 키트 개발과 치료제 발굴을 목표로 그 길을 열고 있다. 

연구 과제는 △중증 뇌혈관 질환 환자군과 대조군으로부터 추출된 장내·구강 미생물의 분리와 동정(분류학상 명칭을 바르게 정하기) △인체 샘플(분변·타액·혈액)의 메타지놈과 대사체 분석 △중증 뇌혈관 질환 환자와 대조군 사이 장내와 구강 내 미생물군 차이 분석 △중증 뇌혈관 질환과 연관된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후보물질 발굴 △다기관 컨소시엄을 기반으로 한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베이스 확대 생산 △후보 균주와 대사체를 활용한 질환 동물 모델에서의 효과 검증 △유효균주와 대사체 활용 진단 소재 도출 △뇌혈관 질환 관련 건강기능식품 시제품 개발과 후보물질을 활용한 뇌혈관 질환 조기 진단제품 개발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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