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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출혈에 맞서는 장내 미생물…급성 발병을 막아라
뇌출혈에 맞서는 장내 미생물…급성 발병을 막아라
  • 전진평
  • 승인 2023.11.28 0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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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마이크로바이옴, ‘난치성 치료’ 어디까지 왔나 ⑩ 뇌혈관 질환

한림대 의과대학 연구진은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중증 뇌혈관 질환 발생기전을 밝히는 것을 일차 목표로 연구하고 있다. 향후 전임상 시험과 임상 시험을 통해 질환 발생과 연관된 후보 기전의 역할과 치료제로서 가능성을 확인할 계획이다.

뇌혈관 질환은 임상 양상에 따라 출혈성 질환과 허혈성 질환으로 크게 나뉜다. 다양한 뇌혈관 질환 중에서 뇌출혈은 사망률과 장애율이 높고 치료가 어려운 중증 뇌혈관 질환이다. 뇌출혈이란 대뇌 혈관이 터지면서 발생하는 출혈로 인해 뇌 조직이 손상되는 질환으로서 급성 뇌혈관 질환 중 약 15∼25%를 차지한다. 

뇌출혈 발병 후 약 40%의 환자가 30일 이내 사망하며, 성공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약 60% 이상이다. 뇌출혈에 의한 의료비용은 약 5천400억 원(2011년 대비 27.9% 증가, 2018년 「뇌졸중 역학 보고서」)이다. 하지만 다른 뇌혈관 질환에 비해 경제적 활동이 활발한 40∼60대에 발생하는 비율이 높으므로 가정경제의 붕괴는 물론 국가에 사회경제적으로도 훨씬 큰 손실을 일으키는 난치성 질환이다. 

왼쪽부터 한림대 의과대학 정혜리 박사·윤동혁 박사·전진평 교수(신경외과)·김종태 박사, 한성우 씨(박사과정)이다. 연구진은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뇌혈관 질환 발생기전을 밝히는 것을 일차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전진평

 

뇌동맥류 파열이 초래하는 지주막하출혈

다양한 뇌출혈 아형(subtype)에서 특히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지주막하출혈은 대뇌 혈관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질환이다. 연간 약 6만 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하는데, 동맥류 파열로 인해 지주막하출혈이 발생하면 사망과 중증 장애율이 약 40%에 이르는 매우 치명적인 질환이다. 또한 생존하더라도 삶의 질이 많이 저하돼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만성 소모성 질환이기도 하다. 

임상적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현재 적절한 뇌출혈 치료제가 없는 것이 현실이며, 대부분의 치료제 개발 역시 뇌출혈 자체보다는 혈액순환을 개선하거나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 개선 목적의 약물 개발이 주이다. 따라서 중증 뇌출혈을 일으키는 뇌혈관 질환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이를 기반으로 한 치료제 개발은 환자는 물론 실제 임상에서 중증 뇌혈관 질환을 매일 진료하는 의료진에게 꼭 필요하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인체 내 마이크로바이옴 분포의 95%를 차지한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불균형과 기능 저하가 파킨슨병·근육병·자폐증 등의 다양한 뇌신경 질환의 발병과 관련된다는 것이 증명됐다. 이를 활용한 치료제로서의 가능성까지 국내외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중증 뇌혈관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퇴행성 질환에 국한된 뇌신경 질환 기술

하지만 국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불균형과 미생물 매개 대사산물의 조절을 통한 뇌신경 질환의 치료 기술 개발은 대개 만성퇴행성 뇌질환에 국한됐다. 중증 난치성 뇌혈관 질환 관련 연구는 거의 없다. 반면 해외에서는 장-뇌축 기반 휴먼 마이크로바이옴과 중증 뇌혈관 질환의 병태생리학적 연계성 연구가 증가하며 개념 확립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일본과 중국 중심의 장내 마이크로바이옴과 뇌동맥류 발생 연관성 연구가 활발한데, 일본 연구자들은 2018년도에 이미 염증 상태의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 뇌동맥류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고 동물모델에서 처음으로 증명했다. 

이후 2020년 중국에서 비록 동물모델이었지만 뇌동맥류 환자의 분변을 이식받은 마우스에서 뇌동맥류 생성이 촉진된다는 것을 보고해 체내 마이크로바이옴 대사체의 조절이 뇌동맥류 진행과 파열에 연관될 수 있음을 밝혔다. 이후 실제 환자 연구를 통해 지주막하출혈 환자는 마이크로바이옴의 불균형과 특정 균주가 상승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반면 중증 뇌혈관 질환에서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국내 연구는 매우 미비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해외에서도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중증 뇌혈관 질환 연구는 치료와 진단 기술 개발이 아닌 질환 발생 연관성에 중점을 두었다. 기전 분석에 의한 치료제 개발까지는 진행하지 못했다. 따라서 정부의 지원 아래 향후 중증 뇌혈관 질환인 뇌출혈에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성과물의 실용화 기반 조성과 실증은 향후 관련 분야에서 최첨단 기술을 선도할 중요한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증 뇌혈관 질환의 급성 발병을 줄여라

현재까지 중증 뇌혈관 질환은 급성 질환 발병 후 합병증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하지만 생존자의 경우 많은 신경학적 손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보다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뇌혈관 질환의 급성 발병을 줄여야 한다. 현재까지 뇌출혈을 일으키는 혈관 질환의 내과적 치료제가 마땅히 없다는 것을 고려하면, 기존의 뇌혈관 질환 발생 연구에 대한 접근이 아닌 새로운 접근 방식을 이용해야 한다. 

따라서 한림대 의과대학 연구진은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중증 뇌혈관 질환 발생기전을 밝히는 것을 일차 목표로 연구하고 있다. 향후 전임상 시험과 임상 시험을 통해 질환 발생과 연관된 후보 기전의 역할과 치료제로서 가능성을 확인할 계획이다. 이러한 연구진의 노력은 일차적으로 중증 뇌혈관 질환 환자의 건강권 향상은 물론 이차적으로 국가 보건 정책에서 중요한 필수의료의 강화와 관련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진평                             
한림대 의과대학 신경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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