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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바이옴으로 중증 뇌혈관 질환 예측한다
마이크로바이옴으로 중증 뇌혈관 질환 예측한다
  • 박현봉
  • 승인 2023.11.28 0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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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마이크로바이옴, ‘난치성 치료’ 어디까지 왔나 ⑩ 뇌혈관 질환

기초과학의 연구 결과를 임상에서 자연스럽게 적용하도록 연계하며, 궁극적으로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중증 뇌혈관 질환 원천 치료제·치료기술을 개발하는 장대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2000년대에 접어들어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 급격한 패러다임 변화가 찾아왔다. 차세대염기서열분석 기술의 발달, 유전체 분석 비용 절감에 따른 대중적 접근 그리고 다중 오믹스 적용 등을 통해 인체에 서식하는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의 전반적인 유전자 지도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지난 15년에 걸쳐 국제적으로 산·학·연·병 컨소시엄 기반의 대형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을 이해하기 위한 다각적인 연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이제는 인체의 생물학을 바라보는 우리의 과학적 사고를 마이크로바이옴 기반으로 바꿀 수 있는 방대한 양의 실험적 근거가 도출되고 있다. 

인체에는 10조∼1천 조 개 이상의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세포들이 존재한다. 이는 인체 고유 세포 수의 10배 이상이 되는 엄청난 양이다. 마이크로바이옴 유전자 수는 또한 인체의 100배 이상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마이크로바이옴 세포와 유전자는 일상 속 생활패턴에 따라 인체에서 지속적으로 변화하며 형성됨을 반복한다. 

지리적·유전적 그리고 여러 환경적인 요인들은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일종의 간섭요인으로 작용한다. 개인별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편차가 커질 수 있고, 이러한 부분이 인간의 건강과 질병에 밀접히 연관돼 있다는 사실은 매우 놀랍다. 현대에 들어 정상적인 인체활동이란 개념은 결과적으로 인체와 공존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이 함께 활동하는 것을 포함한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인체 마이크로바이옴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높은 미생물 다양성을 가진 집단이다. 건강한 장내 환경이란, 이러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다양성과 안정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균형 상태를 포함한다. 

박현봉 국립강릉원주대 교수(생물학과)는 대체 불가능한 연구를 통해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중증 뇌혈관 질환의 진단·치료·예후예측 관리에 대한 정보를 구축하고자 한다.  사진=박현봉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안정성이 건강 좌우

한 마디로 언급하기에는 매우 불분명한 여러 원인으로 인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불균형은 미생물의 다양성과 안정성 감소, 유익균 감소와 유해균 증가를 포함하는 상태를 유지함을 의미한다. 아직은 그 인과관계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불균형 현상은 인체 기능에 다양하게 작용해 여러 질환과 밀접한 연계성을 보여준다. 

특히 마이크로바이옴 활용 전임상실험, 분변 미생물군 이식(FMT: 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과 같은 연구는 장의 비정상적 기능이 뇌졸중을 포함한 여러 뇌신경 질환의 발병·중증도와 연관이 있다고 보고해 매우 흥미롭다. 인체를 구성하고 있는 장기 가운데 뇌는 장과 떨어져 있지만, 자율신경·내분비·면역 시스템과 같은 특정 경로를 통해 쌍방 상호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부터 장 투과성을 비롯해 다양한 뇌 기능의 변화와 병태생리학적 기능이 조절된다.

특히 마이크로바이옴 유래 대사체는 주로 인체의 면역 시스템 조절을 통해 장-뇌 의사소통을 매개할 수 있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세로토닌·트립타민·감마 아미노뷰티르산(GABA) 등을 포함해 많은 신경전달물질로 알려진 대사체를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장내 미생물 유래 신경내분비물질 대사체들이 실제로 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는 규명돼야 할 부분이 많다. 

또한 단쇄 지방산·담즙산·비타민K·폴리페놀·인돌·트리메틸 아민 N-산화물과 같은 여러 저분자 대사체군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에 의해 유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장내 상피세포와 면역시스템을 조절하기도 하며, 여러 뇌조직과 기관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규명되고 있다. 또한 트립토판 유래 화합물들 가운데 키누레닌은 여러 염증성 뇌질환의 생화학적 마커로서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욱 놀라운 점은, 대다수 마이크로바이옴 유래 유전자와 대사체는 아직 구조적으로나 기능적으로 규명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필자는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의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중증 뇌혈관 질환 예후예측 및 치료제·치료기술 개발’을 위한 과제에 참여하고 있다. 중증 뇌혈관 질환과 마이크로바이옴 연계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현재까지 보고된 연구 결과들은 질환별 코호트가 천차만별이고, 여러 환경 요인에 따라 매우 다른 것을 기반으로 한다. 이에 국내 환자의 특이적 중증 뇌혈관 질환 대규모 코호트를 단단히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치료·진단 기술의 개발에 대한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 

박현봉 국립강릉원주대 교수(생물학과)는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중증 뇌혈관 질환 원천 치료제·치료기술을 개발하고자 하는 장대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사진=박현봉

 

국내 특이적 환자의 대규모 코호트 구축

특히 이번 과제를 통해 △질환 특이적 유효 미생물의 분리와 동정 △대규모 코호트 기반 대사체 분석 △건강기능식품과 진단을 위한 소재발굴 △국내 환자 특이적 메타볼롬(특정 환경의 생체 또는 세포의 대사분자 총체)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과제의 다기관 컨소시엄은 산·학·연·병의 여러 전문가와 협력연구에 대한 서로 간 이해도가 매우 높아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실현하고 공동의 성과를 도출하는 데 최적화돼 있다고 자부한다. 

대중적이지만 대체 불가능한 연구를 통해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중증 뇌혈관 질환의 진단·치료·예후예측 관리에 대한 정보를 구축하고자 한다. 아울러, 기초과학의 연구 결과를 임상에서 자연스럽게 적용하도록 연계하며, 궁극적으로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중증 뇌혈관 질환 원천 치료제·치료기술을 개발하고자 하는 장대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박현봉
국립강릉원주대 생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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