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미 서울과학기술대 강사
2026년도 벌써 한 달이 지났고 겨울방학도 중반을 지났다. 학계 밖 사람들은 연구자들은 방학이 있어 참 좋겠다고 말한다. 충분히 쉴 수 있지 않냐는 것이다. 학기 중보다 여유 있는 것은 맞지만 일이 없지는 않다. 학술대회 발표나 토론, 논문 심사, 학회 회의나 세미나는 계속 있고, 논문 쓰기에 집중해야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비정규직 연구자에게 방학은 ‘지원’ 시즌이다. 한국연구재단의 연구지원 사업 공고를 읽고, 하이브레인넷에 들어가 여러 대학의 강사 채용공고를 클릭한다. 본인이 ‘건당’ 확보한 강의료와 연구비의 조합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비정규직 연구자에게 방학은 한 해나 몇 년간의 소득과 연구 방향을 결정지을 준비와 시도에 골몰해야 하는 때다.
더구나 올해는 한국연구재단의 사업 신청 기간이 한 달쯤 앞당겨졌다. 다들 지금 학술연구교수 A·B유형 계획서와 각종 공동연구 지원서를 쓰고 있지 않을까. 거기에 강사 지원을 위한 자기소개서와 강의계획서까지 여러 버전으로 쓰다 보면 때로는 학기보다 어수선하고 맘이 종종거린다. 언제까지 이런 방학을 반복해야 하는지 회의가 들면서도 반복하지 않을 수 없는 사이클, 불안정 노동자로서의 존재론적 조건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거시적 진단과 개입은 이미 여러 방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기에 여기에서는 필자의 경험에 기반해 강의나 연구 자리 지원 시 구체적으로 개선했으면 하는 점을 남기고자 한다.
우선 (강사) 지원에서의 소모적인 서류작업을 줄였으면 한다. 어느덧 필자도 10년 넘은 강의 경력을 가지고 있는데, 최근 들어 채용 시 교수 임용급의 서류작업과 실적을 요구하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 강사법으로 강사도 교원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일까. 하지만 정기적 월급을 받는 교수와 다르게 강사는 (대부분 초단기) 시급제 일자리이다. 따라서 필수적인 것은 시간당 임금을 공고에 명시하고 통일(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 대학은 대학별로 시급이 다르고, 그것을 공고에 기재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강사에게는 강의계획서부터 연구실적 자료와 요약문, 자기소개서와 이력서, 온갖 증빙서류를 요구한다. 더 열받는 것은 이것을 매번 대학별로 다른 서류 정렬 방식과 등록시스템에 따라 하나하나 다시 정리하고 직접 입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교수 임용지원 요건과 등록 방식을 그대로 복붙한 것이라는 것을 교수 임용에 몇 차례 지원하며 깨달았다.
한국연구재단의 한국연구자정보(Korean Researcher Information: KRI) 시스템이 있고 거기에 연구자 대부분이 등록되어 있는데 강사부터 연구원, 교수 지원까지 일괄적으로 이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하면 안 되는 것일까. KRI에는 연구자의 학력부터 전공 분야, 강의와 연구 경력, 저서나 논문 실적, 연구비 수혜 경력 등이 정리되어 있고 업데이트할 수 있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 역시 대학과 연구자 지원의 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해 시스템을 구축했을 테다. 그렇다면 대학은 지원자의 동의를 얻어 이 시스템에 접근해 정보를 확인하면 되지 않을까.
번거로운 서류작업과 지원 과정을 되풀이하다 보면 실제 연구나 강의 준비 시간을 뺏기고 있다는 생각에 짜증이 나고 자괴감이 생기기까지 한다. 이것이야말로 관료적 편의주의나 무관심 말고는 달리 이유를 찾을 수 없을 정도다. 그런 채용 절차는 교수직도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교수직의 경우는 한 번 채용되면 그것으로 끝이다. 그러나 강사직이나 계약직 연구원을 지원하는 연구자들은 수시로 반복해야 하고, 설사 채용되더라도 1~3년 주기로 다시 이 짓을 되풀이해야 한다.
필자만이 아니라 많은 불안정 노동자이자 연구자들이 그런 상황에 있다면 한 번쯤 제도개선을 강력하게 요구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대다수 연구자에게 큰 부담이기도 하고 심지어 부당하다는 느낌마저 드는 이런 관행을 이제는 바꿀 때가 되지 않았을까? 대학 개혁 담론이나 실천에서조차 이런 디테일한 문제의식은 부족한 것 같다. 불평분자처럼 보일지 몰라도 작은 차원의 변화와 실천도 중요하다는 생각에 이런 목소리를 보탠다.
유현미 서울과학기술대 강사
젠더사회학 전공으로 교육, 지역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페미니즘, 안녕들 하십니까(2025, 공저)』를 함께 썼고, 최근 논문으로 「광장에서 만난 세계-윤석열 퇴진 집회 시민발언문 분석」(2025, 공저)」(2024)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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