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인 기상 전문가인 김해동 계명대 교수(환경공학과)가 새로운 연재를 시작한다. 특히 김 교수는 지구과학교육과를 졸업해 그 누구보다도 올바른 시민교육과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앞장서 왔다.
올 여름과 겨울에 나타나는 이상기후 속에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기후·환경정책은 정치적 이슈와 맞물려 퇴행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김 교수는 과학의 측면에서 심도 있게 현재 상황을 분석하고, 기후난민·재생에너지·대안 등에 대해서도 살펴볼 예정이다. 여덟 번째는 지구생태계와 화석연료의 상관성 문제를 소개한다.
이제 인류에게 화석연료에 안주하여
머물 시간은 남아있지 않다.
인류와 지구생태계를 멸망시킬
화석연료 속의 씨앗이 싹을 틔웠고,
무럭무럭 자라 꽃망울을 맺었다.
인간의 완고함이 키워온 재앙이다.
전국 각지에 설치되어 있는 기후 시계는 우리에게 남겨진 시간이 4년 남짓에 불과하다고 알려주고 있다. 이 남겨진 시간이란, 지금 상태로 온실가스를 배출해갈 경우에, 대기 중에 쌓여갈 온실가스 총량이 파리협정이 허용하는 한계량에 도달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을 말한다.
지난 30여 년에 걸쳐서 국제사회는 우여곡절을 겪어가면서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는 성과를 높여왔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에는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핵심 사항이다. 전 세계에서 재생에너지의 상업용 발전이 시작된 것은 불과 25년 정도에 불과하지만 이젠 재생에너지가 전력 생산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나라가 다수 등장할 만큼 괄목할 성과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전 세계의 화석연료 사용 비중은 여전히 80%를 상회하고 있으며, 파리협정에서 합의한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은 희박한 실정이다. 유엔환경계획은 「배출량 격차보고서」를 통해서 지구 평균온도 상승은 파리협정 목표보다 2배 이상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을 정도이다. 화석연료 중독이 너무도 지독하다. 이런 배경에서 우리가 화석연료에 미련을 둬선 안 되는 이유를 자연에서 볼 수 있는 사건을 통해서 생각해 보고자 한다.

페루 앞바다의 엘니뇨 생태계
번성을 가져온 요인 속엔 그것을 끝내버리는 씨앗이 함께 자라는 법이다. 그래서 번성에 오래 취해있으면 멸망이라는 낭패를 당하는 것이 자연의 순리이다. 그런 사례는 무수히 많지만 여기서는 페루 해양에서 수년에 한 번씩 되풀이되는 ‘용승생태계’의 멸망을 생각해 보자.
좁은 영역에 풍부한 식량이 공급되어 생태계가 고밀도로 형성되어 번영하다가 파괴되는 현상이 반복되는 것을 남반구 적도 부근에 위치한 페루 해양에서 관찰할 수 있다. 페루 부근의 해양에는 남동무역풍이 부는데 이 바람이 표층수를 태평양 서쪽 먼바다로 밀어내기(수송) 때문에 심해수가 표층으로 솟아오른다. 이런 현상을 용승이라고 부른다.
심해에는 ‘해양 눈’(marine snow)의 형태로 표층에서 낙하된 플랑크톤의 사체가 분해되어 생긴 영양염이 풍부하다. 이 심해수가 표층으로 올라오는 용승 현상이 발생하는 해역에는 그것을 먹이로 하는 플랑크톤이 대량 번식하고, 그것을 먹이로 하는 물고기가 풍부해진다. 그러면 물고기를 먹이로 하는 바닷새도 많이 모여들게 된다. 심해에서 공급된 영양염류가 페루 해안에 ‘용승생태계’라고 불리는 다양한 생물종이 풍부하게 공존하는 풍요를 만들어낸다.
페루의 해양은 전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좋은 어장이어서, 어업 생산량이 많고 바닷새의 변으로 만드는 비료가 페루의 중요한 외화 수입원이다. 그런데 수년에 한 번씩 엘니뇨현상이 발생하면 이 생태계가 죽음의 공항 상태에 빠진다.
태평양의 저위도 해상은 1년 내내 강한 햇빛이 닿기 때문에 수면이 따뜻한 해수로 덮여있지만 페루 연안은 심해에서 냉수가 용승하고 있어서 해수 온도가 항상 낮은 상태를 유지한다. 햇빛을 흡수하여 데워진 표층해수는 남동무역풍이 서쪽 먼바다로 이동시킨다.
그런데 수년에 한 번씩 남동풍이 약해지면 페루의 서쪽 먼바다로부터 따뜻한 해수가 역류하여 페루 앞바다를 덮어버린다(엘니뇨). 이렇게 되면 표층의 따뜻한 해수가 바다 위에 덮개 역할을 하여 바람이 불어도 영양염류가 풍부한 심해수가 솟아오르지 않는다. 용승이 멈추면 영양염류 공급이 없어져서 플랑크톤이 사멸하게 된다. 먹이사슬의 최하단부가 사라지면 이를 먹이로 번성했던 생태계가 연쇄적으로 무너진다. 생태계의 번성을 가져온 원인이었던 심해로부터의 영양염류가 그 생태계를 파괴하는 요인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현 인류는 화석연료의 산물
오늘날 인류의 번성을 가져온 원인은 화석연료이다. 인간이 화석연료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게 된 산업혁명 이전에 전 세계 인구는 2~3억 명을 넘지 못했다. 오늘날 80억 명을 넘어선 엄청난 인구는 화석연료가 극적으로 만들어낸 생태계인 셈이다. 제임스 러브록(1919∼2022)은 그의 저서 『가이아의 복수』에서 빠른 시간 내에 화석연료가 고갈되고 대체에너지가 자리를 잡지 못한다면 지구상에 생존할 수 있는 인구는 5억 명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런 점에서 지금의 인간 생태계는 화석연료 생태계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그 화석연료엔 지구온난화라는 씨앗이 깃들어 있다. 화석연료는 화석연료 자체의 고갈이라는 문제도 안고 있지만, 지금의 지구생태계에 걸맞지 않은 고온의 기후를 만들어 화석연료 생태계를 멸망시켜버릴 씨앗을 키운다. 그 멸망의 씨앗은 기후 시계가 멈추는 날에 활짝 피어날 것이다.
2022년에 암스트롱 맥케이 영국 서섹스대 강사 등은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 「지구온도 상승이 1.5℃를 넘어서면 다양한 기후위기 격변점이 도래할 수 있다」에서 지구평균 온도가 파리협정 목표를 넘어서면 되돌릴 수도 없는 치명적인 기후위기가 시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그린란드와 서남극 빙상이 붕괴로 접어든다. 고위도의 영구동토층도 급속히 녹아내리면서 인간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을 훌쩍 넘어서는 엄청난 양의 메탄을 대기로 뿜어내게 된다.
열대해역의 산호초는 소멸한다. 산호초는 육상의 열대우림처럼 수많은 해양생물종이 밀집되어 있는 서식지이다. 바렌츠 해의 해빙이 사라지고 래브라도 해류가 붕괴된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면 지구온도 상승은 더욱 가속되고 기후붕괴현상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든다. 이들 중에서 어느 하나라도 본격적으로 붕괴한다면 그 피해는 인류가 감당할 수 없는 충격으로 다가온다. 그야말로 현존 지구생태계의 멸망이다. 그런 시기의 도래를 ‘기후위기 급변 점’(climate tipping point)라고 부른다.
이제 인류에게 화석연료에 안주하여 머물 시간은 남아있지 않다. 인류와 지구생태계를 멸망시킬 화석연료 속의 씨앗이 싹을 틔웠고, 무럭무럭 자라 꽃망울을 맺고 있는 상황이다. 인간의 완고함이 키워온 재앙이다.
김해동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대에서 대기과학 전공으로 박사를 했다. 기상청 기상연구관과 대구환경운동연합공동대표를 역임했다. 『기후위기 과학특강: 도와줘요, 기후박사』, 『내일 날씨, 어떻습니까?』, 『기후변화와 미래사회』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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