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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비트코인’에 열광하나...행동경제학이 본 선택과 믿음
왜 ‘비트코인’에 열광하나...행동경제학이 본 선택과 믿음
  • 강민욱
  • 승인 2026.02.10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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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다_『경제학자의 의사결정법: 선택의 기로에서 읽는 행동경제학』 강민욱 지음│오르트│288쪽

인간은 본질적으로 흔들리는 존재,
완벽한 합리성에 도달할 수 없다

주가는 하루에도 몇 번씩 급락과 급등을 반복하고, 새로운 투자에 대한 유혹은 끊임없이 등장한다. 비트코인의 등장은 많은 사람을 천국과 지옥을 오가게 만들었다. 이런 시대에 투자를 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동시에 현대 사회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선택의 순간을 우리 앞에 놓아두고 있다. 대학 전공, 직업, 연예, 배우자까지 대부분의 선택이 개인의 몫이 되었다. 과거에는 부모의 직업을 물려받고, 가족이 정해준 상대와 결혼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제 그러한 삶의 경로는 더 이상 당연한 것이 아니다.

정치적 선택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은 민주당과 공화당이라는 두 진영으로 극명하게 갈라져 있고, 한국 사회 또한 정치적 양극화를 경험하고 있다. 이처럼 선택의 자유가 확대된 시대는 동시에 무엇을 믿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부담을 개인에게 떠넘긴다. 우리는 점점 더 많은 결정을 스스로 내려야 하지만, 그만큼 확신을 갖기는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 선택의 책임은 개인에게 있지만, 선택을 도와줄 기준과 나침반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선택과 믿음의 문제에서 출발한다. 나는 오랫동안 경제학을 연구하고 가르쳐 왔지만, 연구실 밖의 현실에서 사람들의 선택은 이론과는 다른 방식으로 반복된다는 점을 자주 목격했다. 사람들은 무엇이 장기적으로 더 나은 선택인지 알고 있으면서도, 같은 실수를 되풀이한다. 이는 개인의 의지 부족이나 도덕적 결함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선택 구조 자체가 그렇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경제학자의 의사결정법』은 바로 이 지점을 설명하고자 한 책이다.

비트코인과 같은 초변동 자산의 등장 속에서, 투자와 인생의 선택 모두가 개인 책임으로 넘어가며 불안은 더 커졌다. 선택은 늘었지만 기준은 흐려진 시대에, 인간은 구조적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인간의 비합리성은 어떻게 나타나는가

이 책은 선택과 믿음에 관한 인간 인지 능력의 한계를 행동경제학의 관점에서 설명한다. 행동경제학은 한때 경제학의 변방으로 취급되었지만, 인간의 실제 행동을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통찰을 제공해 왔다. 전통 경제학이 인간의 합리성을 전제로 발전해 왔다면, 행동경제학은 그러한 가정이 현실에서 어떻게 어긋나는지를 분석한다. 합리성에 대한 이론이 견고했기 때문에, 오히려 인간의 비합리성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더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이 책에서 다루는 현재편향, 확증편향, 군집행동, 자기확신 등은 모두 일상적인 선택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편향들이다. 예컨대 현재편향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문제다. 미래의 건강보다 당장의 편안함을 선택하고, 저축보다는 소비를, 운동보다는 영상 시청을 택한다. 이러한 선택 구조는 공부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장기적으로 실력을 쌓는 사고 중심의 학습보다는 단기 성과에 매몰된 암기 위주의 공부가 더 쉬운 선택이 된다. 독서 역시 마찬가지다. 독서는 생각할 시간을 요구하지만, 영상은 즉각적인 만족을 제공한다. 현재편향에 익숙해진 우리는 점점 독서에서 멀어지고, 그만큼 깊이 생각할 기회도 줄어든다.

군집행동 또한 중요한 주제다. 군집행동은 인간이 보이는 대표적인 오류적 편향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류 문명의 발전은 이러한 집단적 행동에 크게 의존해 왔다.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하니 나도 그렇게 한다는 단순한 원리는 정치적 극단화, 투기적 금융 버블, 위기 상황에서의 공포 확산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동시에 화폐의 탄생과 금융시장의 형성 역시 군중의 믿음 없이는 불가능했다. 조개껍질이나 종이 화폐, 그리고 오늘날의 디지털 화폐가 가치를 갖는 이유는 논리적 필연성 때문이 아니라, 다수가 그것을 믿기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편향을 가진 인간은 어떻게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이 책이 제시하는 해답은 의지를 강화하라는 조언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 한계를 전제로 선택 환경을 설계하는 일이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힘든 사람이 알람시계를 사용하는 것처럼, 우리는 스스로를 통제하기 위한 약속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 자동이체, 강제 저축, 공개적인 약속, 선택지를 의도적으로 줄이는 전략은 모두 인간의 나약함을 전제로 한 합리적인 선택 도구다.

여기에 더해, 이 책은 선택의 책임을 오로지 개인에게만 돌리는 관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현대 사회의 선택은 지나치게 복잡해졌고, 모든 결정을 혼자서 감당하겠다는 태도는 오히려 위험하다. 재무, 건강, 진로와 같은 중요한 선택일수록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데 드는 비용을 아까워해서는 안 된다. 행동경제학은 전문가에 대한 의존이 나약함의 증거가 아니라, 제한된 인지 능력을 보완하는 합리적 분업의 결과임을 보여준다.

나아가 이러한 관점은 개인 차원을 넘어 사회 제도와 정책 설계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많은 제도는 여전히 사람들이 충분한 정보와 합리성을 바탕으로 스스로 최선의 선택을 할 것이라는 가정 위에 만들어져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사람들은 복잡한 선택 앞에서 쉽게 피로해지고, 단순한 신호나 다수의 선택에 의존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 역시 ‘올바른 선택을 강요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

이 책을 통해 전하고 싶은 또 하나의 메시지는 인간에 대한 과도한 낙관도, 지나친 비관도 경계해야 한다는 점이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흔들리는 존재이며, 완벽한 합리성에 도달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한계를 부정하지 않고, 스스로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며 감시하는 태도다. 나는 이를 ‘끝나지 않는 감시자’로서의 인간이라고 부른다. 완벽한 선택을 기대하기보다, 잘못된 선택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하는 것, 그것이 이 책이 제안하는 현실적인 대안이다.

『경제학자의 의사결정법』은 인간의 비합리성을 비난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그 한계를 이해하고, 그 위에서 더 나은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시도다. 선택과 믿음이 흔들리는 시대에, 이 책이 독자에게 스스로의 선택 구조를 점검하고, 자신을 과도하게 탓하지 않으면서도 조금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기준점이 되기를 바란다.

 

 

강민욱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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